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용돈에 관대한 이들 적지 않아
사회생활 핑계로 과소비하지만
용돈 줄이기는 재테크 첫걸음
전체 소득 대비 비중 살펴야

재무설계를 하다보면 상담자들이 생각보다 용돈을 많이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전체 소득에서 5분의 1가량을 용돈으로 쓰는 가계도 수두룩하다. 지금 소개하고 있는 월 550만원을 버는 30대 맞벌이 부부의 용돈도 100만원에 달했다. 이런 식으론 지출을 줄이기도, 재무목표를 달성하기도 힘들다.

재무설계는 용돈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는 용돈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출을 크게 줄여 노후를 일찌감치 준비하고 싶어 하는 박상현(가명·36)씨와 이윤희(가명·36)씨 부부. 그 일환으로 부부는 전세 아파트(시세 2억3000만원)에서 돈을 더 보태 새집을 장만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 박씨가 이씨 모르게 친동생에게 5000만원을 빌려주면서 문제가 생겼다. 사업을 하는 동생은 코로나19를 핑계로 변제를 차일피일 미뤘고, 그러면서 부부의 계획도 틀어졌다. 자연히 부부 사이도 나빠졌다. 아내는 박씨가 잘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통장과 공인인증서 등 경제권을 혼자 관리하기 시작했고, 남편도 이런 아내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다행히 최근 빚을 조금씩 갚기 시작했지만, 나빠질 대로 나빠진 부부 사이를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월 수십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는 부부의 가계부도 문제였다. 현재 상태론 답이 없다고 판단한 부부는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필자가 상담 중에 파악한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소득은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330만원을 벌고,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아내가 220만원을 버는 등 550만원이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00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37만원, 금융성 상품 60만원 등 월 597만원이 빠져나간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597만원을 쓰고 47만원 적자를 낸다. 부채는 신용카드 할부금 300만원이 있고, 박씨 동생이 갚아야 할 잔액은 4000만원이다. 부부가 상담을 통해 대비하고 싶은 재무 목표는 ‘저축액 늘리기’ ‘노후 준비하기’ 등 2가지다.


지출 줄이기에 들어가기 전, 필자는 아내에게 “마음을 추스르고 남편과 다시 경제권을 공유할 것”을 권했다. 혼자보다 둘이서 관리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내가 필자의 권유를 받아들이면서 악화했던 부부의 관계에도 진전이 생겼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지출 줄이기에 들어갔다. 지난 2편에선 정수기 렌털비 3만원(4만→1만원), 스마트폰 요금 등 통신비 10만원(21만→11만원) 등 13만원을 줄였다. 이에 따라 47만원 적자도 34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론 재무 솔루션을 세울 수 없으므로, 이번 시간엔 나머지 지출의 대부분을 손볼 생각이다.

먼저 한달에 130만원씩 쓰는 식비·생활비를 살폈다. 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 식비(90만원)다. 최근 들어 상담을 청해온 가계의 식비가 100만원 이하인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배달앱을 즐겨 쓰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비도 덩달아 뛰어오른 듯하다.

배달음식은 집에서 먹는 음식이지만 외식하는 것과 가격이 별반 다를 게 없다. 기본적으로 가격이 비쌀뿐더러 배달 수수료가 2000~3000원씩 발생해서다. 박씨 부부도 평소 배달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다. 박씨는 “보통 1주일에 5일 정도,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이틀에 한번꼴로 집에서 외식을 하는 거나 다름없는 셈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곤 하지만 횟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아니나 다를까, 부부는 배달앱에서 가장 높은 멤버십 등급을 수개월째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면 배달앱에서 한달에 쿠폰 몇개를 제공하는데, 이걸 쓰기 위해서 또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배달음식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또 식단표를 세우고 직접 요리해 먹을 것을 권했다. 그러면 식비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식비를 1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30만원 줄이고 한달간 생활해본 뒤, 금액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조절할 생각이다.

다음은 보험료(52만원)다. 부부의 자녀가 아직 아홉 살이란 점을 감안하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인지 보장 목록은 특별히 건드릴 것이 없었다. 보장이 중복되는 보험들을 약간씩 손을 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적립보험료는 옵션에서 뺄 필요가 있었다. 적립보험료는 말 그대로 적립만 해준다. 만기 시 적립해 왔던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능만 있을 뿐, 보험 기능은 없다. 보험에 드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함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는 보험료를 52만원에서 40만원으로 12만원 절감했다.

적립금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200만원은 모두 신용카드 할부금(월 30만원·총 300만원)을 갚는 데 썼다. 액수가 좀 모자랐는데, 최근 박씨 동생이 변제 목적으로 보낸 돈을 활용해 나머지 100만원을 채웠다. 그 덕분에 부부는 신용카드 할부금 30만원을 지출 목록에서 뺄 수 있었다.

세탁비(10만원)도 살폈다. 남편이 옷과 신발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비싼 신발과 옷 몇가지를 자주 세탁소에 보낸다고 한다. 비싸게 사더라도 오래 입으면 남는 장사라곤 하지만, 매월 발생하는 세탁비만 아껴도 1년에 수십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박씨는 세탁소 이용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따라서 세탁비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절반 줄었다.

마지막으로 각자 50만원씩 쓰는 부부의 용돈도 확 줄였다. 평소 지인 모임이 잦은 부부는 커피값과 술자리에 용돈의 대부분을 쓴다. 소득(550만원)의 5분의 1가량이 용돈으로 나가는 건 분명한 과소비다. 앞으론 모임 횟수를 좀 줄이고 카페 이용도 약간 자제하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총 100만원이었던 부부의 용돈을 5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식비 30만원(130만→100만원), 보험료 12만원(52만→4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0만원(30만→0원), 세탁비 5만원(10만→5만원), 부부 용돈 50만원(100만→50만원) 등 127만원을 줄였다. 이에 따라 기존 34만원 적자가 났던 부부의 가계부도 93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이제 재무 솔루션을 세우는 일만이 남았다. 애당초 부부의 재무 목표가 저축액 늘리기, 노후 준비 등 2가지뿐이므로 93만원으로 이를 대비하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관건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 여유자금을 불려나가느냐다. 부부의 목표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다음 마지막 시간에 솔루션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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