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태의 본질➌
폐쇄적으로 운영돼온 선관위
독립성만 강조, 감사는 거부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 공개
선관위는 공개 대상서 제외
헌법기관이라는 게 이유
긴 시간 선관위 방치한 국회
사건 터지자 법안 발의 나서
뒷북만 치는 금배지 괜찮나

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 자녀의 특혜채용 의혹에서 출발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선관위의 문제점이 까도 까도 계속 나오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최고 헌법기관 중 하나인 선관위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여기엔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선관위에 감시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정부와 문제가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은 국회의 무책임이 숨어 있다. 더스쿠프의 視리즈 선관위 사태의 본질 세번째 편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부분 감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부분 감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는 視리즈 선관위 사태의 본질 2편에서 ‘헌법기관’ 선관위의 문제점을 알아봤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란 이유로 긴 시간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선관위 서열 1위인 사무총장은 35년째 내부인사가 독차지했다. 비상근직인 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관례처럼 맡아왔다. 헌법기관의 독립성만 강조했고, 외부의 감사는 받지 않았다.

이런 폐쇄성 때문인지, 최근 고위 간부 자녀의 채용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발생했다. ‘아빠찬스’를 이용해 선관위 간부의 자녀들이 경력직 채용에 합격했다. 성난 민심이 선관위를 ‘아빠찬스위원회’라는 조롱 섞인 말로 비판하는 이유다.

■ 정부의 무능 = 자! 그럼 선관위에선 어떻게 ‘아빠찬스’가 횡행한 걸까. 이 질문의 답은 정부 무능, 금배지의 무관심 등 두가지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시계추를 2016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공공기관에선 희대의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다.

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최종합격자 518명 중 95%(493명)가 청탁을 통해 부정 입사한 사실이 3년 후인 2016년에 밝혀졌던 거다. 청탁자 명단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강원랜드 사장, 중앙부처·지자체 공무원, 언론인, 학교 교감까지 포함돼 있었다.


정부는 대대적인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에 나섰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정부합동기구인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만들어 2022년까지 공공기관 채용실태를 전수조사했다. 2019년엔 개선 대책도 발표했다. 그중엔 친인척 채용비리를 막기 위한 정책도 있었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인원을 매년 기관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친인척 특혜채용을 막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공공기관이 내부 인사의 친인척을 채용하는 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주요 공공기관은 매분기 친인척 채용 수를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

하지만 친인척 채용인원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대상에서 선관위는 빠졌다. 선관위가 공공기관이 아닌 헌법기관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국가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당시 채용 실태조사 범위가 공공기관이었기 때문에 선관위와 같은 헌법기관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채용비리 문제를 공론화하고, 점검 대상을 전체 헌법기관으로 확대했었더라면 선관위 채용비리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모든 헌법기관이 친인척 채용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국회는 2017년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친인척 채용을 공개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배우자 또는 4촌 이내의 혈족이나 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

5촌 이상 8촌 이내의 혈족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할 때는 이를 신고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보좌직원은 당연 면직 처리된다. 선관위는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공공기관이나 국회와 달리 ‘친인척 채용 통제책’에서 한걸음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다.


■ 금배지의 무관심 = 선관위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데는 ‘사무총장’의 장기집권이란 폐쇄성도 한몫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관위의 사무총장은 35년 동안 내부인사로만 채웠다. 선관위의 외부출신 사무총장은 1988년 사임한 법제처 출신 사무총장이 마지막이었다. 이에 따라 조직의 실질적인 권한이 내부인사로만 채워진 사무총장에게 집중되면서 선관위의 문제점이 싹트기 시작했다.

문제는 선관위원장의 비상근 문제가 논란을 일으킨 게 한두해가 아니었음에도 국회의원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은 수십년 동안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을 거의 발의하지 않았다(2005년 이후 개정안 2개). 선관위의 사무총장을 35년 동안 내부인사가 독점한 덴 금배지의 무관심도 한몫했다는 얘기다.


선관위는 지난 5월 31일 특혜채용 특별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재발방지대책도 내놓았다. ▲비다수인 경력채용 폐지, ▲면접위원 100% 외부위원 위촉, ▲감사기구의 장에 개방형 직위제 도입, ▲정무직 인사검증위원회 설치 등이다.

하지만 뒤늦은 개선책이 선관위를 향한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을 땐 잠자코 있다가 특혜채용 논란으로 십자포화를 당하니 문제점을 고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더구나 선관위에 내재돼 있던 수많은 문제점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선관위가 가장 바빠지는 선거철만 되면 휴직자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정우택 의원(국민의힘)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2013~2022년 연도별 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대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선관위의 휴직자 수는 190명(육아휴직 109명)을 기록했다. 전국 12개 선거구에서 재보궐 선거를 실시한 2021년엔 휴직자가 193명(육아휴직 140명)에 달했다. 이를 두고 선관위 직원들이 일이 적은 비선거 시즌에는 휴직을 미루다가 선거로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 휴직을 신청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최근엔 선관위 퇴직 간부 자녀들의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퇴직 간부와 함께 일한 동료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거나 퇴직 간부 자녀의 채용사실을 미리 알고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충남 선관위는 2015년부터 채용 시 면접위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내부 규칙을 무시한 채 공무원을 뽑았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특혜채용, 채용비리 사태는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라며 말을 이었다. “선관위가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혜채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헌법기관이 가진 특권은 내려놓지 않고 있다. 이번 특혜채용 사태가 선관위 하나를 엄벌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특혜채용 가능성이 있는 공공기관과 국가기관의 채용 실태를 살펴서 이런 일이 어떤 기관에서도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신뢰를 잃은 선관위, 매번 뒷북만 치는 정부와 국회는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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