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선관위 사태의 본질❶
더스쿠프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
선관위 아빠찬스 불편한 함의
사각지대서 춤추는 헌법기관
감사원 감사만큼 중요한 쟁점
‘아빠찬스’ 어떻게 횡행했는가
정부와 국회 지금껏 뭐했나
선관위 통제책 여태 왜 없었나

선관위가 ‘아빠찬스’로 얼룩졌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선관위가 ‘아빠찬스’로 얼룩졌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노블레스 오블리주

혁신의 진정성은 희생에서 나온다. 마음만 먹으면 권력이나 재물을 ‘독차지할 수 있는 자’가 먼저 욕심을 덜어낼 때, 혁신의 문이 열린다. 이런 희생은 사회 고위층의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 일컬었다. 그럼 우리 고위층의 모습은 어떨까. 탐욕보단 희생을 앞세워 혁신을 주도하고 있을까.

# 그들만의 리그

답은 하나 마나다. ‘가진 자’ 중 상당수는 불행히도 탐욕을 추종한다. 우리 사회의 부패는 권력과 돈이 넘쳐나는 사회의 윗단에서 싹튼다. 그렇게 피어난 부패는 겉으론 드러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횡행한다. 

사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입시 비리든 채용 비리든 부패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위층이 있었다. 어쩌면 고위층의 세상엔 태생적인 부패 본능이 뿌리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19세기 영국의 정치가 존 달버그 액튼은 이런 고위층의 속성을 간파한 듯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Power corrupts,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 아빠찬스의 극치
 
자! 이쯤에서 관점을 ‘아빠찬스’ 논란에 휩싸인 헌법기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 돌려보자.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는 ‘아빠찬스’의 주인공들을 열거하면 이렇다. 중선위 사무총장의 딸, 중선위 사무차장의 딸,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의 아들,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의 딸…. 

이들의 채용 과정은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선위 사무총장의 딸을 평가한 면접채점란엔 어떤 내용도 없이 순위만 덜렁 적혀 있었다. 객관적 채점 따윈 없었단 뜻이다. 중선위 사무차장은 경력직 채용절차에 자신의 딸을 직접 추천하는 뻔뻔함을 과시했다.

이들이 고위층에게만 유달리 헐거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중’이란 덫에선 자유롭지 못할 게 분명하다. 존 달버그 액튼이 꼬집었듯 ‘절대적으로 부패한 절대 권력’이 대중의 지탄을 받는 건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 혁신 위해 필요한 질문  

중요한 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를 혁신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선 비관적이다. 여론이 들끓자 부랴부랴 뛰어든 금배지들은 이번에도 ‘맹목적 공방전’만 벌이고 있다. 다툼의 중심엔 ‘감사원 감사’가 있다. 

한쪽에선 ‘채용비리를 저지른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른 한쪽에선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해선 안 된다’고 맞선다.

이 때문인지 숱한 미디어도 덩달아 방향키를 잃어버렸다. ‘선관위가 감사를 부분 수용하느냐’ ‘선관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느냐’ 등 각론을 알리는 데만 힘을 쏟았다. [※참고: 지난 9일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부분 수용했다. 이를 두고 여론의 비판과 정치권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는 본질적 쟁점이 아니다.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경찰은 이미 선관위 채용비리 사건의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전담조사단을 꾸려 직권조사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국정조사도 조만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더 중요하고 근원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선관위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아빠찬스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은 왜 편법을 일삼는 고인물로 전락했는가” “우리에겐 선관위의 일탈과 부패를 통제할 기회가 없었나”….

노태악 중선위 위원장이 9일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태악 중선위 위원장이 9일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뿐만이 아니다. 선관위가 국민적 비판에도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오만함의 배경은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런 선관위를 통제받지 않은 권력으로 만들어놓은 법적‧제도적 근거와 결함도 신랄하게 분석해야 한다. 

더스쿠프가 視리즈 ‘선관위 채용비리 사태의 본질’이란 기획물을 통해 앞선 질문들의 답을 찾아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에겐 선관위의 일탈을 통제하고 견제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무능했고, 금배지는 무관심했다. 자! 이 모든 일의 근원을 파헤쳐보자. 그 첫장이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강서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참고: 549호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은 6월 12일 발간하는 경제매거진 더스쿠프의 총론입니다. 이어지는 파트 기사들과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 [파트1] 선관위 논란… 헌법기관이 뭐기에
출고예정일_ 6월 11일 일요일 

· [파트2] 친인척 채용 공개 의무 없었던 이유 
출고예정일_6월 12일 월요일 

· [파트3] 35년 사각지대와 불구경 
출고예정일_6월 1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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