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 늪 탈피하는 대우조선
LNG선 중심 수주로 넘치는 일감
신조선가 상승세로 업황도 개선
매번 터진 변수 이번엔 없을까

실적이 안 좋다는 건 통상 악재다.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의 주가는 하락하기 마련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대규모 영업손실’이었다. 그런데 증권가에선 되레 밝은 전망이 나온다. 실적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거다. 근거 없는 전망이 아니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이 2022년 성적표를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4조8602억원, 영업손실 1조613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매출 4조4866억원, 영업손실 1조7547억원)에 이은 대규모 적자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의 이런 성적표를 두고 되레 증권사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저가 수주 등 악재를 거의 털어냈으니 이제 호실적을 낼 일만 남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유재선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본급 인상분과 협력사 단가 인상 등 가공비 관련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데다, 환율과 고정비 부담으로 적자가 지속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2023년 매출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93.7%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인건비 관련 추가 비용이 발생할지 여부가 올해 실적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라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인건비 관리를 잘한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좋아질 거라는 얘기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조 인력 수급 차질에 따른 공정 지연, 계획보다 부진한 매출로 인한 고정비 부담 증가, 하반기 계획 수립 당시보다 떨어진 환율 등으로 영업손실 폭이 예상보다 더 컸다”고 적자 원인을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건조예정원가 증가분(3650억원)을 선제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추가 비용 발생 부담이 없어 하반기로 갈수록 영업이익 개선세가 빨라질 것”이라면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실적 개선 위한 시그널은 충분

대우조선해양이 조 단위의 영업손실을 냈는데도 이렇게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사실 조선업은 그해의 영업이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가령, 조선사가 배 한척을 수주한 후 제작을 완료해 발주처에 인도하기까지 보통은 2~3년, 길게는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대금도 조선사가 건조 공정을 얼마나 진행했느냐에 따라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서 받는다. 건설업과 비슷하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은 그해에 이뤄진 영업활동에 따른 것이라기보단 그 전에 진행된 영업활동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양질의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은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양질의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럼 올해 성적표를 가늠할 수 있는 최근 2년간의 영업활동은 어땠을까. 증권업계에선 “꽤 양호한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이 자체적으로 정한 수주목표를 2년 연속 달성했다. 현재 수주잔량은 113척(3.5년치 물량)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대우조선해양이 강점을 가진 고가의 LNG운반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잘 만들 수 있는 선박들로 수주량을 채웠다는 거다. 심지어 올해 수주한 LNG운반선 수주 가격은 지난해 LNG운반선 평균 수주 가격보다도 높다. LNG운반선 가격 상승세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LNG운반선이나 이중연료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수주 전략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우려가 모조리 사라진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등장해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개선을 방해할지도 모른다.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니다. 2019년 3월 주주총회에 참석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018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는 더 잘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펼쳐놨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3월 발표한 2019년의 실적은 형편없었다. 영업이익은 3분의 1 토막으로 줄었고, 4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저가 수주에 따른 여파도 없지 않았지만, 주주와 사채권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추가 충당금을 쌓은 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참고: 이 소송은 지난 2015년 7월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을 공표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는데, 이로 인해 손실을 입은 주주(국민연금공단 포함)와 사채권자들이 그해 9월 제기한 소송이다. 2020년 2월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소액주주들이 승소했고,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충당부채는 2018년 8602억원에서 2019년 9643억원으로 1041억원 늘었다.]

이때 대우조선해양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LNG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비롯한 기존 주력 선종 외에도 초대형 LPG운반선, 셔틀 탱커 등 다양한 선종을 수주하고, 극한의 원가절감 활동으로 실적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이후 2021년 3월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4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 기록”이라고 홍보했지만, 매출은 전년보다 15.9% 줄었고, 영업이익은 47.6%나 줄어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를 “4분기 환율과 고정비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극한의 원가절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수주목표 달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장의 신뢰 회복 가능할까

하지만 2022년 3월 발표한 2021년 성적표는 더 신통치 않았다. 매출은 전년보다 36.2% 줄었고, 1조754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저가 수주의 영향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손실충당금 반영 등이 겹쳐서 적자가 났다는 게 대우조선해양의 설명이었다.

그러자 일부에선 “공적자금이 오히려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영업이익이 줄고 임금이 늘었다는 건 회사가 상황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들이 나왔다.

[※참고: 일례로 남자 직원 평균 연봉은 2017년 6100만원에서 2018년 7100만원, 2019년 74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후엔 조금씩 줄었는데 2020년엔 7300만원, 2021년엔 6800만원이었다. 반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이익률은 각각 6.6%, 10.6%, 3.5%, 2.2%였다. 2021년은 적자였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은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다짐을 함께 내놨지만, 실제 결과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저가 수주의 영향이 언제까지 혹은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정확히 밝힌 적도 없다. 지난 4년간 말만 앞세우고 신뢰는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증권업계가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올해부터 개선될 것’이란 말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도 숱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양치기 기업’이란 오명을 떨쳐낼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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