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테슬라 주식 전량매도
워런 버핏 “자동차 경쟁사 너무 많아”
찰리 멍거 “전기차 리스크 너무 커”

투자의 대가들이 전기차와 거리를 두고 있다. 헤지펀드의 전설인 조지 소로스는 테슬라, 루시드, 리비안 등 전기차 회사 주식을 대부분 매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미국 투자의 대가들이 전기차 회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사진은 리비안의 전기차. [사진=뉴시스]
미국 투자의 대가들이 전기차 회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사진은 리비안의 전기차. [사진=뉴시스]

■ 소로스 전기차 손절=전설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는 12일 올해 1분기 보유 종목을 공시했다. 소로스펀드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유 주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전기차 보유 비중을 크게 낮췄다. 

소로스펀드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주식을 24만2399주를 매입해 총 33만2046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한 분기 만에 전량을 매도했다. 이 펀드는 올 1분기 전기차 회사 리비안 주식도 대부분 매도했다(1076만5726주). 지금은 360만주만 보유하고 있다. 

소로스펀드는 리비안 투자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소로스펀드는 지난해 5월 리비안 주식 604만주를 매수해 1900만주 이상 확보하면서 이른바 ‘물타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1년 전 24달러 선이었던 리비안 주가는 무려 48.07% 하락하면서 12일 현재 12.9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소로스펀드는 리비안 투자에만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리비안의 문제는 생산량이다. 리비안은 올해 1분기 전기차 생산량이 9395대, 고객 인도량은 이보다 적은 7946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4분기보다 생산량, 고객 인도량 모두 감소했다. 리비안은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슬라가 가격을 내리자 치명타를 입었다.

조지 소로소의 전기차 투자는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소로스펀드는 지난해 1분기 전기차 회사 루시드 주식 60만주를 샀지만, 한 분기 만에 전량 매도했다. 리비안과 마찬가지로 루시드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생산량, 고객 인도량 모두 줄면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루시드의 올해 1분기 고객 인도량은 전 분기 대비 27.2% 감소한 1406대였는데, 이는 월가의 예상치인 2000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루시드 주가는 12일 현재 1년새 59.45% 하락한 7.0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 들어 14.10% 상승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조지 소로스는 1973년 퀀텀 펀드를 설립했고, 2011년 은퇴할 때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지금은 개인 재산을 가족 펀드인 소로스펀드에서 운용하고 있다. 소로스는 올해 92세로 워런 버핏과 동갑이다. 소로스는 1990년 영국 중앙은행이 파운드화를 독일 마르크화 대비 6% 내외로 고정한 것을 빌미로 파운드화 공매도에 나섰고, 결국 영란은행을 굴복시키며 유명해졌다. 

■ 버핏 “자동차는 힘들어”=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월 트위터에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알파벳 T로 시작하는…”이라고 답했다. 머스크는 이어 “2008년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와 점심을 먹었는데,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때 테슬라에 기업가치 2억 달러 밑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현재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가 넘는다. 

일론 머스크는 두 달이 지난 6일 마침내 버크셔 해서웨이의 솔직한 답을 듣을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이날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멍거와 나는 오랫동안 자동차 산업이 그냥 너무 힘들다(tough)고 느꼈다”고 말했다. 

버핏은 구체적인 이유도 들었다. “자동차 산업은 괜찮은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이미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너무 많은데, 경쟁자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어느 시점에서 분명히 승자가 나올 것이지만, 그렇다고 1위 자리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전기차 회사 BYD를 바라보는 90대 현역 투자자 버핏과 찰리의 의견은 더 짧았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2일 1년 만에 BYD 지분을 11번째 매도한 이후 불과 며칠이 지난 시점에 워런 버핏은 “우리는 여러 면에서 일론 머스크와 경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찰리 멍거는 “우리는 (일론 머스크처럼) 그렇게까지 많이 실패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동차 회사를 향한 워런 버핏의 입장은 이미 오래전에 정립된 것으로 보인다. 워런 버핏은 주총에서 헨리 포드를 언급했다. 그는 “며칠 전 GM의 1932년 연례보고서를 읽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헨리 포드는 당시에도 적자를 내고 있었다. 나는 애플이 5~10년 후에 어떤 위치에 있을지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이 5~10년 후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동차 회사에 투자하기보다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지역 대리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동차 판매 계열사인 BHA(Berkshire Hathaway Automotive Group)는 미국 전역에서 자동차 판매 대리점 82개, 프랜차이즈 매장 106개를 운영해 연간 8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BHA 대리점 소속 딜러들은 신차‧중고차는 물론이고 정비나 차량 제품들을 판매한다. BHA는 인터넷에 가격을 공개하고, 프랜차이즈 매장에게 매출과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에 차량을 공급하기 때문에 대리점의 입지가 중요하다. 현재 상당수 대리점이 텍사스‧애리조나에 밀집해 있고, 두개 주에서 전체 매출의 70%가 발생한다. 

90대 현역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 위)과 찰리 멍거 부회장. [사진=뉴시스]
90대 현역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 위)과 찰리 멍거 부회장. [사진=뉴시스]

버크셔 해서웨이가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 대리점에 집중하는 덴 테슬라‧BYD‧리비안 등 전기차 회사들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찰리 멍거는 “벤자민 그레이엄은 가치주의 옹호자였지만, 그의 순자산 대부분은 자동차 보험회사 ‘가이코’를 통해서 형성됐다”며 “저평가된 훌륭한 회사를 사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버핏과 멍거 두 투자의 대가들은 전기차 회사의 독특한 위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멍거는 “전기차는 곧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것이고, 이는 무척 흥미로운 발전”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자본비용과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버핏은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시장을 소유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버핏의 신뢰를 받는 자동차 회사는 따로 있었다. “나는 페라리가 무척 특별한 위치를 갖고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지만, 페라리는 1년에 단지 1만1000~1만2000대를 파는 회사다.” 페라리는 지난해 1만3221대를 팔았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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