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실적 공개한 티빙
매출 늘었지만 적자도 커져
콘텐츠사용원가 늘었기 때문
시즌 합병 효과 반영되는 2023년
흑자 전환 기대하는 목소리 적어

티빙의 수익성이 악화했다.[사진=뉴시스]
티빙의 수익성이 악화했다.[사진=뉴시스]

티빙이 지난해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여러 기업과의 합종연횡으로 티빙의 콘텐츠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든 덕분이다. 다만 내실이 신통치 않다는 점은 문제다. 지난해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적자의 늪에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가입자를 끌어모아 성장하기 위해선 콘텐츠에 더 투자해야 하는데, 가입자 증가가 투자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1등 토종 OTT 플랫폼 티빙의 2022년 실적이 공개됐다. 티빙은 지난해 매출 24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8.2% 늘어난 수치로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티빙의 매출 대부분이 가입자가 내는 구독료로 구성된다는 걸 고려하면 유료 구독자 수를 전년 대비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성장동력-협업 결과물 = 티빙은 2022년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다양한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했다. 지난해 3월 KT와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인수ㆍ합병(M&A)과 투자시장에서도 두드러진 행보를 띠었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KT의 콘텐츠 자회사 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KT 5G 요금제에 티빙을 볼 수 있는 혜택을 추가했다. 

티빙은 협업 단계를 넘어서 KT의 OTT 플랫폼 ‘시즌’을 2022년 12월 1일부로 흡수했다. 지난해 6월엔 미국의 파라마운트글로벌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티빙 플랫폼 속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티빙은 OTT 경쟁의 핵심인 오리지널 콘텐츠도 다수 선보였다. ‘유미의세포들 시즌2’ ‘술꾼도시여자들2’ ‘아일랜드’ 등 인기 드라마를 독점 방영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체크인’ ‘여고추리반2’ ‘환승연애2’를 비롯한 예능 콘텐츠도 쏟아냈다. 

티빙은 미국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협업해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티빙은 미국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협업해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다.[사진=뉴시스]

■ 부메랑-적자의 덫 = 이렇게 티빙은 외형을 넓히는 덴 성공했지만,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티빙은 지난해 11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76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56.2% 커졌다. 티빙의 수익성이 악화한 이유는 영업비용이 부쩍 늘어난 탓이다. 2021년 2077억원을 지출했는데, 지난해엔 3667억원으로 76.5%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영업적자가 더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원인은 ‘콘텐츠사용원가’가 늘어났다는 거다. ‘콘텐츠사용원가’는 OTT 플랫폼 티빙이 고객에게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들어간 비용이다. 

2022년 티빙의 콘텐츠사용원가는 1168억원으로, 20221년 706억원에서 65.3%나 늘었다. 두번째 원인은 활발한 콘텐츠 협업한 탓에 지급수수료(633억원) 역시 전년 대비 56.3%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는 외형 성장에 성공한 티빙이 ‘딜레마의 덫’에 빠졌음을 시사한다. 

OTT 플랫폼은 유료 구독자를 늘리려면 매력적이고 다양한 콘텐츠의 수급이 불가피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를 추가하면 할수록 영업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티빙 역시 마찬가지다. 티빙의 콘텐츠 수급 관련 비용이 급증한 건 콘텐츠가 풍부해진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콘텐츠 제작비 자체가 증가한 영향이 적지 않다. 

중소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드라마의 경우 제작비 100억원 수준이면 블록버스터급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수백억원 이상을 쏟는 초대형 드라마가 잇달아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배우 출연료와 제작진 인건비가 오른 데다 후반 작업에서 CG가 필수가 되면서 콘텐츠 제작비 전반의 지출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콘텐츠 제작비 상승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OTT가 제작비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어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회사들은 국내외 제작사에 콘텐츠 가치를 후하게 쳐주면서 콘텐츠 수급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즌 합병’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올해에도 티빙의 ‘흑자 전환’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지 않은 이유다. 글로벌 OTT와 경쟁하려면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방송프로그램과 영화에만 적용됐던 영상콘텐츠제작비 세액공제에 OTT 콘텐츠가 포함됐다”면서도 “하지만 티빙 같은 대기업은 콘텐츠 제작비용에 3%만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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