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2023년 직장인별곡➑
팬데믹 후 업종별 분석-제약ㆍ바이오
팬데믹 직전 거품론에 휩싸여
R&D 실패로 바이오포비아 확산
일부는 팬데믹 특수 누렸지만
엔데믹 전환 후 다시 실적 악화
근무여건 개선도 평균 못미쳐
악전고투 중인 K-바이오

‘K-바이오’가 악전고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약 개발 소식만 들려도 들썩이던 투자자는 사라졌고, 코로나19 특수도 끝났다. 이젠 거품을 걷어내고 실력으로 승부해야 할 시기인데, 결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근무여건이 다른 기업과 비교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팬데믹 특수가 끝나면서 고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팬데믹 특수가 끝나면서 고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9년 제약ㆍ바이오 업종의 위상은 위태로웠다. 꿈의 신약이라 불렸던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그해 5월 시장에서 퇴출됐다. 9월엔 신라젠이 진행하던 항암바이러스 간암 치료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시험이 중단됐다. 

신라젠 쇼크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3상 결과를 내놓는 데 실패했다. 일부 임상환자에서 위약(가짜약)과 진약(신약후보물질)의 약물혼용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사명에 바이오만 들어가면 추종하던 투자자도 ‘바이오 포비아(공포증)’에 시달렸다. 이제 막 태동한 K-바이오 산업은 성장동력을 잃을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듬해 의외의 사건이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코로나19가 확산했고,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크게 늘면서 위탁생산(CMO),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산업이 흥행했다. 여기에 국내 진단키트 제품이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K-바이오가 수출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보건산업(의약품ㆍ의료기기ㆍ화장품 등) 수출액은 직전해 대비 38.8% 증가했고, 2021년엔 18.4% 늘었다. 

지금은 이런 특수가 끝났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이 둔화하면서 엔데믹 시대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보건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올해는 더 큰 폭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제약ㆍ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진단키트 제품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코로나19 특수는 이제 끝났다”면서 “상대적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호실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코스닥에 상장한 제약ㆍ바이오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리던 씨젠(-137억원), 헬릭스미스(-120억원), 브릿지바이오(-115억원), 제넥신(-113억원), HLB생명과학(-28억원) 등이 올해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래서일까. 코스닥 시총 300대 기업(2019년 말 기준) 중 제약ㆍ바이오 업종에 속한 62개 기업 직원들의 근무여건은 팬데믹 이전과 견줘 두드러지게 개선되지 않았다. 2019년 말 코스닥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의 평균연봉은 5376만원이었는데, 지난해 말엔 6027만원을 기록하면서 12.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 시총 300대 기업의 평균연봉 증가율(14.0%)보다 낮은 수치였다. 

지난해 코스닥 제약ㆍ바이오 기업이 기록한 평균 근속연수 역시 4.24년으로 5.72년이었던 300대 기업의 평균보다 짧았다. 코스닥 제약ㆍ바이오 업종의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019년 평균연봉은 1억3251만원이었는데, 지난해 말엔 1억1036만원으로 16.7%나 줄었다. 신약 개발의 환상과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코스닥 바이오 상장사에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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