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엔데믹 이후 되살아난 항공 업계
1분기 역대급 실적 기록한 LCC
해외여행 수요 대폭 늘어났지만
항공기·현지 조업 인력 수급난에
항공편 공급 속도 더뎌지는 상황
‘기재 마련’ LCC 업계 최대 과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지난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4개 LCC가 나란히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모처럼 찾아온 훈풍에도 LCC 업계는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를 충족할 만한 항공기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사진=뉴시스]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에 빠졌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오랜만에 봄바람을 맞았다. 올 1분기 역대급 성적을 기록하면서다. 9개 LCC 중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항공사는 4곳에 달했다. ▲제주항공(매출 4223억원ㆍ영업이익 707억원), ▲진에어(매출 3225억원ㆍ영업이익 849억원), ▲티웨이항공(매출 3888억원ㆍ영업이익 827억원), ▲에어부산(매출 2131억원ㆍ영업이익 478억원)이다. 

LCC 업계가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엔데믹(풍토병ㆍendemic) 덕분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엔데믹 체제로 전환하며 굳게 닫았던 국경을 다시 열자,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여행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1~3월 LCC 국제선을 이용한 여행객 수는 2만233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엔데믹 국면에 접어든 2023년 1~3월 국제선 이용객 수는 270만445명에 달했다. 2년 새 120배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1분기 좋은 성적을 거둔 LCC 업계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급증한 국제선 수요에 비해 각 항공사의 항공편 공급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다. 

언급했듯 올 1~3월 국제선 수요는 2021년 대비 120배 늘었지만, 같은 기간 국제선 운항 편수는 30배(2021년 1~3월 556편→2023년 1~3월 1만5128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제선 공급좌석 수는 5만5514석에서 301만1086석으로 54배가 됐지만, 이 역시 국제선 이용객 증가폭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항공편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LCC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항공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국적항공사, 외항사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비행기를 들여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엔 다름 아닌 ‘인력난’이 있다. 지금 항공 시장에는 비행기를 만들 사람이 부족하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몸집을 줄였던 항공기 제작사, 부품 제조사들이 인력 재고용에 애를 먹고 있어서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주문해도 만들 사람이 없어 제작이 늦어지니, 각 항공사의 기재(항공사에서 보유ㆍ운항 중인 항공기의 통칭) 도입이 지연되는 건 당연하다. 

이 때문에 항공 시장엔 비행기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선 승객을 실어 나르고 싶어도 띄울 수 있는 비행기가 없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까스로 항공기를 확보한다고 해도 실제 운항까진 걸림돌이 남아 있다.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선 조종사, 기내 승무원뿐만 아니라 청소, 정비, 급유 등을 담당할 지상조업 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조업사 역시 코로나19로 감축했던 인력을 다시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다른 LCC 업계 관계자는 “당장 투입할 비행기가 있어도 현지 조업 인력이 없으면 운항을 못 한다”면서 “항공기를 언제, 얼마나 띄울 것인지 정해야 정확한 노선 운항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항공기 수급난과 시장의 인력난이 계속되면서 적시ㆍ적확한 운항 플랜을 짜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결론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해도 항공사가 빠르게 공급편을 늘릴 수 없는 건 운항에 투입할 비행기와 조업 인력을 자유자재로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공기 수급 불균형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다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기까진 아직 멀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를 따져봐도 올 1~3월 LCC의 국제선 이용객 수(270만445명)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3월(이용객 수 372만5959명)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와 LCC의 상황이 다르다면서 말을 이었다. “올해까진 기저효과, 엔데믹 전환 등으로 국제선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LCC가 선호하는 기종에 주문이 몰리면 지금처럼 기재의 수급이 더디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재정난을 피하기 위해 대형 항공사보다 비행기를 더 많이 감축한 LCC로선 ‘있는 손님’을 태우기도 벅찬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거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각국의 방역 정책이 LCC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면, 이제는 기재가 허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장사가 잘돼도 걱정, 안돼도 걱정인 LCC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언제쯤 돌파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