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제주맥주
우후죽순 쏟아진 수제맥주 속
지난해 매출 성장세마저 꺾여
수제맥주 정체성으로 돌파구

‘제주를 닮은 수제맥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제주맥주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마저 주춤하고 있다. 시장에 우후죽순 쏟아진 수제맥주들과 점유율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었던 탓인데,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수제맥주의 정체성’을 꺼내들었다. 제주맥주는 다시 수제맥주 인기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까.

제주맥주가 제주위트에일에 주력하며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사진=뉴시스]
제주맥주가 제주위트에일에 주력하며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사진=뉴시스]

2017년 여름 첫선을 보인 ‘제주위트에일’은 출시하자마자 높은 인기를 끌었다. 감귤 껍질의 상큼함과 부드럽게 퍼지는 시트러스향이 특징인 이 밀맥주는 수제맥주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출시 1년이 되지 않아 수제맥주 브랜드 인지도 1위는 물론 매출 1위까지 달성하며 국내 관련 시장을 이끌었다. 

제주위트에일의 성공을 발판으로 제주맥주는 제주 곶자왈에서 영감을 얻은 ‘제주펠롱에일(2018년)’, 제주의 여름밤을 떠올리게 하는 흑맥주 ‘제주거멍에일(2021년)’을 연이어 시장에 내놨다. ‘수제맥주 1호 상장사’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2021년 제주맥주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을 부여받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청약 경쟁률은 1748.25대 1로,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제맥주 시장 매출 1위, 1호 상장사라는 영광을 가져갔지만, 제주맥주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다. 실적이다. 제주맥주는 2015년 법인을 설립한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적자 규모는 해마다 불어나 지난해엔 100억원대(116억원)를 넘어섰다. 

회사 측은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계획한 적자’라고 설명해왔지만, 문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매출마저 주춤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288억3891만원이던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지난해 239억6994만원으로 16.9% 줄었다.

제주맥주의 실적은 왜 쪼그라든 걸까. 일단 수제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수제맥주가 많이 팔리는 편의점의 매출신장률을 보자. GS25에서 수제맥주는 2019~2021년 세 자릿수 매출신장률(전년 대비)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76.6%에 그쳤다. CU에서도 마찬가지다. 2019년 220.4%, 2020년 498.4%, 2021년 255.2%였던 매출신장률은 2022년 60.1%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후죽순 쏟아진 콜라보 형태의 굿즈 수제맥주에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낀 결과”라면서 “MZ세대의 관심이 위스키 또는 전통주 등으로 이동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맥주는 이 침체기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회사 측은 수제맥주의 정체성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2년 동안 편의점에서 100여개의 수제맥주를 출시했다. 그러면서 시장 파이를 나눠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시장이 정리되면 제주맥주의 가치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맥주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제주위트에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제주맥주는 과연 빼앗긴 소비자를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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