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지수 33년 만에 최고치
日 지난해 12월 사실상 금리인상
아베노믹스 효과 나타났지만
10년간 유동성 풀려 버블 우려

일본 주식시장이 뜨겁다. 닛케이지수는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많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린 10년이라는 시간이 변수다. 그만큼 자산시장에 거품이 발생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일본의 ‘사실상 금리인상’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함도 존재한다.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도쿄증권거래소. [사진=뉴시스]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도쿄증권거래소. [사진=뉴시스]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날인 22일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3만1086으로 마감했다. 버블경제 막바지였던 1990년 7월 26일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다. 23일 닛케이지수는 소폭 하락한 3만573.93으로 마감했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모든 보통주를 대상으로 한 토픽스 지수도 역시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아베노믹스 뒤늦은 성공=일본 증시의 랠리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오랜 기간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달러당 엔화 환율이 상승한 효과로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수급 상황도 개선됐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2조1000억엔 순매수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좋아졌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SMBC닛코증권이 잠정집계한 2022회계연도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사 1308개의 매출은 전년보다 14.2%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4.2% 증가했다. 일본 회계연도는 4월에 시작해 3월에 끝난다. 

일본 증시의 상승세는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집권한 후 펼친 아베노믹스 정책의 효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무제한 완화가 핵심인 아베노믹스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완화 정책으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버블을 어떻게 통제해 연착륙시킬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 

아베노믹스 금융정책의 핵심은 달러당 엔화 환율 상승과 무제한 양적완화로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물가하락)으로 고통받아 왔기 때문에 금융정책의 목표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물가상승이다. 

아베노믹스의 창시자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 [사진=뉴시스]
아베노믹스의 창시자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 [사진=뉴시스]

우선 엔화 환율을 보면, 아베 정권 출범시 달러당 70엔대였던 것이 6개월 만에 100엔대로 30%가량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환율 상승세가 높아져 한때 달러당 150엔에 달했지만, 현재 138엔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 목표치였던 2%대도 충족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4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해 4개월 동안 2%대를 유지했다. 

이처럼 아베노믹스가 제시한 정책 목표들은 충족됐다. 다만, 10년이 걸렸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10년 동안 했다면 경제 전반에 버블이 껴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달러당 엔화 환율의 상승도 10년 전과 달리 일본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예상치를 훌쩍 넘겨버린 물가상승률 등은 일본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놓고 있다. 

■ 금리인상기 진입=지난해 12월 20일 일본이 사실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사실상’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인상도 아니고, 완화정책의 출구 조치도 아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는 -0.10%로 유지하면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 금리의 목표치 허용범위의 상단을 ±0.25%에서 ±0.5%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양적완화 정책을 위해 시중에서 매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입한도는 12조엔으로 유지했다.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ETF 매입한도는 유지하는 전략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려 했던 거다. 이 조치로 과다하게 올랐던 달러당 엔화 환율은 150엔대에서 130엔대로 내리며 안정을 찾았다.

[※참고: 일본은행은 양적완화의 수단에 국채‧MBS채권뿐만 아니라 리츠나 ETF와 같은 일반 금융상품을 포함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시장에 직접 개입해 자산가치에 왜곡을 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다른 길을 택했다. 일본 ETF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7% 성장해 60조엔 규모로 성장했는데, 일본은행이 전체 ETF 자산의 8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일본은행은 2016년 1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같은해 9월부터는 수익률곡선관리(Yield Curve Control·YCC)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YCC 정책이란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을 두고, 그 이상으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를 떨어뜨리는 경기부양 정책이다. 

지난 4월 일본은행은 신임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금융완화 정책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공개한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초저금리 지속’이라는 문구와 ‘팬데믹’이라는 부분을 삭제하면서 여지를 남겼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소통 수단을 말한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말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올라가자 사실상의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생각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상승했고, 올해 1월에는 4.3%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주춤했던 물가는 올해 4월 CPI 상승률이 예측치였던 2.5%를 무려 1.0%포인트나 초과해 3.5%를 기록하면서 다시 상승 전환했다.

■ 금리인상 여파➊ 자국=일본의 금리인상 여파는 먼저 자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국가부채가 문제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배가 넘는다. 정부부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도 GDP의 1.2배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일본은행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50.26%를 보유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시작한 직후였던 10년 전보다 무려 다섯배나 늘어났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미국 국채 보유 비율은 20%이고, 유럽중앙은행의 역내 국채 보유 비율도 30%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일본의 단기채 제외 국채 발행 잔액은 1065조6000억엔이다.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그만큼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의 시가평가 손해액이 늘어난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1% 오를 때마다 일본은행의 장부상 손해액은 10조엔이 증가한다.[※참고: 국채 금리와 국채 가격은 역관계다.] 

■ 금리인상 여파➋ 해외=일본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세계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일본이 오랫동안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펴온 탓에 일본 투자자의 자국 및 해외 국채 보유량이 막대하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국채에 투자했던 자금이 금리 인상으로 일본으로 돌아오면 전 세계 국채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활황기를 맞은 일본 증시를 두고 ‘거품론’이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활황기를 맞은 일본 증시를 두고 ‘거품론’이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서 금리가 높은 해외 국가 채권 등에 투자하는 ‘엔 케리 트레이드’도 변수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여러 나라에 들어가 있던 일본 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해당 나라의 채권 시세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미국 국채가 영향을 받으면, 이는 다시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다. 지난 3월 기준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1조8870억달러(약 2510조원)이다.

이로 인해 일본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는 지난 4월 7일 “일본은행이 정책을 조정해 장기금리가 올라가고, 올해 10월에는 4분기 금융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 범위를 0.75%까지 확대하고, 달러당 엔화 환율은 올해 4분기 124.00엔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