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폭 점차 줄어들어
반도체·환율 받쳐주면 저점 탈출
중국발 리스크와 경기침체는 우려

한국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조금씩 회복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줄고 있어서다. 환율이 3개월 만에 다시 1200원대를 기록하고, 반도체의 수출 감소세가 주춤하면서 이제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를 머금게 한다. 하지만 대중對中 무역이 지정학적 문제로 번지고, 국내외 경제기구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도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수출이 6월 반전을 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수출이 6월 반전을 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5월 무역수지는 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6월 24억7000만 달러 적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무역수지 적자는 올해 2월 53억 달러, 3월 46억2000만 달러, 4월 26억2000만 달러로 점차 규모가 줄고 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6월 1~1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15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기준으론 지난 2월 11.6% 증가 이후 4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적자는 14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41억7100만 달러 적자를 올린 지난 5월 1~10일보다 66.2% 축소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기가 저점임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은 13일 보고서에서 “무역 관련 운송 비용의 부담이 상당히 낮아진 것도 글로벌 교역에 있어서 흐름을 개선하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 기대➊ 환율=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88.30원에 거래를 마쳤고, 13일에는 1270원대까지 하락했다.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환율 하락은 원화의 가치보다는 달러화의 가치에 연동돼 있다.

달러의 가치를 알려주는 달러 인덱스는 13일 현재 103.48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04를 넘어섰던 5월 말보다는 낮아졌지만, 3월 말~5월 중순 102선 이하까지 떨어졌던 것보단 높은 수준이다. 바꿔 말해 달러 가치는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 


달러 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4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금리 동결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 초반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이 조만간 저점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를 방문한 이재용 회장. [사진=뉴시스]
반도체 업황이 조만간 저점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를 방문한 이재용 회장. [사진=뉴시스]

특별한 경제 이벤트가 없는 한 한국은행이 금리를 당분간 동결하고 하반기에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서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 기대➋ 반도체=반도체 수출도 여전히 1년 전에 비하면 감소세가 거세지만, 감소폭은 점차 줄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은 3월 -34.5%, 4월 -41.0%, 5월 -36.2%를 기록했지만, 6월 1~10일에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1.1% 줄어들었다. 


금액으로 보면 5월 반도체 수출량은 73억7000만 달러였다. 월별로는 1월 62억4000만 달러, 2월 61억7000만 달러, 3월 88억 달러, 4월 65억5000만 달러로 확실하게 반등했다고 볼 순 없지만, 저점을 지지하는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반도체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저점이 지금이거나 곧 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반도체 현물의 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이어가는데도 오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재고도 계속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 이상 늘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연구원의 월별 반도체 재고지수를 보면 2015년의 재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말 150대였던 반도체 재고지수는 올해 1월 208.20, 2월 209.80, 3월 184.40, 4월 246.5로 급증했지만, 5월에는 228.6으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다. 

■ 우려➊ 중국 리스크=중국은 한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다. 대중對中 수출은 1년 전보다 올해 1월 -31.4%, 2월 -24.2%, 3월 -33.1%, 4월 -26.5%, 5월 -20.8%, 6월 1~10일 -10.9%를 기록했다. 

특정 국가와의 교역에서 한국이 항상 흑자를 내야 하는 건 아니다. 모든 교역이 오로지 경제 논리에 의해서만 이뤄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느 특정한 나라와의 교역을 좌우하는 것이 오직 지정학적 문제뿐이라면 숫자는 의미가 없어진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으로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으로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최근 중국과의 교역이 경제가 아닌 지정학적 논리로 움직이고 있을 수 있다는 논지의 중국 고위 정치인 발언이 나왔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8일 야당 대표와 회담에서 “한편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한국의 대중 수출 급감 이유를 분석했다. 또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한편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란 베팅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12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라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반도체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조차 중국이 디커플링(공급망에서 중국 배제)에 반발하자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이라고 즉각 해명을 내놓은 것에 비교해 보면,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은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분간 우리도 수출 통계에서 대중 수출량의 증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논리가 통하지 않는데, 그 결과를 경제 논리로 해석할 수는 없어서다.

예를 들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 외 세계 전기차 시장보다 크지만, 세계 전기차 판매 통계에서 중국 시장은 별도로 집계한다. 서구권에서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경제 외적인 논리로 돌아간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는 그간 정부의 보조금, 내연기관차 허가제도 등을 이유로 관치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료 | OECD, IMF, KDI, 한국은행]
[자료 | OECD, IMF, KDI, 한국은행]

■ 우려➋ 경기침체=만약 한국 무역이 다시 상승세를 탄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올해 우리에게는 ‘1%대 저성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1%대의 경제성장률은 1956년 0.6%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더구나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등이 모두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3월에 이어 또 한번 하향 조정했다. IMF는 1.5%로, KDI와 한국은행도 각각 1.5%와 1.4%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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