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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향한 질문 4편
국민연금 신뢰도 갈수록 하락
보험료율 인상 필요해도 못 해
정치 중립적 자동조절장치 필요
실비보험에도 있는 당연한 장치

국민연금 제도를 불신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 제도를 불신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87만4225명. 2022년 11월 30일 기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입니다. 임의가입자는 국민연금 가입 의무가 없는 자율 가입자를 의미합니다. 2021년(93만9752명)보다 6만5527명(7.0%) 줄었습니다. 일부에선 “국민연금의 신뢰도가 떨어진 탓”이라고 해석합니다.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신뢰 회복이 필요해 보이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국민연금 신뢰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소식들이 시시때때로 들려옵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투자 수익률은 역대 최저인 –8.2%를 기록했습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가 발이 묶였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심지어 수익률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기금운용을 대행한 운용사들에 지급한 위탁수수료가 2021년에만 2조원이 훌쩍 넘었다는 말까지 여기저기서 새어 나옵니다. 국민은 손해를 보고 있는데 기금운용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 같아 속이 쓰립니다.

어디 이뿐일까요. 국민연금의 세대 간 수령액이 다른데,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을 아예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고령층에게 든든한 존재인 것도 아닙니다. 국민연금에 기초연금까지 합해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러자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제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최소 12%에서 15%까지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연금 적립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겁니다.

설득력이 없진 않습니다. 수익률은 나쁘고 고정비는 늘었는데 노후보장은 안 되니 보험료율을 올리긴 올려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은 ‘이마저도 완전한 해법이 아니다’면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입니다.

보험료율을 올려도 ‘적립금 고갈’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가 2021년 93만9752명에서 87만4225명으로 7.0%나 줄어든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문제는 국민이 국가의 제도를 불신한다는 건 국가를 믿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그럼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를 만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 국민연금 제도를 불신하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시나요.
“제도를 만들기만 했을 뿐, 역대 어느 정부도 올바른 운영을 위한 원칙을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이죠. 원칙이 없으면 제도는 정치 논리에 따라 이리저리 표류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 보험료율조차 상황에 맞게 올리지 못하는 경직된 제도가 된 거죠.”

✚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해야 하는 건가요. 
“국민연금은 강제성이 있는 탓에 많은 이들이 세금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보험입니다. 일반적인 보험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상황에 따라 보험지급액이 달라지면 사전에 합의된 약관에 따라 보험료율이 달라지죠.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그런 ‘사전에 합의된 약관’ 같은 원칙이 없었던 겁니다.”

✚ ‘적립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원칙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원칙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왜인가요. 
“두 가지 이유를 들어볼게요. 우선 정말 적립금이 고갈돼서 특정 세대에 연금을 못 줄 수도 있다면 그 특정 세대에는 보험료를 걷지 말아야죠. 하지만 계속 ‘줄 수 있다’면서 걷고 있잖아요. 그래놓고 정부가 ‘특정 세대는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건 국민을 속이는 거죠. 그럼 연금 지급 여부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는 건데, 5년마다 바뀌는 정부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면 원칙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 다른 이유도 말씀해주시죠.
“적립금 고갈 시점이 있다는 건 국민연금이 시한부 재정이란 방증이에요. 그 시점을 늦추기 위해선 계속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건데, 그럼 그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져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적립금 고갈을 늦추려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건 무원칙을 자인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그렇다면 국민연금에는 어떤 원칙이 필요한 건가요.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똑같이 유지되도록 해야 제도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보험료율을 예로 들자면 자동조절장치 같은 게 필요해 보입니다.”

✚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예산을 짤 때 총 연금지급액을 계산합니다. 그다음 연금수급자 등을 기계적 방정식에 넣어 ‘보험료율’을 산정합니다. 다시 말해 연금지급액에 따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겁니다. 흥미로운 건 이게 굉장히 특별한 장치가 아니라는 겁니다.”

✚ 그게 무슨 뜻이죠?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하나쯤 가입하고 있는 실비보험도 마찬가지죠. 이걸 국민연금에 적용하자는 겁니다.” 


✚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보험료율을 정하면 지금보다 보험료율이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보험료율이 갑작스럽게 올라가지 않도록 부담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죠. 그걸 현재 적립된 기금으로 할 수 있습니다. 매년 경제 상황을 봐 가면서 보험료율 인상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 기금을 사용하는 거죠. 1058조원(2022년 기준)의 적립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 적립금 소진 이후의 설계까지도 가능하겠네요. 
“그런 셈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운영 원칙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 개혁은 운영 원칙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사진=뉴시스]

더스쿠프는 통권 531호 ‘재분배 없는 연금은 정의로운가’에서 국민연금 재정관리 방식이 적립방식만이 아니라 부과방식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가 언급한 ‘자동조절장치’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다름 아닌 ‘부과방식’입니다. 이처럼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지나치게 ‘먼 이야기’쯤으로 취급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행복한 복지에서 이어나가겠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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