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줄인 만큼 교통사고는 예방
천편일률적 속도 규제는 비현실적
경직된 운영 탓에 폐기론도 솔솔
장점 살릴 제도 운영 효율화 필요

2021년부터 시행된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향한 국민의 불만이 적지 않다. 불만을 하나로 집약하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거다. 그러자 일부에선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후보 시절 이 정책에 손을 대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보니 정책 폐기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그럼 이 정책은 폐기하는 게 마땅할까.

‘안전속도 5030’을 향한 국민의 불만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안전속도 5030’을 향한 국민의 불만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19만6836건.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다. 20만건 아래로 떨어진 건 1987년(17만5661건) 이후 35년 만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273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전보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더 늘었다는 걸 감안하면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교통시스템의 발달이나 운전문화 개선 등의 영향도 있지만, 교통사고와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교통정책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교통사고를 줄이려 고민한 결과가 상당한 효과를 견인했다는 얘기다.

어린이보호구역의 개선, 음주운전자 사고 시 가중처벌, 고령자 운전 제한 등의 조치가 대표적이다. 2024년부터는 고령자의 경우 조건부(야간ㆍ장거리 운행 제한 등)로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일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통계가 없는 5개국을 제외한 31개국을 기준으로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2020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1명이다.

칠레(3.3명), 멕시코(2.7명), 미국(1.3명)에 이어 네번째로 많다. 대한민국이 여러 방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교통사고에 있어서만은 그 수준이라고 하기 어렵다. 

교통사고나 그로 인한 사망자를 더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데, 그래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안전속도 5030’ 정책이다. 도심지 간선도로 속도는 시속 50㎞로,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제한하는 게 정책의 골자다. 2019년 4월 이런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처 2021년 4월부터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현행법을 근거로 평상시보다 속도를 10~20㎞ 줄이면 사고 자체의 위험뿐만 아니라 사망사고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충격 강도가 낮아져서다. 속도제한 정책을 통해 교통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인 다른 나라의 사례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안전속도 5030’은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 ‘교통의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 ‘보행자가 없는 도로에도 일괄 적용하는 답답한 정책’ ‘이동시간 증가로 인해 시간을 낭비하는 정책’ ‘탄소배출을 더 많이 하게끔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건데, 사실 속도가 너무 낮으면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맞고, 그로 인해 연비가 나빠지거나 배출가스가 늘어나는 것도 맞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반감이다. 

문제는 이런 반감들 때문인지 ‘안전운전 5030’ 두고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는 점이다.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현명하게 제도를 손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필자는 ‘안전속도 5030’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효율적인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곳은 부산이었다. 언덕도, 좁은 도로도 많은 데다 다층 고가도로마저 다양해 위험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은 전국 지자체 중 ‘안전속도 5030’을 가장 먼저 도입해 ‘속도의 감소’를 사고 예방의 전제로 삼았다. 

부산의 사례처럼 ‘안전속도 5030’은 지역이나 도로 환경, 주변 인프라에 따라 효율성을 띨 수도, 불편함이 커질 수도 있다. 이는 ‘안전속도 5030’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반감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직된 안전속도 이행’을 유연하게 만들자는 거다.

예를 들어보자. 중앙분리대가 확실하고, 보도와 차도가 화단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보행자도 드문 아주 넓은 도로 조건에서까지 시속 50㎞ 미만으로 달리라며 과속단속기를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면도로로 분류되는 도로라 하더라도 도로폭이 너무 좁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제한속도인 시속 30㎞가 너무 높은 수준일 수도 있다. 영국의 경우, 상황에 따라 ‘시속 17㎞ 미만’ 등의 안전표지판도 존재한다. ‘안전속도 5030’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안전속도 5030’은 나쁜 제도가 아니다. 교통사고와 그로 인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제도다. 그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반감을 사는 것뿐이다. 따라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만 하면 충분히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해 2월 치안정책연구소는 ‘안전속도 5030 종합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반도로에서 사망자가 7.7% 감소하는 동안 주행속도가 제한된 도로에서는 사망자가 27.2% 감소했다는 걸 입증하기도 했다.

자동차 운행 속도를 줄이면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운행 속도를 줄이면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사진=뉴시스]

결국 ‘안전속도 5030’은 폐기가 아닌 효율화가 답이다. 간선도로 중 안전이 확보된 지역은 시속 60~80㎞로 상향하고, 좁은 골목 등에서는 시속 20㎞의 제한을 둘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거리 우회전 규제’도 짚어볼 게 있다. 이 역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아직도 많은 운전자들이 어떻게 해야 법을 지킬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아우성이다.

필자는 우회전 차량을 위한 전용 신호등을 설치해주면 된다고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지난 몇년간 관련 사고가 늘자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도입했다. 

정책은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효율성도 필요하다. 그런 효율성은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때 생긴다. 지금 정부 정책 담당자에게 필요한 자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