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하지 않은 알뜰폰➌
가입자 1300만명 돌파했지만
대기업에 밀려난 중소사업자
이통3사 과점 견제 나선 정부
알뜰폰 시장 바꿀 대책 되려면

알뜰폰 가입자 수가 지난 1월 1300만명을 돌파했다.[사진=연합뉴스]
알뜰폰 가입자 수가 지난 1월 1300만명을 돌파했다.[사진=연합뉴스]

# 이동통신시장에 알뜰폰이 도입된 지 11년이 흘렀다. 가입자 수가 1300만명을 넘으면서 어느새 이통3사와 견줄 만한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선을 더 안쪽으로 밀어넣으면 심각한 문제들이 나타난다. 알뜰폰 시장마저 이통3사가 장악한 데다, 5G 부문에선 힘을 못 쓰고 있어서다.

#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 지난 10일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알뜰폰 사업자, 전문가와 함께 ▲알뜰폰 사업자간 인수·합병(M&A) 활성화 ▲데이터 대량구매를 통한 도매대가 할인 ▲수익배분 개선 ▲5G 요금제 활성화 등을 검토했다. 이통3사의 알뜰폰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했다.


#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가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알뜰폰 시장에 거대 자본을 지닌 빅테크 기업까지 뛰어드는 판국인 만큼 “골든 타임을 이미 놓쳤다”는 날선 비판도 적지 않다. 11년 동안 알뜰폰 시장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걸까.

“…MVNO(알뜰폰) 시장 활성화의 의미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어 요금 경쟁을 유도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이용자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데 있다(국회입법조사처 현안보고서 ‘MVNO 활성화 현황과 향후 과제’·2012년).”

2012년 6월, 정부 주도로 알뜰폰 사업이 국내 시장에서 본격 시작됐다. 이동통신시장에 알뜰폰이 생겨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5(SK텔레콤) 대 3(KT) 대 2(LG유플러스)로 고착돼 있던 시장 구조를 깨뜨리는 것, 둘째는 요금 인하와 서비스 증대 등 소비자의 이익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럼 10년 9개월이 흐른 현재, 알뜰폰은 당초 계획했던 2가지 목표를 이뤄냈을까. 이를 파악하려면 먼저 ‘알뜰폰 연대기’를 살펴봐야 한다. 알뜰폰이란 씨앗을 처음으로 국내에 뿌린 건 흥미롭게도 중소사업자였다. 2004년 에넥스텔레콤이 KT프리텔과 제휴하면서 국내 최초 MVNO 서비스가 탄생했다.

6년 뒤인 2010년 3월 정부가 MVNO 사업자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를 신설하면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뒤이어 2013년 9월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에서 위탁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매장을 운영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사업자도 어렵지 않게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자 이통3사와 대기업이 곧바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2년 1월 CJ ENM이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을 론칭한 이후 SK텔레콤(2012년 6월·SK텔링크), LG유플러스(2014년 4월·미디어로그), KT(2015년 4월·KT엠모바일)가 차례로 알뜰폰을 선보였다.

여기에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유통 공룡까지 참전하면서 2011년 24개에 불과했던 알뜰폰 사업자는 2017년 41개로 늘어났다. 그 덕분인지 2015년 알뜰폰 가입자도 500만명을 돌파하면서 부흥기를 맞는 듯했다.

[자료 | 업계 종합]
[자료 | 업계 종합]

하지만 정작 알뜰폰 시장의 문을 열어젖혔던 중소사업자들은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매년 불어나는 적자에 허덕였다. 알뜰폰 업계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적자만 330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알뜰폰에 사활을 건 중소사업자들에겐 치명적이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조차 수익성을 이유로 알뜰폰 사업에서 손을 뗐을 정도였다.

알뜰폰 업계가 매년 적자를 기록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이 성장하려면 결국 이통3사의 가입자를 뺏어와야 하는데,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유통망 인프라가 열악한 중소사업자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의 전파사용료를 2020년까지 총 350억원을 면제해 주면서 지원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었다.

그사이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브랜드 이미지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려나갔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236만9553명이었던 이통3사의 알뜰폰 가입자는 2022년 365만404명으로 3년 새 54.0%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중견사업자는 426만4319명에서 299만4189명으로 29.7% 감소했다. 지난 1월 알뜰폰 가입자 수가 1306만2190명(과학기술정보통신부)을 기록하면서 ‘가입자 1300만 시대’가 열렸음에도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웃을 수 없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더구나 견제해야 할 대상이 더 늘었다. 2019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이 대표적이다. 리브엠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2개월 만인 지난 2월 가입자 40만명을 돌파했고, 전체 알뜰폰 시장점유율의 3.0%를 차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같은 성적은 ▲KB국민은행 거래실적에 따른 할인 ▲KB국민카드 자동납부 등 자사 금융 서비스와 연동한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2월엔 핀테크 기업 토스가 ‘토스모바일’을 통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토스모바일은 자사의 기본 서비스와 연계한 서비스로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용하지 않은 데이터를 월 최대 1만원까지 토스포인트로 환급해주고, 토스페이 가맹점에서 결제금액 10%를 돌려주는 멤버십 혜택은 토스가 내세운 대표 서비스다. 토스 앱 가입자가 2200만명(2022년 하반기 기준)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소사업자에겐 버거운 경쟁자가 또 나타난 셈이다.

[자료 |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참고 | 증감률은 2019년 대비]
[자료 |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참고 | 증감률은 2019년 대비]

이렇듯 알뜰폰은 가입자 1300만명을 유치하며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는 데는 성공했다. 현재 52개에 달하는 알뜰폰 사업자도 생겨났다(2월 기준). 겉으로만 놓고 보면 이통3사 외의 알뜰폰이란 ‘제4의 세력’이 생겨나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도 활성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뜰폰 또한 ‘이통3사의 색’으로 물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들 기업과의 힘 싸움에서 밀려난 중소사업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다면 결국 알뜰폰 시장도 대기업 중심의 시장 정체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첫 번째 도입 목적(경쟁 활성화)만 놓고 보면 알뜰폰은 아직 ‘절반의 성공’만 거둔 셈이다. 그럼 알뜰폰으로 소비자들의 편익은 늘어났을까. 자세한 내용은  4편에서 다뤄보겠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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