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재테크하기 쉽지 않은 요즘
은행 상품 각광받고 있어
통장으로 준비하는 짠테크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 여기에 금리까지 올라 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직장인 재테크도 위축되고 있다. 다행인 건 금리인상의 반사효과로 ‘짜다(인색하다)’고 여겨졌던 은행 상품의 수익성이 꽤 높아졌다는 점이다. 투자상품과 함께 적절히 운용하면 달콤한 수익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30대 부부의 단짠단짠 재테크를 소개한다.

은행 금리가 높아진 만큼 투자상품과 함께 사용하면 괜찮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 금리가 높아진 만큼 투자상품과 함께 사용하면 괜찮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짠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인색하다는 의미의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철저히 보수적으로 자산을 굴리는 재테크 방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월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성인남녀 1000명 중 65.0%가 ‘안정형 예금·적금에 예치할 것’이라고 답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준비하겠다’는 답변은 22.0%에 그쳤다.

‘관심 있는 금융상품’을 묻는 질문에도 ‘안정형 저축’의 응답 비율이 47.0%로 ‘고위험 투자(17.0%)’ ‘장기 운용(10.0%)’ 등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짠테크가 유행하는 건 고물가와 경기둔화가 맞물리며 경기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계속된 고환율 정책으로 주식·펀드 등 자산시장이 주저앉고, 은행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도 직장인들이 은행 상품에 눈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어느새 직장인에게 짠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정훈(가명·36)씨와 이희은(가명·37)씨 부부도 짠테크에 관심이 많지만, 둘 다 재테크 경험이 없어서였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주식 경험은 전무하고, 저축도 적금통장 1개가 전부다. 이에 반해 부부가 해결해야 할 재무 이슈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날마다 커가는 자녀의 교육비를 마련해야 하고, 지금 사는 자가 빌라(시세 1억50 00만원)보다 더 넓고 쾌적한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문제는 목표를 이루기엔 재정 상태와 부부의 관계가 무척 나쁘다는 점이다. 가계부는 매월 마이너스를 찍고 있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부부 사이에선 돈 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벌이는 횟수가 늘어났다. 아내가 통장과 경제권을 맡는 것도 부부의 논쟁거리였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남편은 “돈을 물 쓰듯 한다”면서 아내에게 자주 잔소리를 늘어놨다. 결국 서로 이혼 얘기를 꺼내길 서슴지 않을 정도로 부부의 사이가 나빠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찾았다. “경제권을 한쪽이 쥐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경제권을 동등하게 갖기로 결정했다. ▲자녀 대학 등록금 마련 ▲아파트 이사 비용 마련 등 구체적인 재무 목표도 함께 정했다.

가계부도 정리했다. 지난 1차 상담에서 살핀 부부의 재정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둘 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550만원으로 남편이 330만원, 아내가 22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은 543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32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언급했듯 적금 10만원이 전부다. 부부는 한달에 585만원을 쓰고 35만원 적자를 내고 있었다.

2차 상담에선 지출을 대폭 줄였다. 부부는 식비·생활비부터 신용카드 할부금까지 총 208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35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173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이제 이 돈으로 부부의 목표를 이뤄줄 재무 솔루션을 세울 것이다.

그전에 다시 한번 부부의 재무 목표를 점검했다. 필자가 보기에 자녀 교육비와 아파트 이사 비용은 수월하게 마련할 듯하다. 현재 9살인 자녀 나이를 생각하면 대학 입학까지 11년이 남았는데, 지금부터 꾸준히 모으면 어렵지 않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가 현재 자가 빌라를 가진 만큼 집 걱정도 당분간은 할 필요가 없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돈을 모으면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부부의 재무목표에 ‘노후 준비’를 추가했다. “30대인 부부가 무슨 노후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노후 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개인연금과 같은 노후 관련 상품은 장기간 예치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또 상품 가입 시 가입자의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 요건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일찍 가입할수록 저렴하게 납입료를 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부부의 동의를 얻고 노후 준비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세워보자. 먼저 부부의 10만원짜리 기존 적금을 해지하고 월 100만원 납입하는 적금상품에 새로 가입했다. 앞서 언급했듯 ‘짠테크’ 방식을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부부는 기존 상품의 저축액을 늘리는 것보다 새로 가입하는 게 금리 면에서 더 이득을 볼 수 있다. 최근 예·적금 금리를 낮추려는 금융당국의 행보로 은행 금리가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진 6%대 적금상품이 꽤 남아 있어 곧바로 이용했다. 적금을 기존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90만원 늘린 셈이다.

다음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에 20만원씩 납입한다. 현재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세를 고려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지금은 청약을 이용해 분양 당첨의 기회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적금 100만원과 청약저축 20만원 등 120만원으로 자녀의 대학 학자금과 아파트 이사 비용을 대비할 것이다.

 

[자료 | 더스쿠프]
[자료 | 더스쿠프]

그런 다음 부부의 노후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부부는 개인퇴직계좌(IRP)와 개인연금에 각각 15만원씩 총 30만원을 납입할 예정이다. IRP는 세금 공제에 특화된 상품이다. 연소득 5500만원 미만이면 16.5%, 그 이상이면 13.2%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년에 7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원할 경우 내년으로 공제액을 이월할 수 있다는 유연함도 갖췄다. 언급했듯 개인연금은 빨리 가입할수록 이득이므로, 지금 들어 두면 노후에 많은 혜택이 돌아올 것이다.

원금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불리기 위해 적립식 펀드에도 매월 20만원씩 납입한다. 적립식 펀드는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원할 경우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투자상품인 만큼 원금 손실의 우려를 감안해야 한다. 재테크 초보인 부부를 위해 안전성이 높은 대형주 위주로 펀드 내용을 구성했다.

남은 13만원은 비상금 용도로 쓰기 위해 CMA통장을 만들어 납입하기로 했다. CM A통장은 하루만 납입해도 이자가 붙고, 일반 통장처럼 출금·예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 비상금 통장으로 제격이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173만원은 자녀 교육비와 이사 비용 마련(적금 10만→100만원·주택청약종합저축 20만원), 노후 준비(IRP 15만원·개인연금 15만원), 자산 운용(적립식 펀드 20만원), 비상금 마련(CMA통장 13만원) 등에 알뜰히 썼다. 이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이번 재무 상담을 통해 부부의 다툼이 칼로 물 베듯 지나갈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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