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다음-카카오 왜 엉켰나➋
다음의 숱한 서비스 종료 공지
최근 다음 사세 축소의 원인
mVOIP 먼저 내놓은 마이피플
카톡 위세에 눌려 서비스 종료
클라우드 종료 결정도 아쉬워
개선했다면 좋은 무기 됐을 수도
네이버와의 점유율 격차만 확대

카카오에 합병된 다음은 숱한 서비스를 종료했다. 카카오와 사업 영역이 겹쳤거나 ‘선택과 집중’을 꾀하겠다는 게 이유였지만, 포털 산업에서 존재감이 옅어지는 다음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정이었다. 폐지 대신 서비스를 특화하거나 개선했다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가 카카오와의 합병 이후 다음이 종료한 서비스들을 돌아봤다. 

카카오가 종료한 마이피플은 직장인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많이 쓰였다.[사진=뉴시스]
카카오가 종료한 마이피플은 직장인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많이 쓰였다.[사진=뉴시스]

2015년 6월 30일, 모바일ㆍPC 메신저 서비스 ‘마이피플’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서비스의 종료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종료가 결정되기 1년 전인 2014년 5월, 마이피플 서비스를 론칭한 다음(daum)이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와 합병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입장에선 카카오톡과 서비스 영역이 겹치는 서비스를 굳이 존속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카카오가 마이피플을 종료한 건 합리적인 결정인 듯하다. 성격이 똑같은 서비스가 한 지붕 아래에서 경쟁을 펼치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라서다. 

다만 최근 카카오가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경영 결정으로 꼽힌다. 2015년 카카오가 마이피플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살려놨다면, CIC가 된 현재의 다음엔 큰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설득력이 없는 주장도 아니다. 당시 마이피플의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 이 서비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2800만명,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120만명 수준이었다. 점유율 측면에선 ‘절대 강자’ 카카오톡에 견주기 어려웠지만, 기술력만은 남부럽지 않았다.

마이피플이 선보인 몇몇 기술은 카카오톡을 앞섰다. 가령, 마이피플은 2011년 2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이용한 무료통화 기능을 출시했다. 같은 기술을 활용한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 세상에 나온 건 이듬해 6월의 일이었다. 모바일 메신저이면서 PC버전을 선보인 것 역시 마이피플이 카카오톡보다 먼저 이뤄낸 성과였다. 

IT 업계 관계자는 “당시 마이피플은 카카오톡보다 PC버전을 일찍 출시하면서 직장인 등 틈새시장을 나름의 방식으로 공략하고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협업툴이 직장인의 필수품이 됐고,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의 기업용 버전인 카카오워크를 출시했다는 걸 고려하면 그때 서비스를 종료하기보단 비즈니스 특화 서비스로 개선했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다음을 삼킨 뒤 마이피플과 비슷한 운명을 겪은 서비스는 또 있다. 2011년 론칭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다음클라우드’는 2015년 12월 31일 서비스가 종료됐다. 당시 카카오 측은 “빠르게 변화하는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다음클라우드는 오랜 기간 서비스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있게 논의해왔다”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서비스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결론에 다다르면서,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다음과 연계한 서비스에 조금 반응이 없다 싶으면, 곧장 중단하는 사례가 잦았다.[사진=뉴시스]
카카오는 다음과 연계한 서비스에 조금 반응이 없다 싶으면, 곧장 중단하는 사례가 잦았다.[사진=뉴시스]

당시 카카오가 개인용 클라우드 사업에 손을 뗀 이유는 수익성의 태생적 한계에서였다. 무엇보다 클라우드를 무료저장용량까지만 사용하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유료 서비스 고객이 늘더라도 서버 인프라 등의 유지비를 고려하면 수익을 내는 게 쉽진 않았다. 아울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드롭박스 등 글로벌 사업자가 이미 점유율을 잠식해 판도를 뒤집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카카오의 다음클라우드 종료 결정은 결론적으로 패착이 됐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같은 서비스인 ‘마이박스’를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마이박스 유료 사용자는 지난해 말 100만명을 기록하면서 1년 전(58만명)과 견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누적 사용자는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쏠쏠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 마이박스는 현재 국내 개인용 클라우드 시장에서 구글클라우드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털 서비스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커뮤니티 영역에서도 카카오가 제 손으로 접은 서비스는 숱하다. 다음의 찬란한 과거를 상징하던 다음아고라가 대표적이다. 2004년 12월 문을 연 다음아고라는 사회 여러 주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주고받는 ‘온라인 공론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아고라의 대표 서비스인 청원 게시판엔 사회 각계에서 고발의 목소리와 억울한 사연이 몰렸다. 아고라가 운영되는 15년 동안 1000만명 이상이 3000만건 이상의 글을 작성했다. 

하지만 각종 소셜미디어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등장으로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2019년 1월 끝내 폐쇄를 결정했다. 카카오는 “온라인 환경과 트렌드 변화로 인해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공간이 많아졌고, 15년의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커뮤니티 기능을 수행하던 다음블로그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정이라지만, 네이버 블로그의 상황과 대조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밀리며 한물갔다는 평가가 나오던 네이버 블로그는 최근 들어 부활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2021년 새로 생성된 네이버 블로그 수는 2020년보다 7.14% 증가한 200만개였다. 

특히 블로그에 게시된 신규 콘텐츠 수가 3억개를 넘어서며, 2003년 서비스 시작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20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런 성과는 네이버가 블로그의 강점을 젊은 세대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 데서 기인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는 형식에 제한이 많은 글로벌 SNS와 견줘 짧은 글부터 긴 글까지 모두 쓸 수 있다.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을 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모바일 전환에만 매달렸던 카카오는 다음이 축적해 놓은 콘텐츠와 역량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채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 먹은 측면이 있다”면서 “다음의 강점이었던 커뮤니티 기능이 약해지면서 포털 산업 경쟁에서 네이버에 속수무책으로 잠식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카카오가 멜론을 삼키면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다음뮤직의 서비스가 2015년 6월 종료했고, 다음이 운영하던 키즈 전용 포털인 다음키즈짱 역시 2015년 9월 문을 닫았다. 다음tv팟은 카카오TV 론칭을 전후로 지원이 끊겼다가 2017년 2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는 다음 서비스의 맥을 줄줄이 끊어놓으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단 신규 서비스로 부진을 씻겠다는 포부를 펼쳤지만,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다음 모바일 첫 화면에 ‘카카오뷰’를 띄우는 등 카카오톡과 연계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시한 게 대표적이다. 카카오뷰는 흥행에 실패한 뒤 현재 개편 작업을 밟고 있다. 

다음 출신의 한 벤처업체 CEO는 “다음은 카카오에 인수된 뒤 고객 반응이 조금 신통치 않다 싶으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례가 너무 잦았다”면서 “인터넷 접속의 관문 역할을 하는 포털이 기능을 축소하면 경쟁력을 잃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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