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채권 비싸게 팔려고 담합했나
공정위 국고채 전문 딜러 조사
5개 은행, 5개 증권사 현장 검사
채팅방 통해 정보 교환 의혹
2012년 조사 이후 11년 만
담합 증거 부족했던 2012년
이번 조사 결과 예전과 다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전문 딜러로 지정된 금융회사 18곳(증권사 11곳·은행 7곳)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이들이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꾀한 것으로 보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는 공정위가 2012년 은행의 CD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한 이후 11년 만이다. 문제는 이전과는 다른 결론을 내놓을 수 있느냐다. 2012년 CD금리 담합 조사는 4년을 끌었지만 ‘심의절차 종료’라는 허무한 결말로 끝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증권사와 은행을 상대로 국고채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증권사와 은행을 상대로 국고채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금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증권사와 은행이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금리 수준’을 담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은 지난 3일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KB국민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5개 은행과 교보증권·대신증권·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를 비롯한 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올해 2월 KB국민은행, 6월 메리츠증권· KB증권·삼성증권·NH투자·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세번째 현장조사다. 여기에 크레디아그리콜은행(프랑스)과 금융투자협회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고채 전문 딜러로 지정된 18개(증권사 11개·은행 7개) 금융회사 전체를 조사한 셈이다. 공정위는 해당 금융회사가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등 담합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로 국고채 입찰 업무 담당자가 참여한 단체 대화방을 제시했다. 이번 담합 사건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의 국고채 입찰 담합 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검찰 고발과 과장금은 물론 투자자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전문 딜러인 금융회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는 국고채 전문 딜러로 지정된 금융회사의 경쟁입찰 과정에서 결정된다. 전문 딜러인 금융회사가 입찰금액과 입찰 수익률을 제출하면 발행자인 국가가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방식은 차등가격 낙찰방식으로 결정된다. 최고 낙찰금리가 결정되면 이후 금리는 0.05% 간격으로 낙찰금리를 적용한다. 

전문 딜러인 금융회사는 국고채를 높은 금리로 낙찰받는 게 유리하다. 국고채의 금리가 높아질수록 가격은 싸지기 때문이다. 만약 전문 딜러가 담합을 했다면 시장에서 생각하는 평균 금리보다 낙찰금리를 의도적으로 높게 제출했을 공산이 크다. 이후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면 금융회사는 비싼 가격에 채권을 판매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사실 금융회사의 채권 관련 담합 의혹이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공정위는 국민주택채권 등의 수익률을 담합한 20개 증권사에 1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은 시중은행 6곳도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금융회사들은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 채권금리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이용해 수익률을 비슷하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채권시장의 구조를 모르는 무리한 조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2012년 은행을 상대로 CD금리 담합 조사를 벌인 공정위는 4년 뒤인 2016년 6월 “시중은행의 CD 금리 담합 건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게 곤란했다”며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는 다소 허무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은행들이 CD 발행금리를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한 수익률을 기준으로 CD를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CD금리를 은행채 이율보다 높게 유지해 대출이자 수익을 늘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담합 의혹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메신저 채팅방에서 CD 금리와 관련해 논의했지만 합의한 증거는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은행의 CD금리 담합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는 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이뤄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다시 불거진 금융회사의 채권 담합 의혹,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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