SM 지분 공개 매수 나선 카카오
하이브 전철 밟을까 다른 길 걸을까
글로벌 사업 확장 의지 강한 카카오
각각 IT, 엔터 산업 주축에 서 있는
김범수 의장과 방시혁 의장 맞대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판 가를 전망
주총 표심 다툼의 승자는 누가 될까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지분 공개 매수 카드를 꺼내 들며 SM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공개 매수란 경영권 지배를 목적으로 특정기업의 주식을 장외에서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식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사업 확대의 일환으로 SM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카카오는 글로벌 사업 확대의 일환으로 SM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카카오는 지난 3월 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20일간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절반씩 나눠 SM엔터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총 833만3641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SM 주식의 35% 에 해당한다. 

카카오가 밝힌 지분 인수 가격은 주당 15만원으로 총 1조25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카카오가 이수만 SM엔터 전 총괄 프로듀서(PD)와 물밑 접촉을 할 때 투자시장에서 거론됐던 적정가격대(4000억~6000억원)보다 두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실탄은 넉넉하다. 지난해 12월까지 카카오의 연결 기준 현금 잔고는 6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다. 

대규모 자금 투입을 감수하면서까지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데는 창업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린 카카오는 최근 성장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내수 위주의 기업’ ‘독점 플랫폼’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김범수 센터장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란 슬로건을 내걸고 글로벌 사업을 키우려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시계가 느리게 흐르면서 김 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의 총아로 자리잡은 ‘K-엔터테인먼트’에 주목했다. 이미 카카오엔터를 통해 다수의 매니지먼트 기업을 사들이고 통합했지만, 한정된 아티스트와 지식재산권(IP)만으로 성과를 내기엔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SM엔터와 같은 대형 매니지먼트사를 M&A하는 건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과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김 센터장은 SM엔터 인수가 글로벌 사업으로의 ‘빅점프’를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물론 상황은 여의치 않다.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기 위해선 이수만 총괄 PD와 손을 잡은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와 지분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한다. 만약 카카오가 이번 공개매수에서 목표 물량(SM엔터 발행 주식총수의 35%)을 달성하면 카카오 측의 보유 지분은 40%에 달한다. 이 경우엔 하이브의 지분(19%)을 크게 넘어선다.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한국거래소, 참고 | 주가는 종가 기준]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한국거래소, 참고 | 주가는 종가 기준]

이처럼 카카오가 성공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면 향후 벌어질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70%에 달하는 일반 주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공개 매수를 공식화한 후 SM엔터의 주가는 3월 8일 종가 기준 15만8500원으로 지분 매수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6일(13만100원) 대비 21.8% 상승했다.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일반 주주에겐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개인투자자가 공개 매수에 참여할 경우 차익을 둘러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소액주주가 굳이 손해를 보고 카카오에 지분을 넘길 이유가 사실상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주총 투표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선 ▲독립성과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축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 과연 김 의장은 뜻을 이룰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