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1편
10년 전 재무상담 받았지만
시간 흐르면서 의지 흐지부지
원점으로 돌아간 가계부 상태
2번째 재무설계 성공 가능할까

여기 과거 재무상담을 받았음에도 목돈을 모으는 데 실패한 부부가 있다. 처음 1년은 플랜대로 성실하게 생활했지만, 바쁜 직장 생활과 육아에 치이면서 점점 초심을 잃어갔다. 어느덧 10년이 흘렀지만 부부의 통장 잔고는 여전히 ‘0원’이다. 이 부부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재무설계는 상담 후가 더 중요하다. 계획을 실천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어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는 상담 후가 더 중요하다. 계획을 실천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어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김상현(가명·48)씨는 퇴근길에 버릇처럼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이번 달도 적자가 날 듯하다. 빚도 없고 소비습관이 나쁜 것도 아닌데, 통장은 좀처럼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

“저랑 세웠던 계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문득 10년 전, 재무설계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신혼이던 30대 중반에 김씨는 돈을 계획적으로 모으기 위해 재무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재무설계사는 김씨에게 지출을 줄일 방법들을 알려주며 “계획적으로 생활해야 돈을 아낄 수 있다”고 신신당부했다.

처음 1년 정도는 재무설계사 말대로 열심히 생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씨의 다짐도 무뎌지기 시작했다. 때론 치열한 회사생활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때론 회사 동료나 지인과의 관계를 위해 잦은 술자리를 가졌다. 재무설계사와 함께 만든 플랜이 조금씩 틀어졌고, 그럴 때마다 김씨의 의지도 조금씩 꺾였다. 40대 초반에 빚을 다 갚았을 무렵엔 그나마 갖고 있던 목표의식도 잃었다.

그런 김씨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두 자녀(14·12세)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사교육비는 점점 불어났고, 직장에서도 나름 높은 위치에 서자 축의금·부조금·생일선물 등 여기저기 새나가는 지출도 늘었다. 저축도 많이 하지 못했다. 월 40만원씩 납입하는 변액연금보험과 최근 20만원씩 붓기 시작한 적립식펀드가 전부다.

문제는 김씨의 정년 퇴직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저축을 늘리고 싶은 게 김씨의 심정이다. 하지만 회사 일만으로도 벅찬 김씨로선 혼자서 가계부를 정비하기가 쉽지 않다. 아내 양혜미(가명·41)씨도 아르바이트에 두 자녀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이유로 김씨는 다시 한번 도움을 얻기 위해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왔다.

사연을 들었으니 이제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710만원으로, 대기업을 다니는 김씨가 한달에 610만원을 번다. 아내 양씨는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100만원을 보태고 있다.

정기지출은 항목 가짓수가 좀 많다. 공과금 31만원, 식비·생활비 135만원, 영양제 구입비 20만원, 통신비 26만원, 정수기 렌털비 3만원, 유류비·교통비 35만원, 보험료 72만원, 부부 용돈 120만원, 자녀 용돈 15만원, 자녀 교육비 170만원, 세탁비 7만원 등 634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자동차 관련 비용(200만원·이하 1년 기준), 경조사비(140만원), 명절비(100만원), 의류비·미용비(200만원), 여행비(200만원) 등 840만원이다. 한달로 치면 평균 70만원씩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두 자녀까지 포함해 4명 각각의 이름으로 10만원씩 가입한 변액연금보험(40만원)과 적립식펀드(20만원)가 있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764만원을 쓰고 54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적자는 1년에 걸쳐 520만원씩 받는 상여금으로 어떻게든 해소하고 있다. 상여금은 정기 수입이 아니므로 상담에선 제외하기로 했다.

김씨처럼 곧 50대가 되는 상담자들은 대부분 노후 대비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자의든 타의든 남은 직장 생활이 길어야 10~ 1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려고 나름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때가 지출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자녀들의 사교육비가 급격히 늘어난다. 40대 후반 직장인의 대부분은 집을 장만하느라 빌렸던 대출을 여전히 갚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 김씨가 언급했듯 주변을 챙기느라 각종 경조사비와 선물 비용이 늘어난다. 따라서 40대 후반부터 노후를 대비하기엔 상황이 만만치 않다. 필자가 상담 때마다 “노후 대비는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50대를 목전에 둔 이들이 월급 외 소득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20~30대 땐 ‘젊은 패기’로 부업이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추가수입을 노려볼 수 있지만, 육체적으로 나이가 든 40~50대는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같은 이유로 투자 스타일도 보수적으로 변해 재테크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자칫 원금을 까먹었다간 노후가 망가지는 게 한순간이라서다.

이렇게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가 세운 목표는 ▲자녀 사교육비 적정선 잡기 및 자금 마련, ▲김씨 은퇴 후 한달에 100만원씩 수령하기 등 2가지다. 언급했듯 집 마련을 위한 대출금을 모두 청산했으므로, 필자가 보기에 지출만 효과적으로 줄인다면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김씨 부부의 의지다. 과거 부부는 솔루션대로 생활하는 데 실패한 경험이 있다. 상황이 크게 바뀐 게 아니라면 다시 재무설계를 받아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김씨 부부는 2번째 상담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계속 다뤄보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c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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