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 증시 주도주
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침체한 증시 이끌며 주가 상승
하지만 끝내 반짝 상승에 그쳐
테마주 상승세에 현혹돼선 안 돼

# 지난해 하반기 계속된 증시 부진을 멈춰 세운 테마주가 있다. ‘태조이방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이다. 단순한 테마주로 부르기엔 상승세가 무척 가팔랐다. 시장에선 증시 주도 산업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 그렇다면 태조이방원의 결말은 여느 테마주와는 달랐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태조이방원 관련주 12종목의 주가를 분석해봤다. 

태조이방원 관련주 가운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종목은 2차전지가 유일했다.[사진=뉴시스] 

2022년은 주식 투자자에겐 최악의 한해였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을 지지대 삼아 상승세를 탔던 주가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진은 예상보다 깊고 가팔랐다. 지난해 초 2988.77포인트로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는 2236.40포인트를 기록하며 25.1%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더 떨어졌다. 연초 1037.83포인트였던 지수는 679.29포인트로 34.5% 하락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중 꼴찌에 해당하는 성적표였다. 한국보다 주가지수 등락률이 낮은 곳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42.5%)가 유일했다.

주가를 끌어내린 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돌아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기조였다. 연준은 지난해 5월 1.0%(상단 기준) 기준금리를 12월 4.5%로 인상하면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빠르게 끌어들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증시를 이끌어온 제약·바이오, 게임, 인터넷 등이 힘을 잃은 것도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지수가 하락하던 주식시장에 난세의 영웅처럼 등장한 게 있었다. ‘태조이방원’이다. 태양광·조선·이(2)차전지·방산·원자력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태조이방원’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를 주도했다.

태양광은 고유가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미국이 태양광 부문 설비투자 비용과 생산시설 투자금액의 각각 최대 30%를 세액공제하는(2032년까지) 내용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넣으면서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조선과 방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주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2차전지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미국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이란 호재로 상승세를 탔다. 원전은 국내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의결하면서 전력 발전 구성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럼 대내외 호재를 만난 ‘태조이방원’ 관련주는 얼마나 뜨거웠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태조이방원’ 관련주로 불렸던 12개 종목(각 섹터당 2종목)의 주가 흐름을 분석했다. 분석 시점은 관련주와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로 설정했다. 

■ 뜨거웠던 여름 = 먼저 12개 종목의 7월 이후 성적표를 보자. 태양광 관련주인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7월 3만5900원에서 7월 말 5만5000원, 8월 말 6만8500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두달간 기록한 주가 상승률은 90.81%에 달했다. 한화에너지솔루션의 주가도 매서운 상승세를 탔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주가는 37.52%(7월 초 3만82 50원→8월 말 5만2600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의 반등을 이끈 테마주는 ‘태조이방원’이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의 반등을 이끈 테마주는 ‘태조이방원’이었다.[사진=뉴시스] 

태양광 관련주만 호재를 누린 건 아니었다. 조선주인 현대미포조선(19.15%),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61.51%)와 LIG넥스원(39.84%), 2자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29.73%) 등 12개 중목 중 절반에 달하는 6개 종목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7월 초 대비 12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7월 말 11.01%에서 8월 말 29.77%로 치솟았다. 특히 8월엔 12개 종목 모두 플러스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진에 빠진 국내 증시에서 ‘태조이방원’이 지수 반등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던 이유다. ‘태조이방원’의 열기는 국내 주가지수와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지난해 7~8월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7.22%(2305.42포인트→2472.05포인트), 10.68%(729.48포인트→807.04포인트) 상승했다. 주가지수보다 3~4배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이 ‘태조이방원’이었다는 얘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부진에 빠진 성장주의 빈자리를 ‘태조이방원’ 관련주가 메워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면서도 “관련 종목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섣부른 추격 매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짝 상승세를 기록하는 테마주를 투자 근거로 활용하는 건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장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8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태조이방원’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알려진 테마주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은 어떤 주식도 철저하게 분할 매수해 수익을 확보하고, 손절원칙을 지켜야 할 시점이다.”

■ 현실이 된 우려 = 이런 우려가 현실에서 나타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국내 주식시장이 큰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태조이방원’ 관련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8월 29.77%를 기록했던 12개 종목의 평균 주가 등락률은 9월 7.61%로 떨어졌다. 그나마 7월 초부터 주식을 갖고 있었던 투자자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8월 이후 ‘태조이방원’에 투자했다면 마이너스(-17.62%) 수익률을 피하긴 어려웠다.  

그 이후에도 ‘태조이방원’은 큰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12개 종목의 7월 초 대비 평균 주가 등락률이 10월 12.75%, 11월 20.77%, 12월 5.15%로 들쑥날쑥한 흐름을 보였다. 변동성이 높았던 탓에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면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태조이방원’의 주가가 가장 뜨거웠던 8월에 투자를 단행한 사람이라면 아직까지 손실을 입고 있을 공산이 크다. 12개 종목 가운데 지난해 8월 말 대비 3월 28일 주가가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은 3개(한화에어로스페이스·LG에너지솔루션·에코프로비엠)에 불과해서다. 나머지 9개 종목은 8월 말 대비 평균 22.35%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 유일하게 생존한 2차전지 = ‘태조이방원’ 관련주 중 그나마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는 2차전지가 유일하다. 주가 비교 시작점인 지난해 7월초 10만8600원이던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올해 2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3월 28일 22만4000원을 기록했다. 8개월 만에 106.26%의 수익을 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도 같은 기간 35만6500원에서 57만7000원으로 상승하며 61.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은 ‘태조이방원’에서 살아남은 2차전지로 더 쏠릴 공산이 크다. 국내 산업을 이끈 반도체 산업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2차전지가 그 공백을 메울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주가가 급등하면서 단기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2차전지는 대표적인 성장 사업인 동시에 국내 시가총액 상위 섹터이기 때문에 조정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조정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법안이 발표되면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조이방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테마였지만 여느 테마주가 그렇듯이 거품은 쉽게 빠졌다. ‘태조이방원’ 5개 테마 중 2차전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그 방증이다. 테마주 투자에 앞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유다.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선 영원한 주도주는 없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성장 가능성과 실적인데, 많은 전문가가 옥석을 가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막연한 기대감과 단기적인 이슈에 기댄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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