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선장도, 전략도 바꾼 전자랜드
부동산 침체에 가전 수요 감소
가전양판 업체들 실적 줄어들어
온라인 대응 전략 펴고 있지만
전자랜드 생존 플랜 통할까

유료회원제가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료회원제는 월회비 또는 연회비를 내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업체 입장에선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특효인데, 실적 악화 위기에 빠진 가전양판점 전자랜드가 업계 최초로 이 전략을 꺼내 들었다.

전자랜드가 유료회원제 매장인 ‘LAND500’을 속속 오픈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자랜드가 유료회원제 매장인 ‘LAND500’을 속속 오픈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온라인 최저가 수준의 가전제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전양판점 전자랜드(에스와이에스리테일)가 업계 최초로 유료회원제 매장을 도입했다. 지난 5월 인천 계양구에 유료회원제 매장 1호점 ‘LAND500’ 작전점을 선보인 데 이어 6월 경기광주점(경기 광주)·이천점(경기 이천), 7월 율량점(충북 청주)·현대아울렛 동대문점(서울 중구)·순천점(전남 순천) 등 현재 6호점까지 냈다. 

LAND500은 전자랜드가 엄선한 가전제품 베스트모델과 생활용품 500가지를 파격적인 혜택으로 판매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료회원제는 연회비에 따라 ‘스탠다드(3만원)’ ‘프리미엄(5만원)’으로 나뉜다. 

전자랜드 측은 “기존 전자랜드 멤버십보다 최대 20배 포인트를 더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유료회원 전용 가전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면서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유료회원제 매장인 LAND500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많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유료회원제를 택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전자랜드의 전략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료회원제는 고객을 록인(Lock-in) 하는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라서다.

쿠팡과 네이버는 일찌감치 유료회원제를 도입해 많은 충성고객을 확보했고, 신세계는 계열사를 통합한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출시했다. 하지만 전자랜드가 유료회원제를 도입한 배경엔 충성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단순한 전략 말고도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깔려 있다. 

국내 가전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하던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38조2080억원이었던 국내 가전 판매액은 지난해 35조8073억원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족’이 늘면서 가전제품 교체를 많이 하고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증가해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교체 주기가 길지 않은 가전 특성상 그 빛이 오래가진 않았다. 

국내 대표 가전양판점도 그 영향으로 맥을 못 췄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지난해 나란히 적자 신세에 빠졌다. 먼저 롯데하이마트를 보자. 2021년 3조8697억원이었던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액은 2022년 3조3368억원으로 약 13.8% 빠졌고, 1068억원을 올렸던 영업이익은 사상 첫 적자(520억원)로 돌아섰다. 위기 속에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에만 40개의 점포를 폐점하는 칼을 빼 들었다.

전자랜드도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2021년 8784억원까지 성장했던 매출액은 7230억원으로 17.7% 쪼그라들었다. 적자 규모도 커졌는데, 2021년 18억원이었던 적자는 109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전 시장이 이토록 역성장한 덴 많은 이유가 있다. 업계에선 그중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면 가전 수요도 증가한다. 이사를 잘 하지 않으니 가전 시장도 침체할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2020년 93만4078건, 2021년 66만9182건, 2022년 29만8581건으로 해마다 크게 감소했다. 주택매매 거래량도 마찬가지다. 2020년(127만9305건)과 2021년(101만5171건)에는 100만건이 넘었는데, 지난해엔 절반인 50만8790건으로 뚝 떨어졌다. 고금리와 고물가의 덫에 걸린 부동산 침체의 영향이 가전 시장을 덮친 거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랜드는 지난해 연말 CEO를 교체했다. 첫 외부영입이자 최장수 CEO(2015년 취임)였던 옥치국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전자랜드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김찬수 신규사업 부문장이 신임 대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통하지 않자, 최근 또 한차례 CEO 교체 카드를 꺼냈고, 김찬수 대표가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김찬수 대표에 이어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김형영 대표는 1994년 평사원으로 전자랜드에 입사해 상품본부·유통사업부 등을 거쳤다. 실적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은 그는 빠른 속도로 LAND500을 확대하고 있다. 8월 내 3개점을 리뉴얼 오픈하고, 올해 안에 10~15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전자랜드의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승부수가 전자랜드에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다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소비시장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미 기운 데다 가전양판 시장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아서다. 

이커머스에 밀려 가전양판 시장이 점점 저물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커머스에 밀려 가전양판 시장이 점점 저물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이커머스의 급속한 성장으로 미국에서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특정 분야 상품 소매점) 시장이 이미 무너졌다”면서 “국내에서도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이런 흐름이 진행 중”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업태는 중요하지 않다. 유통업은 점점 IT와 물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구독경제’라는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만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유료회원제는 고객을 묶어둔 뒤 재구매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가전은 객단가가 높다. 재구매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자랜드가 위기 속에 업계 최초로 유료회원제를 도입했지만, 이처럼 넘어야 할 파도가 많다. 전자랜드와 새 선장 김형영 대표는 거친 파도를 넘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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