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코스닥 문 다시 두드리는 밀리
증시 회복에 IPO 시장 기지개
2022년 흑자전환 눈에 띄어
KT 미디어 밸류체인 시너지 덕분
공공, B2B 등 시장 다각화 성공
묶음상품 가치 흔들리는 건 문제

밀리의서재가 다시 코스닥 입성을 노린다. 미디어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는 KT 입장에선 밀리의서재가 순조롭게 상장해야 한다. 다행히 KT그룹과의 전방위 협업이 시너지를 내면서 밀리의서재 실적이 개선됐다. 밀리의서재 구독 서비스를 KT 서비스와의 ‘묶음 상품’으로 내놓은 게 알찬 성과로 이어졌다는 건데, 여기엔 치명적인 부작용도 숨어 있다.

밀리의서재가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시진=뉴시스]
밀리의서재가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시진=뉴시스]

글로벌 종합미디어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KT의 미디어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KT 계열사인 전자책 구독플랫폼 ‘밀리의서재’가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섰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예비심사에 45일(영업일 기준)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 절차를 거친 다음 내년 초께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밀리의서재는 IPO로 확보한 공모자금을 플랫폼 기능 다변화와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 확보에 활용할 계획이다. 

■ 달라진 IPO 환경 = 밀리의서재의 IPO 작업이 주목받는 건 이 회사가 지니뮤직(음원스트리밍), KT스튜디오지니(종합콘텐츠), ENA(드라마ㆍ오락채널), 스토리위즈(웹툰ㆍ웹소설) 등과 함께 KT 미디어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밀리의서재는 2017년 국내 최초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선보인 독서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2021년 9월 KT의 미디어 계열사인 지니뮤직이 인수했다. 당시 KT는 디지코(Digicoㆍ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며 미디어ㆍ콘텐츠 컨트롤타워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다. 미디어를 미래사업으로 낙점하고 육성에 욕심을 드러내온 KT로선 방대한 전자책 IP를 보유한 밀리의서재는 매력적인 플랫폼이었다. 

새 주인을 맞은 밀리의서재는 이듬해인 2022년 증시 문을 두드렸다. 상장을 통해 비약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이 회사는 ‘상장 철회’를 선택했다. “위축된 IPO 시장 상황이 플랫폼 기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도전에 나선 올해 상황은 1년 전과 다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이 지배한 지난해 증시 환경과 견주면 투자심리가 훨씬 뜨겁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30.49%(20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IPO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기대주’ 딱지가 붙었던 기업마저 수요예측 단계에서 흥행에 실패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여러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다. 지난 5월만 해도 트루엔, 씨유박스, 모니터랩, 기가비스, 진영, 나라셀라, 마녀공장이 IPO에 성공했다. 

KT는 통신기업을 넘어 글로벌 종합미디어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뉴시스]
KT는 통신기업을 넘어 글로벌 종합미디어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뉴시스]

밀리의서재의 내부 지표도 튼튼해졌다. 상장에 처음으로 도전한 지난해만 하더라도 적자 기업이란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이 때문에 밀리의서재는 영업기반과 평판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적자라도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이익미실현 특례 상장(테슬라 상장)’을 노렸지만 올해는 예외적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콘텐츠 구독 모델을 전개하는 스타트업 플랫폼으론 드물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 KT그룹과 시너지 =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올렸다. 광고선전비(2021년 127억원→2022년 44억원)를 대폭 줄인 덕분이기도 하지만, KT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했다. 이 회사는 KT 미디어 밸류 체인 아래 KT미디어 계열사와 전방위적 협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게 ‘번들 전략’이다. 가령, 월 9만원을 내는 KT 5G 초이스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은 선택 사항에 따라 월 구독료 9900원의 밀리의서재를 무료로 누릴 수 있다. 

5G 고가 요금제 고객만 밀리의서재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미디어팩(월 9900원)을 추가로 가입한 KT 고객에겐 V컬러링(월 3300원), 캐치콜(월 550원), 통화가능 알리미(월 550원), 밀리의서재(월 9900원)의 혜택을 동시에 부여한다. KT의 고객용 휴대전화 가입자가 1370만명(4월 말 기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밀리의서재 입장에선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저변이 넓어진 셈이다. 

최근엔 KT 알뜰폰 사업자와도 협업했다.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는 밀리의서재 정기 구독권을 기본 혜택으로 제공하는 요금제 3종을 각각 출시했다. 

■ KT그룹 내 활용도 = 그렇다고 밀리의서재가 KT그룹의 덕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다. 밀리의서재 실적이 개선되자 KT 그룹 내 활용도 역시 높아졌다. 모회사 지니뮤직의 영업이익 중 밀리의서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9.4%(1분기 기준)로 지니뮤직의 본업인 음악사업의 비중(55.0%)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기준으론 밀리의서재 이익 비중이 21.5%에 불과했는데, 이젠 모회사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게 됐다. 

KT그룹과 별개로 진행하는 ‘독자사업’도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공공기관ㆍ민간기업과 제휴를 맺고 그 구성원에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6월 나라사랑포털에 입점한 게 대표적이다. 

나라사랑포털은 군 장병을 대상으로 쇼핑, 어학, 취업, 교육, 군 복지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군 장병은 이 플랫폼을 통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밀리의서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기업 고객에는 ‘기업 도서관’이란 메뉴에서 각 기업이 직원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를 등록하고, 다양한 통계를 제공한다.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직무 내용을 영상으로 담은 북러닝 콘텐츠도 제공한다.

■ 그럼에도 나쁜 변수들 = 이렇게 성장가도에 올라선 밀리의서재를 두고 시장에선 “공모가를 무리하게 높이지만 않으면 순조롭게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나쁜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KT와의 시너지를 활용한 전략이 중장기적으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KT의 번들상품’이란 이미지가 굳어지면, 밀리의서재의 ‘월 구독료(9900원)’ 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가령 최근 KT 알뜰폰이 밀리의서재와 협업해 출시한 ‘모두 충분 7GB+밀리의서재’ 요금제 가격은 월 1만6200원이다. 고객 입장에선 단품으로 월 9900원의 밀리의서재를 구독하고 알뜰폰에 따로 가입하는 것보다 경제적이지만 밀리의서재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합 상품으로 묶어 저가 판매를 늘리다 보면 이익률이 악화하는 건 수순이다. 

전호겸 교수(서울벤처대학원대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KT와 밀리의서재의 협업 전략은 단기적으론 효율적인 번들링(묶음 판매)이고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엔 유효하지만 소비자 지갑을 열어젖히는 덴 한계가 있다”면서 “밀리의서재가 KT의 부가서비스로 전락하거나 정가로 내고 구독하는 게 아깝다는 심리가 확산하기 전에 새 모객 전략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