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 펄스나인
인터뷰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자체 딥리얼 AI 기술 개발해
버추얼 아이돌 이터니티 제작
대역 필요 없는 생성형 AI
연내 기술 공개 앞두고 있어

2021년 3월 걸그룹 ‘이터니티(ETERNITY)’가 세상에 공개됐다. 한해 60~70팀의 아이돌이 데뷔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이터니티의 데뷔는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아이돌, 이를테면 가상인간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이터니티를 만든 박지은(40) 펄스나인(PULSE9) 대표는 가상인간 아이돌로 어떤 세상을 꿈꾸는 걸까.

박지은 대표는 AI 기술 개발과 엔터사업 두 축을 끌고 나가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박지은 대표는 AI 기술 개발과 엔터사업 두 축을 끌고 나가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펄스나인은 AI 그래픽 전문 회사다. 2017년 이 회사를 창업한 이는 평범한 직장인이던 박지은 대표다. 9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대학원에 진학해 ‘딥러닝’을 처음 접하고 흥미를 느낀 그는 창업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챗봇’을 연구하고, ‘머신러닝 기반으로 한 AI 세무상담 서비스’를 주제로 서울시 창업경진대회인 ‘서울혁신챌린지’에 입상하며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펄스나인을 창업했다.

✚ 창업은 세무상담 AI로 하셨다고요?
“챗봇을 연구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만한 정보를 전달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AI에 세무상담을 받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 주제로 서울혁신챌린지에서 수상했는데 막상 창업하고 보니,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 어떤 점에서요?
“AI 기반이 챗봇을 자영업자들이 부담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수준으로 만드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척 높은 난도의 기술이 필요했어요. 텍스트를 처리하고 오디오 시그널과 비전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모두 필요한데, 그게 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기술이거든요. 그 AI 기술을 6년 전에 다 개발해서 승부한다는 게 승산이 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행에 어려움이 있었군요.
“그래서 그중 비주얼을 처리하는 비전기술에 일단 집중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 비전기술을 개발하는 건 좀 수월했나요?
“지금은 챗GPT 등 생성형 AI가 열풍이지만 그때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었어요. 성능도 별로였고요. 가령, 고양이를 만든다고 하면 고양이인지 솜뭉치인지 모를 추상적이고 기괴한 결과물이 나오는 때였죠. ‘그럴 바엔 아예 추상적인 사물을 만들자’ 해서 그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 그림이요? AI로 그림을 그린다는 얘긴가요?
“AI와 그림을 접목한 AI 화가 ‘이매진AI’를 2019년 개발했습니다. 극사실화로 유명한 두민 작가와 협업해 ‘독도’를 그려 주목을 받았고, 그해 10월에 갤러리도 개관했는데 이 역시 미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 이번엔 무슨 이유였나요?
“갤러리가 소소하지만 그럭저럭 잘됐어요. 그런데 2020년 초에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어쩔 수 없이 갤러리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했죠. ‘이렇게 된 거 기술개발에 더 집중해보자’며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 그 결과물이 가상인간인가요?
“맞습니다. 처음엔 추상화였지만 점점 정확도가 높아져 예술작품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됐고, 그다음엔 실제 사람과 흡사한 가상인간의 얼굴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2021년 데뷔한 세계 최초의 버추얼 아이돌 ‘이터니티(ETERNITY)’는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등장한 셈이죠.”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 이터니티는 딥리얼 AI 기술로 탄생했다.[사진=펄스나인 제공]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 이터니티는 딥리얼 AI 기술로 탄생했다.[사진=펄스나인 제공]

✚ 이터니티는 어떤 기술로 탄생했나요?
“가상인물 자동화 기술인데요. 현재 많이 활용되는 기술 중 하나입니다. 다른 게 있다면 주로 게임사 엔진을 사용하지만 펄스나인은 자체 개발한 ‘딥리얼 AI(DEEP REAL AI)’라는 기술로 이터니티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딥리얼 AI는 AI를 기반으로 가상인물 이미지를 생성해 직접 촬영한 이미지 혹은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이다. 인종과 남녀노소 구분 없이 리얼한 얼굴을 생성해 영상 속 얼굴의 시선 처리, 근육 등을 학습해 가상인물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 그럼 이터니티는 가상인물이지만 실제 모델도 있다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이터니티는 11명으로 구성된 걸그룹인데, 대역풀이 10명 정도 됩니다. 캐릭터마다 주특기와 특징이 있어서 다양한 인재풀이 필요했죠. 그런데 이게 비용이 적잖이 듭니다. 걸그룹 한팀 데뷔시키는 데 수십억원이 필요하단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최근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 그럼 이젠 대역이 없이도 가상인물 이미지를 모두 만들 수 있는 건가요? 
“네, 맞아요. 생성형 AI는 대역 없이 전체 이미지를 모두 생성하는 기술입니다. 그러면 촬영장을 섭외하고, 전문가에게 스타일링을 받고, 비싼 명품 옷을 사서 입히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면에선 훨씬 경쟁력이 있을 테고요. 아직은 상용화 전 단계로, 개발자들과 열심히 기술을 다듬고 있습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데 올해 안엔 공개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AI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기대가 크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여러 혼란이 있을 거란 점 때문입니다.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혼란이 또 하나의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무슨 의미인가요?
“혼란 속에도 중심은 있잖아요. 중심을 잡는 사람들이 남을 거고, 그렇게 구축되는 세상은 또 다른 인류의 진화인 셈이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인간은 한번 태어나면 인생을 확 바꾸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가상에선 여러 인생을 대리 체험해볼 수 있어요. 그걸 통해서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세상살이를 더 깊이 깨달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펄스나인의 다음 스텝이 궁금합니다.
“펄스나인은 기술개발과 그를 기반으로 엔터사업을 하는 테크테인먼트 회사입니다. 이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거 같아요. 원대한 꿈도 있지만, 그보다는 눈앞의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고 싶습니다.”

✚ 예를 들자면요?
“10월에 이터니티 첫 정규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공간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이뤄질 예정이고요. 다른 아티스트도 초대하는 복합적인 콘텐츠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도 처음 시도하는 거라 매 순간이 시행착오입니다.”

✚ 버추얼 아이돌의 오프라인 콘서트라니 흥미롭네요.
“업계에서도 ‘또 뭘 하려나 보다’라는 시선으로 펄스나인을 지켜보고 있어요.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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