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벤처단비기업➍
최창효 다정 대표
보호종료아동 자립 지원
소셜 프랜차이즈 모델 제시
‘이익공유제’로 초기 관리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18세가 되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들고 울타리 밖으로 나온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그런 혹독한 현실에 좌절해 방황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최창효(63) 다정 대표가 그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흥미롭게도 자신이 운영하던 고깃집 ‘국생돈’을 함께 걸어갈 발판으로 활용했다.

최창효 다정 대표는 보호종료아동의 일자리 문제를 알아채고 소셜 프랜차이즈 모델을 제시했다.[사진=천막사진관]
최창효 다정 대표는 보호종료아동의 일자리 문제를 알아채고 소셜 프랜차이즈 모델을 제시했다.[사진=천막사진관]

경기도 부천에서 ‘국생돈’이라는 고깃집을 하고 있는 최창효 대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보육원 봉사활동을 다닌다. 수북하게 쌓인 옷과 이불을 빨고, 묵은 먼지를 닦아내며 아이들과 소소한 담소도 나눈다. 그중엔 미취학 아동도 있지만, 보호종료를 앞둔 10대 후반의 청소년들도 있다.

그 아이들을 만날 때면 최 대표는 ‘가장 힘든 게 뭐니’란 질문을 던지곤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딱 두 가지더라고요. 당장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대요. 남들처럼 대학에 가고 싶다고도 하고요.”

아동복지법 제16조 1항에 따라 아동의 연령이 만 18세가 되면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보호종료아동). 이렇게 시설에서 퇴소하는 아이들은 전국에서 한해 2600명에 이른다. 그중엔 일찍부터 자립을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극소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심리적ㆍ경제적ㆍ사회적으로 낯선 환경에 놓이고, 숱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보호종료아동의 대학진학률은 일반청년보다 낮고 실업률은 높다.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반청년의 월 평균임금이 233만원인 데 비해 보호종료아동은 182만원을 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한 최 대표는 그 아이들이 현실에 갇혀 배움의 꿈을 접는 일이 없도록 재정적ㆍ심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와 사회단체의 지원이 ‘일자리 연결’에 그친다는 한계를 알아챈 최 대표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건 자신이 운영하는 고깃집 ‘국생돈’을 배움의 연결고리로 삼는 거였다. 

“인천재능대학과 MOU를 맺어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이 국생돈으로 현장견학ㆍ실습을 나오고 있습니다. 그 플랫폼을 활용하면 배움(대학)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학교 측에 얘길 꺼냈죠. 다행히 학교 측에서도 우리 뜻에 공감하며 장학제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 대표가 추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론은 대학에서, 실무는 국생돈 본점과 직영점(합정점)에서 배운다. 이론과 실무 교육을 마친 후엔 창업 의지에 따라 국생돈 신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자기 소유의 점포를 가질 수 있고, 국생돈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하는 윈윈(win-win) 시스템이다.

여기서 끝나도 기존의 단순 지원보다 몇 단계 더 나아간 것이지만, 최 대표는 하나를 더 생각했다. 냉혹한 창업 시장에선 점포를 연다고 무조건 성공한단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이익공유제’다.

본사가 선투자를 통해 점포를 차려주고,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폐업하는 구간인 3년 동안엔 본사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지원 대상자의 실패 확률을 줄이면서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자체 보호 장치다. 

“음식점을 오래 해보니까 3년이란 시간이 꽤 중요하더라고요. 3년을 넘기고 나면 그때부터는 단골고객이 생깁니다. 하지만 혼자 그 시간을 버티긴 어렵겠죠. 그동안 우리가 관리를 해주면서 자립할 준비를 돕는 겁니다.”

최 대표가 보호종료아동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일종의 ‘소셜 프랜차이즈’는 긴 호홉이 필요한 사업이다. 교육에서 자립까지 이어지고, 최소 3년이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최 대표는 이것이 최대 약점일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사회적기업은 많은 인원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우린 완전히 반대입니다. 소수의 인원을 심도 있게 돌보는 게 목표이니까요. 전 이런 방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인생을 함께 걷는 일이잖아요.”

최 대표는 지난해 소셜 프랜차이즈 모델로 부천시 단비기업에 지원했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정하게 함께 갑시다’란 의미를 담아 ‘다정’이란 회사도 설립했다. 아직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해 본격적인 걸음을 떼진 못했지만, 그 아이와 다정하게 손잡고 함께 걸을 날을 최 대표는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단비기업은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필요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모토로 시작한 부천형 소셜벤처 브랜드입니다. 딱 한장만 내면 되는 ‘One page 사업계획서’ 시스템으로 문턱을 낮췄고, 2017~2022년 총 54개팀을 발굴했습니다. 이번 소셜기록제작소에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단비기업 6기 중 8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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