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선관위 사태의 본질➍
주요 이슈로 본 선관위 논란
올해 창설 60주년 맞은 선관위
특혜채용 논란에 비판 들끓어
독립성 핑계로 성역처럼 운용
잃어버린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헌법기관 선관위는 마치 등잔 밑처럼 어두웠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헌법기관 선관위는 마치 등잔 밑처럼 어두웠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우리나라 최고 헌법기관 중 한곳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고위 간부 자녀의 채용특혜 비리가 터진 탓이다. 선관위가 부랴부랴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지만 성난 민심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되레 그동안 뭐 하다가 이제야 대책을 내놓느냐는 비판이 더 크게 일고 있다. 더스쿠프 視리즈 선관위 사태의 본질, 마지막 편으로 주요 이슈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고위급 자녀 특혜채용 논란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선관위 고위 간부 4명이 자녀들이 선관위 경력직 채용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민과 여론의 공분을 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선관위의 문제점은 조직의 특징에서 시작된다. 선관위는 헌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헌법기관이다. 1963년 창설해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그런 만큼 선관위의 외형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348명이던 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2916명으로 늘어났다. 예산은 2억5400만원에서 4733억원(2023년 기준)으로 껑충 뛰었다(표➊). 하지만 커진 규모와 달리 조직문화는 여전히 낡았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선관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관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선관위의 수장인 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맡는 게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선관위의 실질적인 서열 1위인 사무총장은 35년째 내부인사로 발탁했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도 받지 않아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끼리끼리 문화’와 폐쇄성이 짙어진 이유다.

이 때문인지 각종 논란에도 선관위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과 관련한 의견을 개진하는 걸 선거법 위반으로 규제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더스쿠프 표➊
더스쿠프 표➊
더스쿠프 표➋
더스쿠프 표➋

지난 대선에선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소쿠리와 라면상자에 담아 수거하는 ‘소쿠리 투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수많은 논란 중엔 자녀 특혜채용의 징조도 있었다. 지난해 전 사무총장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난 건 투표 부실 관리와 아들 특혜의혹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감사직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개방형 직위제’ 도입의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됐지만 묵살했다. 독립성에 취해 하나의 성역처럼 운영된 선관위에서 자녀 특혜채용 논란이 터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6년 터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태 이후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대대적으로 조사했다.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놓았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 인원을 매년 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건 대표적 대책이다.

친인척을 채용하는 것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효과적인 방안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선관위가 공공기관이 아닌 헌법기관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정부가 채용비리 조사 대상으로 모든 국가기관으로 확대하고, 대책을 세웠다면 이번 자녀 특혜채용 논란은 터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지점엔 국회의원의 책임도 크다. 선관위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문제를 일으킨 게 한두해가 아니었지만 이를 고치기 위해 선관위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금배지는 거의 없었다.

더스쿠프 표➌
더스쿠프 표➌

지난 5월 31일 선관위는 자녀 특혜채용으로 싸늘해진 민심을 의식한 듯 부랴부랴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면접위원 100% 외부위원 위촉하고 사무총장직을 외부에 개방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표➌).

하지만 이를 통해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을 대로 잃어버린 뒤라서다. 선관위는 자녀 특혜채용 논란을 해소하고, 조직 쇄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망이 밝을 리 없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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