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LH 민간주택 사들여 임대
매입임대주택 명분은 좋아
다만, 매입가격 들쭉날쭉
감정가서 원가로 기준 바꿔
11월 매입 결과 달라질까

주거 안정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였던 매입임대주택은 한동안 ‘고가 매입’ 논란에 휩싸였다.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을 주고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사례가 숱하게 적발되면서다. 이 때문에 LH가 매입임대주택에 적용하는 가격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고, 최근 개편안의 골자가 나왔다. 감정가 대신 원가로 주택을 매입하겠다는 건데, 문제점은 여전히 적지 않다. 

LH가 2023년 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인 아파트는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했다.[사진=뉴시스]
LH가 2023년 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인 아파트는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했다.[사진=뉴시스]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정책 중 하나는 공공임대주택을 만드는 거다. 정부가 보유한 땅에 나랏돈으로 주택을 건설하고 주거 약자에게 임대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정부가 가진 땅이 한정적이란 데 있다.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높은 도심에서 땅을 사들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미 지어진 민간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이란 이름으로 공급해 왔다. 이게 바로 ‘매입임대주택’의 골자다. 하지만 주택을 매입하는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중 일부가 건설업체와 결탁해 민간주택을 비싸게 사들인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사들인 집은 얼마나 비쌌던 걸까. LH가 올해 사들인 ‘매입임대주택’ 사례를 확인해 봤다.

■ 사례➊ 아파트 = 지난 1월 LH가 매입한 아파트는 주로 성북구 장위동, 부산 수영구 등에 몰려 있었다. 성북구 장위동에서 매입한 아파트의 경우, 3.3㎡(약 1평ㆍ이하 매입가는 모두 3.3㎡당 기준)당 매입가는 383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준공한 지 5년(2019년 이후 준공)에 접어든 아파트의 매매가를 확인하니 평균 3898만원으로 매입임대주택 가격보다 1.7% 비쌌다. 적은 폭이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했다.[※참고: 준공 후 건축물관리 점검을 처음 받는 시점이 5년 후부터다. 이를 감안해 비교 기준을 5년으로 놓고 봤다.]

2월 매입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 아파트 역시 5년 내 준공한 아파트 매매가보다 오히려 매입가가 더 낮았다. 신정동 아파트 매입가격은 3358만원으로 준공 5년 이내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4986만원보다 32.6% 낮았다.

아파트의 사례만 보면, LH는 시장의 비판과 달리 서울 지역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에 해당하는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였다. 하지만 2023년 준공된 다세대 주택 매입 건을 확인해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 사례➋ 다세대 주택 = 1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매입한 다세대 주택의 3.3㎡당 매입가는 3566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수유동 내 다세대 주택 평균 매매가는 1940만원보다 45.6% 비쌌다. 같은달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매입한 빌라 가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3.3㎡당 매입가는 3984만원으로 2019년 준공 다세대 주택 매매가인 3753만원보다 6.1% 더 비쌌다.

3월에 거래된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다세대 주택은 2021년 준공된 다세대 주택(3408만원)보다 4.2% 높은 3552만원에 매입됐다. 종합하면, LH는 아파트의 경우엔 시세와 비슷하게, 다세대 주택은 일반적으로 비싸게 사들였다. 같은 매입임대주택 제도 아래 사들인 사례인데도,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다양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아파트는 시세보다 튀는 매입가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사들이기엔 비교군이 너무 많다는 거다. 반면 다세대 주택은 비교할 만한 시세가 많지 않아 매입가가 변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

매입임대주택의 유형에 따른 가격 산정 기준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특정 주택은 더 비싸게 사들여 매입가를 흔들 여지가 있어서다. 일단 매입임대주택은 두가지 형식이 있다. 이미 있는 주택을 사들이는 ‘기존주택’ 매입임대와 새로 만들어지는 주택을 사겠다고 약속하는 ‘신축매입약정’ 매입임대다. ‘기존주택’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2022년 서울 기존주택 매입임대주택 공고를 보자. 공고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매입할 수 있고 그 가격은 2개의 감정평가법인이 낸 감정평가액의 평균 금액으로 결정한다.

상한선도 있다. 호당 7억~8억원으로 그렇게 낮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 ‘신축약정’은 어떨까. LH가 사들이기로 약속하고 민간에서 만든 집을 임대로 만드는 ‘신축약정 매입임대’의 경우엔 집주인이 고른 감정평가법인과 LH가 고른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 평균 금액을 매입가격으로 결정한다. 대략 15% 높은 금액이나 5% 낮은 금액에 매입하는 게 가능하다.

기존 민간주택을 매입하든 사들이기로 약속했든 LH로선 더 비싸게 살 여지가 큰 셈이다. 특히 ‘집주인’의 의지가 더 많이 들어가는 ‘신축약정’ 다세대 주택은 더 비싼 값을 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

■ LH의 미봉책 = 이 때문인지 LH는 지난 4월 매입임대주택 가격 산정 방식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H가 발표한 개편 방식은 ‘감정가’ 대신 ‘원가’ 위주로 매입하겠다는 거였다. 지난 4일 공고된 매입임대주택 가격 산정 기준을 보면 개편 방향을 더 명확하게 엿볼 수 있다.

기존 주택의 경우,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한 토지비에 공공건설임대 표준건축비를 더한다. 이후 감가상각 비용을 제외한다. 상한선도 정했다. 원래 사용하던 방식인 주택 감정가의 90%까지를 상한선으로 본다. 땅값과 건물값을 더한 후 감가상각비를 제외해도 주택 감정가의 90%를 넘는다면, 90% 수준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주택의 시중가를 보던 기존 방식과 달리 건물값ㆍ땅값만 본다는 건데, 당연히 시세 영향을 덜 받는다. 다만, 신축매입약정은 예외다. 감정평가액을 매입가격 기준으로 삼는 지금 방식을 유지한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LH는 이번 개편을 통해 기존주택 매입가격은 예전보다 20~30%, 신축매입약정은 5~10%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 예상이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문을 통해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시기에 건물 원가가 시세보다 더 높은 수준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LH가 새로운 방식으로 사들이는 매입임대주택은 올해 11월 30일 신청 절차가 끝나면 선정된다. 이후 매입 절차가 끝나야 LH가 얼마나 싸게 매입했는지 ‘절감폭’을 확인할 수 있다. 달라진 매입임대주택 가격 산정 방식은 납득할 만한 매입가격을 내놓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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