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타다와 혁신의 그늘➋ 이분법
타다는 선, 금지법은 악이란 이분법
혁신 좋지만 규제 필요성도 있어
갈등으로 번지면 해법 찾기 어려워
전통 기업 혁신 기업 상생이 해법
울타리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여론과 법의 반대에 부딪혀 타다는 운행을 멈췄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타다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섣부른 규제가 신사업을 멈춰 세웠다는 게 논쟁의 골자입니다. 이 때문에 제2의 타다 사태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현명한 걸까요. 視리즈 ‘타다와 혁신의 그늘’ 두번째 편에서 알아봤습니다. 

타다가 멈춘 진짜 이유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타다가 멈춘 진짜 이유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한국 모빌리티 산업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타다는 법적 예외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면허 없이 택시를 운행하는 건 불법인데, 면허가 필요 없는 렌터카를 운전자와 함께 고객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죠. 사업 형태가 택시와 닮았고, 시장에서 택시와 경쟁했음에도 타다가 “우리는 택시가 아닌 렌터카”라고 주장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타다를 선호한 건 맞지만, 한편으론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기존 택시기사의 반발이 심각했습니다. 이런 여론은 국회가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참고: 타다금지법은 타다가 운행의 근거로 삼는 차량 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 예외 규정을 좀 더 엄격히 하고, 플랫폼 운송사업자를 제도화했습니다. 대신 플랫폼 사업자는 기여금을 내야 하고, 택시 총량 제한 방식을 따라야 하는 등 규제를 뒀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타다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법이었던 거죠.]

지난 1일 타다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택시가 아닌 합법 렌터카”라고 인정받았음에도 우리가 알던 타다는 도로 위를 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판결이 어떻든 현행법(타다금지법)으론 타다와 같은 사업 모델이 불법이 됐거든요. 

이 때문에 우리는 대법원 합법 판시를 ‘타다 논쟁’의 귀결점으로 삼아선 안 됩니다. 시장에 새로운 아이템이 나왔을 때 그 시장에 똬리를 틀고 있던 이들이 반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옛 여권(더불어민주당)이 그랬듯 규제 전봇대를 마구잡이 식으로 꽂아대는 것도, 현 여권(국민의힘)이 주장하듯 혁신만을 주야장천 외치는 것도 신중해야 합니다.

사실 타다 문제를 돌이켜보면, 타다를 론칭한 사업자는 억울할 게 분명합니다. 사업을 전개하기 전 국토부에 유권해석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기득권에 사로잡혀 고질병을 해소하지 않은 택시업계, 섣불리 유권해석을 내렸다가 ‘정치바람’에 휩쓸려버린 국토부, 규제를 만병통치약쯤으로 생각한 정치권에 더 큰 책임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2의 타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사실 타다와 같은 문제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는 갈등의 핵심 이슈입니다.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국내 숙박업계와 한바탕 전쟁을 벌였고,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세무환급 서비스 ‘삼쩜삼’, 의료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등도 기존 업체들과 다툼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타다는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했다.[사진=뉴시스]
타다는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했다.[사진=뉴시스]

신구 세력이 다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혁신을 내세우는 새 사업자는 기존 플레이어를 기득권에 매몰된 집단으로 몰아세우곤 합니다. 반면 기존 플레이어는 새 사업자가 시장의 생태계를 유린한다고 비난합니다. 그 사이에 이익이 걸려 있다면 타다 때처럼 그랬듯 갈등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갈등을 법으로만 해결하려는 ‘입법만능주의’를 배제해야 합니다. 선례를 살펴보면, 법을 통해 갈등 요인을 말끔히 해결한 사례는 찾기 힘듭니다. 타다금지법만 봐도 타다를 멈추게 했지만, 모빌리티 산업의 갈등을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모빌리티죠. 이 회사는 타다금지법을 통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2021년 스마트호출요금 인상 등 무리한 수익화 시도로 갑질 플랫폼 기업이란 낙인이 찍혔습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애초에 누구에게나 이로운 법을 찾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어느 한쪽에 쏠린 법을 내놓는 것도 온당치 않은 일”이라면서 “법이 산업의 흐름을 일일이 좇기 어렵다는 점에서 규제를 철폐하거나 새 법을 만드는 것만으론 문제를 해소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신흥기업이 주장하는 대로 갈등을 시장에 맡기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처럼 우월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으로 시장에 진출하면 ‘독과점’이란 부메랑이 날아올 수 있습니다. 기존 사업자들은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다 보니 좀 더 감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자위 소속의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이나 신흥 기술기업의 불공정한 행위를 둘러싼 제보를 많이 받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단체도 많다”면서 “기본적인 시장의 룰을 자율에 맡기면 실효성 있는 이행 방안이 많지 않아 시장의 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입법도 어렵고, 자율도 어렵다면 해법이 정말 없는 걸까요. 스타트업 일부에선 “발전적 해법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합니다. 모빌리티 플랫폼 CEO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신흥 기업이 기존 사업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태도입니다. 기존 사업자는 구태, 우리는 혁신으로 나누고 우리의 방법론이 옳으니 따르라는 태도를 보이는 기업도 있는데, 이럴 경우엔 어떤 정책을 꺼내도 기존 사업자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닌 시장을 활성화해 파이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어필해야 합니다. 이익 배분 문제도 기존 사업자와 머리를 맞대고 자주 소통하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보단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 혁신이고 나머진 구태라는 프레임이나 밥그릇 챙기기 싸움은 여론의 눈살만 찌푸리게 할 뿐이라는 겁니다. 이 CEO는 “특히 타다의 경우 경영진이 택시업계와 소통하기보단 우리가 혁신이니 타다를 지켜달라는 여론전을 펼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모습이 정치권과 산업을 더 자극했다”면서 “타다금지법이 시행했을 때도 타다는 계속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지만, 그 방법에 비용이 더 들어서인지 결국 포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타다가 운행을 멈추고 모빌리티 산업은 카카오모빌리티 중심으로 재편됐다.[사진=뉴시스]
타다가 운행을 멈추고 모빌리티 산업은 카카오모빌리티 중심으로 재편됐다.[사진=뉴시스]

실제로 ‘카카오T벤티(카카오모빌리티)’ ‘아이엠택시(진모빌리티)’ 같은 곳에선 타다와 유사하게 대형 승합차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개정된 여객법, 이를테면 타다금지법에 따라 플랫폼 운송 면허를 받아 기여금을 내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존 업계와 협업하는 성장 전략을 선택하는 기업도 분명히 있고, 그런 산업에선 갈등이 덜합니다. 기존 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혁신 물결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수긍해야 산업 전체의 성장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난제를 풀기 위해선 플랫폼과 기존 사업자 모두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거죠. 타다는 선, 타다금지법은 악이라는 이분법 구조로만 이번 이슈를 대하면 오히려 제2의 타다 사태를 부채질할 수 있습니다. 상생과 동반성장, 대화만이 이 승자 없는 막막한 갈등의 유일한 해법일지 모릅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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