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 언더라인
티빙-웨이브 합병설 다시 고개
합병이든 협력이든 불가피
출혈경쟁으로 적자만 쌓여
넷플 대항할 초대형 OTT 급
합병 논의해도 숙제 많아
주주 많아 이해관계 복잡해
합병 플랫폼 경쟁력도 의문

OTT 업계 안팎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추진설이 떠올랐다. 국내 기업 매출 기준 1위와 2위 사업자의 합병인 만큼 성공만 한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숱한 난제를 풀고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넷플릭스의 벽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가 토종 OTT 합병설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봤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사진=뉴시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사진=뉴시스]

OTT 산업이 소문 하나에 들썩이고 있다. “국내 토종 OTT의 대표주자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는 게 소문의 뼈대다. 티빙과 웨이브가 OTT 사업을 전개하는 국내 기업 중 각각 매출 1ㆍ2위란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요동친 건 당연했다. 두 기업은 “논의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선 양측의 합병 작업이 언젠간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대로 각자도생했다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현재 국내 OTT 산업을 잠식한 건 넷플릭스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월간활성사용자수(MAUㆍ5월 기준) 기준 넷플릭스는 1153만명, 티빙 514만명, 웨이브 391만명이다.

후순위 사업자인 티빙과 웨이브의 MAU를 합쳐도(905만명) 넷플릭스에는 못 미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수리남’ ‘더글로리’ ‘피지컬100’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흥행시키는 사이 티빙ㆍ웨이브는 그만큼의 인기작을 내놓지 못했다.

OTT 플랫폼 입장에서 신통치 않은 사용자 지표는 심각한 문제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 대부분은 이용자의 월 구독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빙과 웨이브는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제작 원가가 늘어나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11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76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56.2% 커졌다. 티빙은 올 1분기에도 38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7억원)보다 두배 이상 불어났다. 웨이브의 지난해 적자는 1216억원에 이른다. 이 역시 전년(558억원) 대비 큰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OTT 플랫폼은 유료 구독자를 늘리려면 매력적이고 다양한 콘텐츠의 수급이 불가피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를 늘릴수록 투자비가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2억명이 넘는 글로벌 가입자로 이 모순을 해결하고 있지만, 내수시장에만 고객이 있는 티빙과 웨이브는 불가능한 일이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더라도 넷플릭스의 벽을 넘는 건 쉽지 않다.[사진=뉴시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더라도 넷플릭스의 벽을 넘는 건 쉽지 않다.[사진=뉴시스]

매출로 따져 봐도 넷플릭스와의 차이가 크다. 지난해 티빙은 2475억원, 웨이브는 27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 7732억원보다 턱없이 적다. 티빙과 웨이브의 매출을 합해도(5210억원) 넷플릭스에 못 미친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첫 공식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서랜도스 CEO는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엔 한덕수 국무총리가 방한한 서랜도스 CEO를 만나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유행어일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서 “70년 한미 동맹이 문화동맹으로 거듭난 중심에는 넷플릭스가 있다”고 넷플릭스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OTT 업계가 두 회사의 합병설에 군불을 때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넷플릭스에 대항할 토종 플랫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선 티빙과 웨이브를 따로 구독하지 않더라도 두 플랫폼이 확보한 다양한 콘텐츠를 한번에 볼 수 있으니 합병 시너지를 기대할 만하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매출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제작사와의 협상력도 강해진다.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도 고품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거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티빙과 웨이브마저 서로를 견제하는 식으로 경쟁 구도가 펼쳐지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시점이 문제였을 뿐 양사의 합병이나 협력은 예정된 수순일 듯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양측이 소문대로 합병을 진행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합병을 어떤 비율로 진행하든 주주 구성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티빙의 경우, 최대주주는 CJ ENM (지분율 48.85%)이지만 콘텐츠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회사에 손을 벌려왔다. KT스튜디오지니를 비롯해 SLL중앙, 네이버 등이 10% 안팎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엔 재무적 투자자(FI)인 JC GI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끌어내면서 지분 상당수를 내주기도 했다. 

웨이브도 사공이 많다. 한국과 미국 법인을 통해 40.5%의 지분을 확보한 SK스퀘어가 최대주주이지만, 공중파 3사가 각각 20% 안팎의 지분율을 보유해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을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합병 법인의 경영을 누가 주도하느냐도 난제로 남는다. 

OTT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는 주요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했고, 지금은 쿠팡플레이에도 MAU가 밀리는 신세”라면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불가피할 만큼 시장 상황이 악화한 건 맞지만, 여러 기업이 OTT의 성공에 적지 않은 실탄을 베팅한 걸 고려하면 이런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회사 합병의 문제는 또 있다. 숱한 산을 넘어 합병에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넷플릭스와 대등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티빙과 웨이브는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 위한 합병의 결과물이다.

웨이브는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던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가 공동투자한 푹(Pooq)을 더한 거다.  티빙은 KT의 OTT 플랫폼 시즌과 지난해 말 합병했다. 그런데도 두 플랫폼은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글로벌 넷플릭스의 높은 벽만 체감했다. 넷플릭스를 넘어 한국 OTT 산업을 장악하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란 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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