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막걸리와 제로 탄산음료 등에 사용되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aspartame)’이 발암 가능물질(2B군)로 분류됐다. 지난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했다.

IARC는 암 유발 여부와 정도 등에 따라 물질을 5개 군(1군·2A군·2B군·3군·4군)으로 나누는데 아스파탐은 이중 ‘암을 유발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2B군에 이름을 올렸다. 2B군에는 절임 채소류, 알로에 베라, 전자파 등이 포함돼 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다. 1981년 미국에서 식품첨가물로 승인됐고, 우리나라에선 1985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소량만으로 단맛을 낼 수 있어 막걸리, 제로음료, 제과 등에 설탕 대안으로 쓰인다. 

이런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되긴 했지만 1일 섭취허용량(ADI)은 현행 1㎏당 40㎎ 기준으로 유지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WHO가 합동으로 설립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성인 60㎏ 기준)에 도달하려면 하루에 제로 콜라(250mL) 55캔, 탁주(750mL) 33병을 마셔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1일 섭취허용량 대비 약 0.1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 “현행 기준을 유지한다”는 발표에도 대체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 동안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열풍으로 재미를 보던 업체들은 더 민감하게 시장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2021년 1월 출시해 2년 만에 ‘펩시 제로 슈거’를 5억5000만 캔 판매한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글로벌 펩시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식품업계는 아스파탐 대신 수크랄로스·스테비아 등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인공감미료로 대체한다는 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권오란 이화여대(식품영양학) 교수는 “아스파탐을 대체할 감미료는 많지만 가격과 맛뿐만 아니라 제조공정에 적합한지 등을 하나하나 검토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할 텐데, 결국엔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체재를 찾는 과정에서 가격 인상이라는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다.

권 교수는 또 “아스파탐도 과거 안전성을 인정받아 식품첨가물로 승인된 감미료지만 과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기준이 제시된 것”이라며 “중요한 건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도 “(사용기준은 유지하지만) 국제암연구소의 발암 유발 가능성 제기에 따른 소비자 우려와 무설탕 음료의 인기 등을 고려해 감미료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에 따라 기준과 규격을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