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윗 사전 승인 합의 유효
머스크, SEC와의 항소심서 패소
트윗 통해 이슈 만드는 머스크
정작 매도·매입 계획 트윗 안 해

일론 머스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자유를 얻는 데 실패했다. 머스크는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테슬라 관련 게시물(트윗)을 올리기 전 변호사의 사전승인을 받는다’는 SEC와의 합의가 부당하다고 항소했지만, 1심에 이어 또 패소했다. 여러 차례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금융당국의 조사까지 받아야 했던 머스크의 ‘말’을 되짚어봤다. 

일론 머스크가 SEC와의 트윗 사전검열 합의를 무효화 해달라며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사진=뉴시스]
일론 머스크가 SEC와의 트윗 사전검열 합의를 무효화 해달라며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사진=뉴시스]

■ 말말말➊ 트윗 봉쇄=미국 뉴욕시 제2연방항소법원은 15일 “일론 머스크가 2018년 SEC와 맺은 ‘트윗을 게시하기 전에 변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합의는 타당하다”며 머스크의 항소를 기각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6월 “SEC와의 합의는 사전 검열에 해당해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담은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합의를 무효화해 달라고 뉴욕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후 항소한 바 있다.

사실 SEC와 머스크는 수없이 많은 싸움을 거듭해 왔다. SEC는 2018년 8월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서 사실이 아닌 정보를 게시해 주식시장에 혼란을 줬다”며 머스크 테슬라 CEO와 회사를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했다. 머스크는 그해 8월 7일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SEC 조사에 따르면 머스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와 회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회사로 만들겠다’는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진 않았다. 

2019년 SEC는 머스크 측과 ▲테슬라와 머스크에 각각 2000만 달러 벌금, ▲머스크가 45일 안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이를 최소 3년 동안 유지, ▲테슬라는 트위터나 블로그 등 매체를 통한 머스크의 공개 발언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사내에 설치하되 금융 관련 내용일 경우 증권법 전문 변호사의 사전승인을 받는 데 합의했다. 

■ 말말말➋ 합의 위반=그렇다고 잠자코 있을 머스크가 아니다. 머스크는 2021년 11월 6일 테슬라 주가를 몇개월 동안 흔들어놓을 트윗을 게시했다. “최근에 다들 미실현 이익이 조세회피 수단이라고들 하는데, 그래서 내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의 10%를 파는 걸 제안한다(Much is made lately of unrealized gains being a means of tax avoidance, so I propose selling 10% of my Tesla stock).”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 6250만명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는 다음날 오후 3시까지 진행됐고, 341만9252명이 투표해 57.9%가 찬성했다. 당시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1억7050만주였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10%인 1700만주의 가치는 210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했다. 

머스크는 2021년 12월 말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1560만주를 팔아 164억 달러를 확보했다. 그런데 머스크의 보유지분은 1억7700만주로 오히려 늘어났다. 머스크가 2021년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스톡옵션을 행사해 2280만주를 챙겼기 때문이다. 

이 기간 테슬라 주가는 10% 이상 떨어졌다. 대주주의 대규모 자사주 매도로 테슬라 주가는 투표 전날인 2021년 11월 5일 종가 기준 407.36달러에서 12월 31일에는 352.20달러로 추락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지분 매각은 트위터 팔로워들의 투표 때문이 아니었다. 매각은 사전에 계획된 이벤트였다. 머스크는 상장사 임원이 자사주를 팔 때 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지 않도록 규정한 미국 연방 증권거래법 ‘10b5-1 플랜’ 조항에 따라 트위터 투표 2개월 전인 9월에 이미 매각 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SEC는 2019년 자신들과 맺었던 합의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했고, 머스크는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서면 판결문에서 “2018년에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자본가에 등극한 머스크가 경제적 압박으로 지분 10%를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지분 매각 트윗이 SEC와의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2심 법원은 SEC가 그의 수많은 트윗 중에서 2개만 조사했고, 이 2개의 트윗은 모두 합의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 말말말➌ 표현의 자유=머스크는 지난해 4월 26일 트위터 인수협상을 진행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트위터에 게시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근원이고, 트위터는 미래의 중요한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공론의 장이다.” 

머스크는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인수 의사를 농담처럼 내비치다가 마침내 지난해 10월 27일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하고, 비상장회사로 전환했다. 머스크는 인수 다음날 자신이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를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내비쳤다.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2명의 가짜 해고자를 의도적으로 끌어들인 뒤 주류 언론들과 인터뷰를 시켰기 때문이다. 가짜 해고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머스크가 2008년에 트위터를 인수했다면, 미셸 오바마는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트위터가 상장회사일 때나 있는 것이다. 회사를 한명이 소유할 때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는 나치나 하는 말이다.” 가짜 해고자들은 2주일 후 트위터 본사를 방문해 머스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진=뉴시스]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진=뉴시스]

일론 머스크는 왜 ‘트윗의 자유’에 집착하는 걸까. 트위터를 인수할 때도 테슬라 주식 수십조원어치를 팔 때처럼 머스크의 트윗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4월 4일 “트위터 지분 9.1%를 3월 14일에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머스크가 트윗을 통해 말하지 않은 것도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매집에 나선 것은 사실 1월 31일이었다는 내용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트위터 주주들로부터 “주식 취득 공시를 미뤄 우리 지분을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에 팔도록 했다”며 집단소송을 당했다. 미국 증권법은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인수하면 이를 10일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 소송은 진행 중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