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주택 공급 늘리겠다 했지만
집 지을 건설사들 소극적
정부 물량 늘어난다 해도
공급으로 이어질지 의문

재건축ㆍ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 입장에선 거대한 분야다. 몇몇 건설사는 도시정비사업에서만 1년에 수조원대 수주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규제까지 해제하며 민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쉽게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새 집을 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윤 정부의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새 집을 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윤 정부의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는 이미 집이 사람보다 많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다는 거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 주택보급률은 102.2%다. 다만, 수도권으로 좁히면 사정이 달라진다. 서울ㆍ경기ㆍ인천의 주택보급률은 96.8%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럴 때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두가지다. 더 많이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주택이 매물로 나오게끔 하는 거다. 전자는 꾸준한 공급이 필요하고 후자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끔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전자를 택했다. 다주택자의 부담은 줄여주고 새집을 더 많이 지어서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서울은 주택보급률이 94.2%로 집 자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집이 들어설 만한 땅은 가득 차 있다. 그렇다 보니 새집을 짓기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은 ‘이미 있던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ㆍ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거다.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의 수주 실적이 좋아진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주택이 많이 보급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최근 들어 쪼그라들었다. 대한건설협회 월간건설동향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2023년들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참고: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하는 수주 금액은 ‘계약 체결’을 기준으로 한다.]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한 2023년 1분기 재건축 수주액은 2조9432억원, 재개발 수주액은 3조7313억원으로 총 6조67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총 8조6547억원) 대비 34.8% 감소한 수치다. 재개발은 33.2% 늘었지만, 재건축의 부진(-49.7%)을 상쇄하지 못했다.

[사진 | 뉴시스] 

건설사별 성적표도 신통치 않았다. 2023년 1~5월(이하 올해 동일 기준)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1조5900억원 수주액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상반기 5조6988억원을 수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년간 연속해서 도시정비사업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그만한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상반기 1조2500억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던 DL이앤씨는 올해 4762억원을 올리는 데 머물렀다. GS건설이 올해 기록한 수주액(1조1156억원) 역시 지난해 상반기(3조2100억원)와 비교하면 36. 0%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상반기 8000억원대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는데 그쳤던 삼성물산만이 올해 들어 1조1463억원으로 수주액을 늘렸다.
 
주택 공급 늘리려 했지만

이런 도시정비사업의 성적표는 정부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다. 정부는 올 1월 5일부터 변경된 고시 기준을 적용하며 재건축 사업의 문턱을 낮췄다. 다주택자의 부담도 덜어내 돈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집을 살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시장 규제를 제거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정책 목표였지만,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되레 줄어들었다. 

그럼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별다른 게 아니다. 건설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사업을 크게 줄인 게 영향을 미쳤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하는 건설용 자재 지수를 보자. 

2015년 가격을 100이라고 생각하자. 2022년 3월 건설용 자재 지수는 생산자 기준 116.46, 건설용 중간재는 138.11였다. 1년 만인 2023년 3월엔 각각 120.58, 145.86로 상승했다. 이는 건설사가 공사에 사용하는 자잿값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거다. 건설사로선 부담되는 사업을 늘릴 이유가 없다.

물론 도시정비사업장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의 신청 방식을 연 1회에서 매월 심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신통기획’은 재건축ㆍ재개발의 사업 단계를 대폭 줄인 방식으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46곳을 선정했고, 올해는 사업지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도시정비사업이 늘어날 만한 요인은 또 있다.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과정을 단축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조례를 일부 개정하면서 조합 설립만 마쳤다면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이라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례는 6개월 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7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올 하반기 ‘시공사’를 찾는 도시정비사업 조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관건은 건설사가 얼마나 응하느냐다. 도시정비사업은 과연 ‘당근’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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