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빚 역대 최대 감소
부동산 대출 역대 최대치로 증가
은행 금리 인하, 대출 확대 불씨

올해 1분기 가계신용이 역대 최대폭으로 줄면서 본격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시작됐다. 2분기 연속이다. 가계대출은 3분기 연속 줄었다. 감소세도 2021, 2022년 증가세에 비교하면 완만하다. 그러나 부동산 대출은 여전히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1분기 가계 빚이 대폭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올해 1분기 가계 빚이 대폭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 가계 빚 분기 최대 하락=올해 1분기 가계신용(가계빚)이 직전 분기보다 13조원 이상 줄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분기 연속 감소고, 전년 동기 대비 처음으로 줄었다. 분기 감소폭으로도 역대 최대이며,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빚)이 사상 처음으로 동반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3분기 연속 축소됐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과 판매신용(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가계부채를 뜻한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 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3조7000억원(0.7%) 줄었다. 


먼저 가계대출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1739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조3000억원 줄어들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 등이 포함돼 있는 ‘기타 대출’이 15조6000억원 줄면서 디레버리징을 주도했다. 6분기 연속 감소다.

카드 사용금액을 뜻하는 판매신용 잔액도 1분기 114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조4000억원 줄었다. 판매신용은 9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보다 감소했다. 

1분기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감소세를 보였지만, 과거 대출 증가세에 비하면 비교적 완만하게 줄어들면서 연착륙 기대감을 키웠다. 부채 축소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소비가 쪼그라들어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박창현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23일 기자설명회에서 “2020~2021년에는 분기별로 가계신용이 30조원 이상, 월평균으로는 10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면서 “1분기 가계신용 감소는 월평균으로 4조5000억원이기 때문에 완만한 부채 축소 과정”이라고 말했다. 

■ 남은 불씨=가계부채 축소가 본격 시작된 건 고무적이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축소는커녕 되레 증가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1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 분기보다 5조3000억원 늘어난 101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의 ‘2023년 4월중 가계대출 동향 잠정치’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2월에 각각 6000억원씩 감소했지만, 3월 1조원, 4월 1조9000억원 늘어나면서 갈수록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지난 1월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이 3개월 만에 올해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원의 80%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은행들의 금리 인하다. 지난 2월부터 은행들이 앞다퉈 금리를 내리면서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대출 연체율이 올해 들어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와 대출 확대는 불안함을 키운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 대형은행들은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식으로 올 2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0~0.75%포인트씩 낮췄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면서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하고 최저 연 3.41% 금리를 적용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대환)’ 고객에게 금리를 0.6%포인트 내려주고, 올 4월엔 최저 연 3.57%의 특판을 진행했다.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 대출은 올 1분기 부채 축소를 주도했다. 하지만 4월에는 감소폭이 확연하게 줄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기타 대출은 올 1월 7조1000억원, 2월에는 4조7000억원, 3월에는 6조원 감소했다. 하지만 2분기의 시작인 4월에는 1조7000억원 감소에 그쳤다.

■ 갈 길 먼 디레버리징=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 부채 축소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5.3%로 미국의 75.2%, 일본의 67.9%보다 크게 높다.

가계대출이 감소했지만, 디레버리징을 운운하기엔 갈 길이 아직 멀다.[사진=뉴시스]
가계대출이 감소했지만, 디레버리징을 운운하기엔 갈 길이 아직 멀다.[사진=뉴시스]

우리는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도 100%를 넘어섰다. 2021년 한국의 기업부채비율은 113.7%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당시 113.5%를 뛰어넘었다. 다만, 한국의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21년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가계가 12.6%, 기업이 40.3%로 높은 편이다.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이 너무 빠른 것도 문제다. BIS가 43개 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이미 89.4%로 전 세계 순위에서 8위를 기록했다. 2017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긴 나라는 스위스 등 6개 나라였다. 한국 부채 비율은 2018년 91.8%, 2019년 95.0%로 계속 올라갔고, 2020년 처음으로 100%를 넘겨 103.0%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105.8%로 4위에, 2022년 3분기에는 105.3%로 3위에 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28일 게재한 BOK 이슈노트를 통해서 “가계신용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한 경우에는 선행연구에 비해서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욱 클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가계신용비율이 80%로 근접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급속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금융불안 요인인 만큼 완만한 속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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