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전세사기 피해대책 분석
2‧2 대책 보강했지만 한계 여전
대책위 “유예 대신 해결 필요해”
실태조사와 법적 근거 마련해야

전세 대책이 나온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전세사기 피해자가 목숨을 끊었다. 2월 2일 정부가 발표했던 전세대책은 피해자들의 삶에 와닿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3월 6일 열린 추모제에선 정부에 효율적인 대책을 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4일 후인 10일 정부는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이 시급하게 여기는 대책은 빠져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해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해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ㆍ2 전세사기 피해대책(2ㆍ2 대책)이 나온 지 한달이 훌쩍 흐른 3월 10일. 정부는 추가 전세 대책을 내놨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한명이 ‘현실에 걸맞은’ 대책을 요구하면서 목숨을 끊은 뒤 나온 후속 대책이다. 문제는 이 대책 역시 빈틈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여태까지 주장해온 핵심 내용이 빠져 있어서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6일 열린 추모제에서 “가장 시급한 건 경매 중지와 채권의 정부 매입”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을 정부의 힘으로 막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2ㆍ2 대책의 빈틈부터 찾아보자. 이 대책의 가장 문제점은 ‘동떨어진 현실’에 있었다. 정부는 피해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대출 기간을 연장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2023년 5월이 돼야 가능한 상황이었다.

‘수도권에 500호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긴급주거지원책도 문제가 있었다. ‘월세 6개월 치를 몰아서 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전재산을 전세 보증금에 쏟아부은 피해자들에겐 적합한 대책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목숨을 끊은 이후 마련한 3ㆍ10 대책을 통해 ▲전세대출연장과 관련해 각 은행과 협력 ▲긴급주거지원 이용시 월세 6개월치 선납 조건 해제 ▲전세피해 확인서 선발급 ▲후순위 국세 당해세만큼 보증금 우선 변제 등 2ㆍ2 대책을 보강한 내용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근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말대로 전세 피해자의 대출이 연장됐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더라도 대출 만기는 돌아온다. 시세보다 훨씬 높은 전세 대출금은 결국 전세사기 피해자가 모두 갚아야 할 돈이다. 집주인이 져야 할 책임은 없다. 대출 연장은 미봉책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책위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집값ㆍ전셋값 폭등, 무분별한 대출, 묻지마 보증 방치, 등록임대주택 관리 부실 등 전세사기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이 문제를 진정성 있게 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전세대출 지원책은 정부가 유예해줄 테니 책임은 피해자들이 감당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 대책➊ 경매중지 = 그렇다면 진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일까. 대책위는 크게 두가지를 강조했다. 경매중지와 정부 매입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건 경매중지 행정명령이다. 집주인의 채무로 경매에 넘어간 빌라 대부분은 전세 보증금만큼의 낙찰가를 받지 못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최우선 변제금 대책(최대 전세 보증금 기준의 30%)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원래 보증금에 못 미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수천만원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는 다른 곳에 집을 구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3ㆍ10 전세대책에서도 경매중지 요청은 반영되지 않았다. 뒤늦게 부과된 국세만큼을 우선 변제해준다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전체 전세금까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 대책➋ 정부매입 =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또 있다. ‘전세사기’로 인한 금전 피해를 혼자 감당하지 않는 거다. 대책위 측은 “정부가 대신 보증금채권을 매입하고 전세사기를 친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주체를 개인인 ‘피해자’에서 ‘정부’로 바꾸자는 거다.

2월 28일 열린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피해자 증언대회와 피해구제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이하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이 제안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보증금반환채권을 공공이 매입하는 제도적 장치는 현재 없다. 다만,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인수해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의 채무조정, 부채탕감을 지원하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있으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고려할 수 있다.”

문제는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다. 토론회를 개최한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실태조사를 마쳐야 법안 발의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소급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뿐만 아니라 정부도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발걸음은 빠르지 않다. 어떤 피해자는 경매 기일이 돌아올 거고 또다른 누군가는 대출 이자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한편에선 ‘전세사기 피해를 왜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가’란 반론이 나오긴 하지만, 정부가 해결책을 찾는 게 맞다. 윤 정부가 이미 민간 건설사의 피해를 감당하겠다면서 펼쳐놓은 정책이 숱해서다.

그중 대표적인 건 미분양 사업 대출 보증대책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5조원에 이르는 미분양 사업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말했다. 보증 한도는 적정 분양가의 70%까지다. 직접 채무를 매입하는 건 아니지만 위험이 발생하면 사업자 대신 정부가 대출을 갚겠다는 건데 민간회사의 ‘부도’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달 후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는 법무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시급한 요구인 ‘경매중지’와 ‘정부매입’은 국토교통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취약계층 주거 안정을 돕고 서민 주거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연말까지 동결하고, 청년ㆍ신혼부부를 위해서 전세대출 한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정작 전세사기 대책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시장에 자금을 쏟아붓겠다는 건 ‘지원’일까 ‘방치’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