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글로벌 위상 높아지는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개선 남은 숙제
고성능+ 친환경 N비전74
세계적 디자인 우수성 입증
완성도 높여 양산한다면 …

자동차 브랜드의 가치는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로만 규정하는 게 아니다. 그 브랜드에 속한 차종이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아직 국내 자동차 제조사 중에선 그런 역사를 만든 곳이 없다. 이 때문인지 현대차그룹이 그런 역사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N비전74’ 모델을 통해서다.

N비전74는 전기와 수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충분하다. 사진은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 사장.[사진=현대차 제공]
N비전74는 전기와 수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충분하다. 사진은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 사장.[사진=현대차 제공]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자동차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다. 지난해엔 전세계에서 684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일본 도요타그룹(1048만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848만대)에 이어 3위다. 현대차그룹이 판매량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딛고 글로벌 시장을 골고루 공략해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별 판매량과 점유율도 괜찮은 수준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9.4%로 2021년(8.7%)보다 0.7%포인트 올랐다. 완성차업체 가운데 점유율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유럽 시장점유율은 8.7%로 소폭 하락했지만, 57만5432대를 판매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점유율은 10.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영업이익률 개선도 눈에 띈다. 2012년 10.0%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하락해 2020년 2.3%로 떨어졌지만, 최근 몇년 새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21년 5.7%, 2022년 6.9%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엔 9.5%까지 높아졌다.

시장의 현대차그룹 2분기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11.2%다. 영업이익률이 개선했다는 건 고급 차종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그건 바로 브랜드 이미지를 위상에 걸맞게 관리하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필요한 브랜드 이미지는 세가지다. 프리미엄, 친환경, 고성능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를 앞세워 프리미엄 이미지를 어느 정도 만들어놨다.

문제는 친환경 및 고성능 이미지가 다소 약하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에 친환경ㆍ고성능 브랜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먼저 고성능부터 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3년 고성능 브랜드 ‘N’을 발표한 이후, 벨로스터N, 코나N, 아반떼N, i20N 등을 선보였다,

이듬해부터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도 참가했다. 그해 독일 랠리에서 첫 우승을 거머쥔 후 다양한 지역 랠리에서 우승했고, 올해 6월엔 이탈리아 랠리에서도 우승했다. 

N비전74는 1974년 선보인 포니 쿠페의 디자인을 차용했다.[사진=현대차 제공]
N비전74는 1974년 선보인 포니 쿠페의 디자인을 차용했다.[사진=현대차 제공]

하지만 아직 소비자에게 고성능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못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가령, WRC는 내연기관차로서의 성능을 시험하는 무대다. WRC가 친환경 자동차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현대차가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을 선보인 건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아이오닉5N은 제원으로만 따지면 포르쉐 타이칸에 견줄 만한 수준이다. 

다만, 필자는 현대차그룹이 ‘고성능ㆍ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에 하나를 더 추가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지난해 콘셉트카로 선보인 ‘N비전74’ 모델의 양산화를 고려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거다. 

우선 N비전74는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기술을 접목한 모델로 첨단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다. 말이 콘셉트카이지, 실제 운전도 가능하다. 최근 영국의 자동차 관련 TV프로그램인 ‘탑 기어’에서 N비전74를 실제 운행하는 모습을 공개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거다.

디자인도 훌륭한 편이다. N비전74의 디자인은 현대차가 독자적인 모델로 개발해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포니 쿠페’를 기본으로 삼았다. 포니 쿠페는 양산까지 하진 못했지만, 그 디자인은 영화 ‘백 투더 퓨처’의 타임머신 차량 ‘드로리안 DMC 12’에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참고: 두 모델의 디자이너는 같다.] 과거의 미래 지향적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N비전74는 고성능 브랜드 N의 의미를 극대화할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에서 N비전74의 양산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필자의 견해도 그렇다. 

15년 전 필자는 유럽의 ‘자동차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역사」 속 단 한 페이지에도 대한민국 차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일본차의 경우, 도요타는 물론 마쓰다까지 들어있었다. 이제 현대차가 그 역사의 한줄을 장식할 시점이 됐고, N비전74는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현재 자동차 시장에는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하는 고성능ㆍ친환경 모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포르쉐 타이칸 등 다양한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이 나오곤 있지만, 기존 명성에 기반한 것이어서 미래 모빌리티의 대명사라 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반면 N비전74는 미래지향적인 모델인 데다 전기와 수소를 융합한 친환경 모델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의 대표성을 부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성능 전기차 이미지뿐만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단 얘기다. 

현대차그룹도 N비전74의 양산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판매 대수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N비전74는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모델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완성도를 더욱 높여서 양산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래도 판매 대수가 신경 쓰인다면 한정판을 고려해볼 만하다. 

글로벌 자동차 역사가 바뀌고 있다. 현대차는 그 역사의 중심에 설 만큼 위상이 커지고 있고, 변화의 시기를 대표할 만한 모델도 이미 갖고 있다. 이만하면 시장에 승부수를 던져봐도 되지 않을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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