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HDC현산 붕괴사고 재판 중
재판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영업정지 혹은 건설업 등록 취소
행정처분 외에 방법은 없을까

1년이 넘도록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인한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다. 담당 기관인 서울시가 차일피일 행정처분을 미루고 있어서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거다. 그럼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건에 얽힌 GS건설 역시 행정처분이 미뤄지는 건 아닐까.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행정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행정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2022년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터졌다.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인지 국토부는 단 2개월 만에 ‘법이 규정하는 가장 엄중한 처분’을 약속했다. 국토부가 약속한 ‘가장 엄중한 처분’은 영업정지 1년 혹은 건설업 등록 취소지만, 여태까지 내려진 처분은 없다. 

국토부가 늑장을 부리고 있는 걸까. 꼭 그렇진 않다. 국토부가 행정처분을 요청해도 처분이 늦어질 수 있다. 이를 시행하는 곳이 달라서다. 바로 지자체다. HDC현산의 본사는 서울시 용산구에 있다. 국토부의 요청을 수용해 행정처분을 내려야 하는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HDC현산의 의견을 듣기 위해 두차례 비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유추는 할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광주지법에서 진행 중인 HDC현산의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가 가장 엄중한 처분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재판 결과가 나온 후 행정처분은 그 정도 수준이거나 그보다 가벼운 수준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이처럼 사고를 친 건설사가 행정처분을 받는 덴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붕괴 사고가 또 발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거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HDC현산과 마찬가지로 GS건설의 본사는 서울 종로구에 있다. 국토부의 요청으로 시작하는 행정처분의 절차는 HDC현산 때보다 더디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 ‘전국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GS건설의 조사를  재검증하는 과정까지 완전히 끝난 뒤 행정처분 등 조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연히 이런 의문이 나온다. “HDC현산 때처럼 재판에 밀려 행정처분이 더 미뤄지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행정처분을 위해 재판 결과를 기다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와 인천 검단 아파트는 모두 붕괴했지만 후자에선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두 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지 여부도 다르다. 사상자가 발생한 HDC현산 현장에는 적용이 가능하다.[※참고: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시행됐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1월 11일 발생해 적용되지 않았다.]

법에서 규정한 중대재해 조건이 산업현장의 경우 ▲1명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2명 이상의 부상자, ▲3명 이상의 질환자가 발생했을 때라서다. 중대시민재해로 규정되려면 부상자와 질환자 수가 각각 10명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 검단 아파트의 경우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른 법은 없을까. 건설산업기본법을 보자. 이 법 93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건설사업자나 기술자가 안전 법령을 위반해 특정 건물 구조 주요 부분에 중대한 파손을 발생시켜 공중의 위험을 일으켰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특히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할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법 시행령은 16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포함해 해당 법을 적용받는 ‘특정 건물’도 명시하고 있다. 인천 검단 아파트는 16층이 넘는다. 그럼에도 건설산업기본법의 처벌 대상은 아니다. 법상 16층 이상의 건물에 ‘공동주택’은 해당하지 않아서다. 

주택법 역시 마찬가지다. 주택법 98조를 보자. ▲건축물의 설계를 잘못하거나, ▲시공을 계약 혹은 법에서 하라는 대로 하지 않거나, ▲감리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불량 건축자재를 사용해서 건축물을 부실하게 만들고, ▲하자담보책임 기간 내에 주요 구조에 중대한 파손이 발생해 일반인을 위험하게 했을 때의 처벌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하지만 이 법 역시 검단 사고에 적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붕괴 현장에는 노동자도 입주자도 없어 부상이나 사망은 발생하지 않은데다 일반인의 위험이 있었는지도 불분명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GS건설이 이번 붕괴 사고로 형사 처벌을 받을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다른 부처에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 산업안전법 등을 근거로 GS건설을 처벌할 수 있진 않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언급했듯 붕괴 현장에 노동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인천지청 관계자는 “산업안전법을 어겼다고 보기엔 부상자도 없고 사망한 사람도 없다”며 “검단 붕괴 사고 때문에 형사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국토부는 8월 말까지 GS건설의 전국 현장을 다시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 행정처분을 내리고, LH 역시 여기에 맞춰 검단 아파트의 재시공 내용을 합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이지만 GS건설의 경우 형사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미룰 근거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건설 현장에서 부실시공이란 사실상 ‘큰 죄’를 저질렀는데, 제재할 수단이 행정처분뿐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단 아파트 예비 입주자들은 “화정동 아이파크가 무너지며 사상자까지 발생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붕괴 사고가 또 터졌다”며 “그런데도 법적 제재 수단이 이렇게 허약한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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