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에너지 효율성 확보 숙제는 여전
내연차 대비 무게 낮추는 게 관건
변속기만 달면 에너지 효율 개선
빠른 상용화 위한 기술 여건 충분

전기차 제조 분야의 강자는 테슬라다. 최근엔 중국의 BYD가 테슬라의 지위를 넘본다. 배터리 분야에선 한국과 중국의 몇몇 업체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시장의 질서가 그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가 있다. 바로 전기차용 변속기 분야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에 변속기를 달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일부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에 변속기를 달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9.9%였다. 2022년에 팔린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전기차였다는 얘기다. 증가율도 가파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 분석’에 따르면 전체 완성차 판매량은 8063만대로 2021년(8144만대)보다 1.0% 감소했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802만대로 지난해(478만대)보다 67.8% 증가했다. 

올해 분위기도 비슷하다. 유럽에선 전기차 판매량이 디젤차 판매량을 넘어섰다. 지난 4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4월 유럽 30개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55만9733대였다. 같은 기간 디젤차는 55만391대가 팔렸다.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40만9971대)보다 36.5% 늘었지만, 디젤차 판매량(55만3029대)은 0.5% 줄었다. 유럽 시장의 디젤차 선호도가 남달랐다는 걸 감안하면 ‘전기차 전성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통계다. 

하지만 전기차는 본격 보급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신생 차종이다. 그래서 100년 넘는 기간 보급돼온 내연기관차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부족한 게 많다. 무공해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화재 위험성이나 인프라 보완 등 다양한 숙제도 안고 있다.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성도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사실 전기차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모터와 전력 변환 장치인 인버터는 그 자체로 95%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정격출력(규정된 조건하에서 올릴 수 있는 최대 출력)을 전제로 할 때의 얘기다. 쉽게 말해 평지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나 그만한 에너지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거다. 

실제 운전환경은 그렇지 않다. 고속이나 오르막길 등 정격출력보다 더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상황은 숱하다. 이럴 때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예컨대 오르막길을 올라가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고, 모터는 더 빠르게 돌아가야 한다. 모터 온도는 올라가고 인버터에도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변속기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사진=뉴시스]
변속기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사진=뉴시스]

그걸 모두 충족하기 위해선 배터리를 더 채워 넣어야 하고, 그래서 무게도 무거워진다. 같은 모델이라 하더라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무거운 건 이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차 코나(1.6 기준) 가솔린 모델의 공차중량은 1405~1420㎏이지만 코나EV 모델의 공차중량은 1630㎏이다. 부품은 더 적게 들어가지만, 배터리가 무거워서다. 당연히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더 무겁다는 건 다양한 손실을 유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비를 맡기려 해도 기존 리프트를 사용할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기계식 주차장에 전기차를 주차해야 한다면 때에 따라 퇴짜를 맞을 수도 있다. 좀 더 가벼운 내연기관차에 비해 타이어 수명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아스팔트 노면의 관리비도 늘어난다. 결국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은 전기차 경량화와 얽혀 있는 셈이다. 

점점 주목받는 전기차용 변속기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가장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배터리 성능 개선이다. 같은 무게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배터리라면 배터리 탑재 수를 줄여 경량화를 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액(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담그는 용액)이 고체로 돼 있어서 화재 예방은 물론 에너지밀도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맹점은 전고체 배터리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대략 2030년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기존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는 게 최선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을까. 있다. 다름 아닌 변속기 탑재다. 자전거를 생각해보면 쉽다. 변속기가 없는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오르려면 힘이 많이 든다. 변속기가 있으면 힘을 덜 들이고도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전기차에 변속기를 탑재하면 오르막길에서 힘을 덜 들이니까 에너지 손실이 줄어든다. 

변속기를 달면 에너지 효율만 개선되는 게 아니다. 필요 에너지가 줄어드는 만큼 모터와 인버터 등 각종 장치의 온도를 낮출 수 있고, 각종 부품 수명도 늘어난다. 기존의 배터리보다 더 적은 배터리로 같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배터리 수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이처럼 변속기는 전기차 무게 절감, 에너지 효율 개선, 부품 수명 연장, 가격 경쟁력 강화 등 다방면에서 이로운 장치다. 지난해 국내 한 스타트업이 전기이륜차용 7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해 변속기의 다양한 효과들을 이미 입증한 바 있다. 주행거리는 30~ 50% 더 늘었고, 등판능력은 기존 모델들을 압도했다. 그럼에도 모터 온도는 약 60도를 유지했다. 냉각장치가 필요 없을 정도다. 

필자는 7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전기차용 변속기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당시 학계에서조차 변속기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전기차용 모터와 인버터를 통해 모든 제어가 가능한데 왜 필요하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변속기가 필요하다는 이들이 대다수다. 아직 전기차용 변속기 분야의 게임체인저는 나오지 않았다.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우리가 그 기회를 잡는다면 금상첨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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