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코리아 점주 계약해지
사측 “가맹점 아니어서 회사 재량”
점주 “가맹점 마땅히 보호받아야”
사측 분쟁조정 테이블에 앉지도 않아
독일 본사 뒤에 숨은 아디다스코리아

아디다스코리아는 점주 100여명 중 80여명에게 “2024년까지만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사진=뉴시스]
아디다스코리아는 점주 100여명 중 80여명에게 “2024년까지만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사진=뉴시스]

# 나이키와 쌍벽을 이루는 ‘아디다스(아디다스코리아)’는 한때 매출액 1조원대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 덕분이었다.

# 그랬던 아디다스는 지난해 ‘온라인’을 강화하겠다면서 점주 100명 중 80여명과의 계약관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내년까지 유예기간을 줬지만, 매장 확장과 리모델링에 거액을 투자하고,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점주들로선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 문제는 지금의 법 체계에선 아디다스 점주들이 법적 보호를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아디다스 판매점은 가맹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부랴부랴 점주들이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조정을 위한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다. 이 문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까.

본사와 같은 상표의 간판을 달고, 본사로부터 물품을 매입해 판매하고, 본사의 교육과 관리를 받고, 본사 정책에 따라 매장을 확장하고 리모델링했다면…. 이 매장은 가맹점일까 아닐까. 점주들은 “가맹점이다”고 주장하지만 본사는 “아니다”면서 대립각을 세운다.

양쪽의 주장을 좀 더 자세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점주 주장을 보자. “과거엔 본사의 판매만 대행하는 ‘위탁판매(대리점)’ 방식이었지만, 2004년부터 모든 매장이 본사로부터 제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사입제’ 형태로 전환한 만큼 가맹점으로 봐야 한다.” 반면 본사는 “가맹사업을 한 적이 없고, 가맹계약을 체결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팽팽한 대립 구도가 형성된 곳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아디다스코리아)’다. 아디다스 매장이 가맹점인지 여부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건 지난해 아디다스코리아가 점주들에게 일방적인 계약종료를 통보하면서다. 

사실 가맹점을 둘러싼 대립은 중요한 함의를 품고 있다. 점주들의 주장대로 ‘가맹점’이란 법적 지위를 인정받으면 많은 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디다스코리아 본사가 일방적으로 상품 공급을 중단할 수 없다.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상 본사가 가맹점에 상품이나 용역 공급을 부당하게 중단하거나 거절하는 경우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점주들이 본사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현행 국내법은 최대 10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송범준 가맹거래사는 “대부분 의류 브랜드들이 아디다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디다스의 분쟁 사례가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거다. 

■ 논란의 시작 = 그렇다면 아디다스에선 왜 이런 논란이 발생한 걸까. 시계추를 지난해 1월로 되돌려 보자. 당시 아디다스코리아는 전략발표회를 열고 온라인과 직영점 위주로 사업을 개편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0여명의 점주 중 ‘퓨처 파트너’ 20여명만 남기고 매장을 통폐합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면서 점주들에게 ‘퓨처 파트너’가 되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2월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향후 투자계획 등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본사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점주는 많지 않았다. 결국 일부 점주만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5월 아디다스코리아는 퓨처 파트너 19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나머지 80여명의 점주들에겐 “2024년까지만 상품을 공급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아디다스코리아와 길게는 10~30년간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해온 점주들로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이하 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상당수 점주가 본사 정책에 따라 2018~2019년에 걸쳐 매장을 확장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했다”면서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는데 본사는 투자 회수기간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계약종료를 통보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디다스코리아는 2021년 점주들과 공유했던 ‘온라인 판매권’까지 박탈했다. 아디다스는 온라인 주문이 들어왔을 경우 가까운 매장에서 배송하는 방식으로 공식 온라인몰을 운영해왔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은 본사와 점주가 공유했다.

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온라인몰 매출까지 본사가 독점하면서 점주들의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점주들이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본사에 요구했지만 글로벌 정책이라는 말만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온라인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글로벌 플랫폼을 도입했고, 그에 따라 매장에서의 배송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디다스코리아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아디다스 독일 본사에 돌리고 있다. 점포를 구조조정하는 것도, 온라인 판매권을 독점한 것도 모두 본사의 ‘글로벌 정책’ 때문이라는 거다. 아디다스 본사는 2021년 3월 ‘온 더 게임 2025(Own the game 2025)’라는 이름의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2025년까지 ‘소비자 직접 판매(DTC·Direct To Consumer)’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이는 경쟁사 나이키를 벤치마킹한 결과물이다. ‘나이키’가 추진한 것처럼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대신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늘리고, 온라인과 연계하는 방식을 택했던 거다. 이런 맥락에서 “점주와의 갈등은 아디다스 본사 정책 때문”이란 아디다스코리아 측의 주장은 일면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디다스코리아 측이 뒷짐만 진 채 ‘나 몰라라’하는 것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아디다스 독일 본사도 프랜차이즈(가맹) 사업임을 밝히고 홍보하고 있는 만큼 점주의 갈등을 풀기 위한 법적 강구책을 마련하는 게 순리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자료|업계 종합]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자료|업계 종합] 

■ 논란의 해결점 = 하지만 점주들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난 1월 점주협의회는 ‘(아디다스코리아는) 가맹사업임을 인정하고 가맹사업법을 준수하라’면서 경기도 분쟁조정지원센터에 분쟁 조정 신청을 냈지만 아디다스코리아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결국 조정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 점주들은 지난 8일 서울 홍대 아디다스 직영점 앞에서 “일방적 계약 종료 통보를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아울러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목조목 따진 다음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아디다스코리아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레 명동의 내로라하는 입지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점주들은 길거리로 나와 생계를 걸고 싸우고 있는데, 임차료만 수억원대에 달하는 매장을 열어젖힌 셈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기업의 정책이야 필요한 부분인지만 ‘파트너’인 점주들의 피해를 외면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 점주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손실을 입지 않도록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등 본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파트너와의 갈등이나 불협화음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명성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과연 가맹점의 눈물을 닦아줄까. 지금까진 회의적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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