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꺼낸 새 중간요금제
가성비 낮아 소비자의 혹평 받아
KT와 LG유플도 SK 전철 밟을까
업계 3위인 LG유플엔 기회지만
출혈 마케팅 우려해 안 내릴 수도

SK텔레콤이 새로운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 KT와 LG유플러스의 차례인데, KT가 최악의 CEO 공백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인지 LG유플러스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LG유플러스가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만한 중간요금제를 론칭할 수 있느냐다.

LG유플러스가 새 중간요금제를 선보일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가 새 중간요금제를 선보일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이 새로운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 KT와 LG유플러스의 차례인데, KT가 최악의 CEO 공백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인지 LG유플러스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LG유플러스가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만한 중간요금제를 론칭할 수 있느냐다.

SK텔레콤이 출시할 예정인 새 중간요금제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SK텔레콤이 구색 맞추기 식으로 요금제를 출시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23일 SK텔레콤은 기존 중간요금제 ‘베이직플러스(데이터 24GB 제공·월 5만9000원)’에 추가 요금(3000~9000원)을 내면 최소 37GB에서 최대 99GB의 데이터를 더 쓸 수 있도록 하는 새 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이는 지난 2월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중간요금제를 내달라”고 요청한 정부 주문에 SK텔레콤이 따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 요금제가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령, SK텔레콤의 ‘5GX 레귤러(7만9000원·250GB)’를 쓰는 소비자가 새 중간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요금제(6만2000원·37GB)를 선택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요금제 가격은 21.5% 하락하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85.2%나 기존보다 감소한다.

새 요금제 중 가장 비싼 요금제(6만8000원·99GB)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요금제 가격 인하율(13.9%) 대비 데이터 제공량 감소율(60.4%)이 4.3배 더 많다. 소비자 입장에선 손해 본다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존 5G 이용자가 신규 요금제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K텔레콤의 새 요금제가 혹평을 받으면서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KT와 LG유플러스에 쏠리고 있다. 두 업체가 좀 더 개선된 요금제를 선보일지, 아니면 같은 전철을 밟을지 아직은 알 수 없어서다. 점유율 1위(47.7%·1월 기준)로 시장지배사업자로 지정돼있는 SK텔레콤은 심의를 거쳐 5월 1일에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과기부에 신고만 하면 언제든 출시가 가능하다. 맘만 먹으면 두 기업이 선수를 칠 수 있다는 거다.

그럼 두 기업 중 어느 쪽이 적극적으로 나설까. KT는 중간요금제에 공을 들일 여력이 많지 않다. 최근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들이 잇달아 사퇴의사를 표명하면서 최악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고 있어서다.

KT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과 요금제는 관련이 없다”면서 “고객 통신 이용 패턴을 감안해 새로운 5G 중간요금제와 시니어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SK텔레콤 중간요금제 대비 가격을 떨어뜨린 다음 출시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상세한 내용은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참고 | 1월 기준, 사진 | 뉴시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참고 | 1월 기준, 사진 | 뉴시스]

반면, ‘만년 3위’를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LG유플러스는 공격적인 중간요금제를 론칭할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상태다. 과기부에 따르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7725만2335명(1월 기준)으로 인구수(5158만명·행정안전부 2022년 5월 기준)를 한참 뛰어넘었다. 한국 성인남녀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97.1%에 달한다는 한국갤럽의 설문조사(2022년 6월)도 ‘레드오션’이 된 이동통신 시장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이통사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면 경쟁사의 가입자를 뺏어와야 하는데, LG유플러스에 새 중간요금제는 가입자를 유인할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다.

과거에도 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4월 5G가 상용화하던 당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통3사 중 가장 많은 5G 기지국을 구축(5500곳·2019년 기준)한 곳도 LG유플러스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LG유플러스가 저렴한 중간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이통3사가 LTE 시절부터 ‘뺏고 빼앗는’ 식의 출혈경쟁을 자제해온 만큼 LG유플러스 역시 SK텔레콤과 비슷한 수준의 중간요금제를 발표할 것이란 주장이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가 저렴한 중간요금제를 낼 경우, 이통3사 간의 출혈 마케팅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통3사가 처음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을 때도 그랬다. SK텔레콤이 5만9000원에 24GB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를 선보이자, KT(6만1000원·30GB)와 LG유플러스(6만1000원·31GB)도 뒤이어 엇비슷한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가 출혈경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이번에도 SK텔레콤의 요금제와 가격을 맞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정부가 밀어붙인 중간요금제가 국민에게 도움을 주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LG유플러스의 중간요금제를 보면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LG유플러스는 소비자를 위한 요금제를 선보일까. 아니면 SK텔레콤의 무늬만 또 베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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