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금융사건해결사
비상장주식 사기사건 6편
사기꾼 악용하는 IPO제도 빈틈
상장 요건 소액주주 비중 25%
공모 절차에서 맞춰도 충분해
통일주권 발행이 IPO 전제 아냐
기업공개 안 해도 발행 가능해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상장 가능성이 없는 비상장주식을 비싸게 팔아치우기 위해 상장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다. 코스닥시장의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악용하는 건 기본, 심지어 상장 요건마저 사기의 도구로 악용한다.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악용하는 기업공개(IPO) 제도를 살펴봤다.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여섯번째 편이다.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기업공개(IPO) 과정의 빈틈을 활용해 투자자를 속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기업공개(IPO) 과정의 빈틈을 활용해 투자자를 속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다섯번째 편에서 IPO 시장을 농락하는 꾼들이 기술특례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점을 살펴봤다. 하지만 이보다 무서운 꾼들의 수법은 차고넘친다. 대표적인 것이 ‘소액주주 비중’ ‘통일규격유가증권 발행’이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비상장주식을 팔아치울 때 “소액주주 비중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다” “통일주권 발행으로 IPO 절차가 본격화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IPO 제도의 빈틈을 어떻게 악용하는지 살펴보자.

■ 빈틈➋ 소액주주 비중 = 두번째 틈은 IPO 요건 중 하나인 주식분산이다. 코스닥 시장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선 소액주주에게도 주식이 적절하게 분배돼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기준은 앞서 언급했던 ▲소액주주 500명 이상, 지분율 25% 이상,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 소액주주 500명 이상, ▲공모 25% 이상 소액주주 500명, ▲청구일 기준 소액주주 500명, 모집에 의한 소액주주 지분 25%, ▲국내공모주식수 30만주 이상, 소액주주 500명 등 5가지다. 이중 하나만 충족하면 상장절차를 밟을 수 있다. 

비상장주식 사기꾼의 연락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투자자는 “왜 이런 걸 나한테 알려주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때 사기꾼들은 십중팔구 답한다. “상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소액주주 500명 이상, 지분율 25% 이상 요건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대주주가 갖고 있던 물량을 풀고 있다. 한국거래소 들어가서 찾아보면 요건을 확인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있는 상장 요건이다. 그러니 투자자는 ‘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이 역시 투자자가 IPO 규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 틈새를 노린 전략에 불과하다.

IPO를 위해서 소액주주 비중을 맞춰야 하는 것은 맞다. 관건은 시기다. 사기꾼들은 상장 전 소액주주 비중을 맞추지 않으면 난리가 날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소액주주의 비중은 공모 절차에서 맞춰도 충분하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IPO 가이드라인을 통해 주식 분산 요건을 다음과 같이 심사한다고 밝혔다. “공모에 따른 주식분산 요건은 신규상장신청 전까지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상장 신청인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공모를 통해 주식을 분산하면 된다.” 

한국거래소의 공시시스템을 활용하면 IPO에 나선 상장예비심사 신청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한국거래소의 공시시스템을 활용하면 IPO에 나선 상장예비심사 신청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이처럼 부족한 소액주주 비중은 공모 과정을 통해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소액주주의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모를까, IPO를 핑계로 굳이 소액주주를 모집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공모 전 소액주주를 모집하는 건 IPO 기업엔 리스크일 수 있다. 만약 공모 전 소액주주의 비중을 맞추기 위해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식의 가격이 공모가보다 비싸면 투자자의 원성을 살 게 뻔하다.

반대로 공모가를 크게 밑돌면 기업은 그만큼 IPO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줄어든다.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비상장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넘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린 경우는 사업 초기 엔젤투자 형식으로 투자에 나선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며 “이 역시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상장 전 일반투자자에게 주식을 넘기는 건 사실상 전무하다”며 “정말 좋은 기업이라면 투자자가 줄을 설 텐데 뭐하러 일반투자를 찾아다니겠냐”고 꼬집었다. 

■ 빈틈➌ 통일주권 = 흔히 통일주권이라 불리는 통일규격유가증권은 IPO를 위한 필수과정 중 하나다. IPO를 목적으로 통일주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많아서다. 문제는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이를 사기의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점이다. 비상장주식 사기꾼이 언론사에 뿌린 광고성 기사의 한토막을 보자. 

A사는 상장 사전준비 및 주주관리의 일환으로 통일주권 발행을 완료했다. A사 대표는 “상장 준비의 첫 관문인 통일주권 발행 절차를 완료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상장 주관사와 협의해 IPO 추진 이전에 회사 지분 일부를 시장에 풀어 주주 모집 요건을 맞춘 뒤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치 통일주권이 IPO의 시작인 것처럼 알리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사실도 아니다. 우선 통일주권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용어가 낯설긴 하지만, 복잡한 개념은 아니다. 통일주권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합법적 예탁이 가능하고 증권계좌 간 거래가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전산화한 주식’이다.

통일주권을 발행하지 않으면 회사는 주식거래가 있을 때마다 주식 소유자를 변경하는 명의개서(주주명부에 주주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는 것)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반대로 통일주권을 발행하면 계좌이체를 통해 주식을 거래할 수 있고, 복잡한 명의개서 절차도 필요 없다. 통일주권발행업무를 맡은 명의개서대리인(한국예탁결제원·KB국민은행·하나은행)이 기업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발행 요건도 까다롭지 않다.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이고, 법인을 설립한 지 1년이 지난 기업은 통일주권을 발행할 수 있다. 상장계획이 없는 비상장기업도 통일주권을 얼마든지 발행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통일주권을 발행하면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에서 거래하기 쉬워진다. 통일주권의 발행 여부만으로 상장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증권사를 이용해 거래할 수 있는 비상장주식 종목은 수천개에 달한다”며 “이 기업들은 대부분 통일주권을 발행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천개가 넘는 비상장종목 중 어떤 기업이 상장 절차를 밟을지는 알 수 없다”며 “최근 1년간 한주도 거래되지 않은 종목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사기를 친다. 그 방법은 교묘하고 기술적이다. 이 이야기는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일곱번째 편에서 이어가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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