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1편
내집 마련 꿈꾸는 신혼부부
지역주택조합 가입했지만
나날이 더뎌지는 진행 속도
땅주인들 버티면 답 없어

여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한 신혼부부가 있다. 부모는 “집도 없이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줬지만 부부에겐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합의 활동은 지지부진해졌고, 그사이 부부의 속은 타들어갔다. 과연 두 사람의 작은 소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지역주택조합은 예기치 못한 이유로 진행이 더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역주택조합은 예기치 못한 이유로 진행이 더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월 15일만 되면 나은영(가명·35)씨는 머리가 아파온다. 이날은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보증금 3000만원)의 월세 150만원이 통장에서 자동이체되는 날인데, 이체가 끝났다는 알림 문자를 볼 때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친구들은 대부분 전세 아파트를 구하거나 아예 집을 마련했기에 나씨는 본인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편 한문성(가명·34)씨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 자신이 모아둔 돈이 없어서 아내가 맘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경제적인 문제로 부부는 결혼 전에도 처가의 반대를 겪어야만 했다.

긴 설득 끝에 결혼에 성공하긴 했지만, 집 문제가 다시 부부의 발목을 잡았다. 모아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부부는 일단 나씨가 혼자 살던 오피스텔에 있는 ‘투룸’으로 이사해 월세로 지내기로 결정했다. 나씨 부모님이 “집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며 핀잔을 주긴 했지만 한씨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결혼 전 한씨 부모님은 한씨에게 “돈을 보태줄 테니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는 게 어떠냐”고 말을 건넸다.

한씨의 고향인 대구에 지역주택조합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 가입하면 서울과 가깝진 않더라도 내집 마련은 가능하다는 게 한씨 부모님의 생각이었다. 한씨도 여기에 동의해 부모님이 준 돈을 합쳐 초기 투자금 7000만원을 지역주택조합에 투자했다. 소식을 들은 나씨도 이 정도면 부모님께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하지만 활발하게 운영되던 지역주택조합은 점점 활동이 지지부진해졌다. 아파트 부지를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두 사람은 아파트 건축이 시작되면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결혼을 미룰 수 없었다. 결국 나씨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했다.

지금 한씨 부부는 답을 찾고 싶어 한다. 150만원에 달하는 월세 문제도 해결하고, “언제 집을 구할 거냐”는 부모의 잔소리도 더는 듣지 않았으면 한다. 부부는 필자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 방법을 물었다.

일단 부부의 재무 상태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590만원으로, 남편이 265만원을 벌고 아내가 325만원을 번다. 정기 지출로는 앞서 언급한 월세 150만원, 공과금 15만원, 식비 60만원, 통신비 20만원, 교통·유류비 40만원, 남편 용돈 30만원, 아내 용돈 3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60만원 등 405만원을 쓴다.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은 월평균으로 계산했는데, 경조사비(20만원), 의류·미용비(4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20만원), 휴가·여행비(20만원), 명절비(20만원) 등 120만원이다. 부부는 금융성 상품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100만원씩 예금한다. 따라서 부부의 월 지출은 총 625만원이고, 적자는 35만원이다.

부부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필자에게 2개의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지역주택조합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이란 무주택이거나 주거전용면적 85㎡(약 26평) 이하의 주택을 소유한 이들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세운 조합이다. 초기에 토지나 건물 없이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게 일반 재개발·재건축과 다른 점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후에야 시공사와 함께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설립 인가를 받으려면 토지사용승낙서(아파트를 건설하려는 대지의 80% 이상)와 토지소유권(대지의 1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토지소유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받고 땅을 넘기려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사업비도 예상 액수를 훌쩍 넘어서기 일쑤다. 이런 부담이 조합원에게 모두 돌아가는 것도 지역주택조합의 단점이다.

필자는 부부에게 지역주택조합에 큰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보단 현실적으로 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란 조언도 건넸다. 이런 맥락에서 한씨 부부에게 가장 급한 건 ‘월세 150만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부부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굉장히 부담되는 액수임이 분명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더 저렴한 오피스텔을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현재 부부의 재무상태를 감안하면 투룸 오피스텔보다 조건이 나쁜 공간을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부부의 월세만 어느 정도 줄여도 재무 솔루션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금은 찬물 더운물 가려선 안 된다.

부부는 다음 상담 때까지 집을 알아보고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상담에선 통신비(20만원)를 약간 손봤다. 최근 출시된 폴더블폰으로 스마트폰을 바꾸려던 부부를 설득해 ‘알뜰폰’으로 변경했고, 통신비 5만원을 줄였다. 아직 스마트폰 할부금이 남아 있어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없었는데, 2차 상담에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부부의 1차 상담이 끝났다. 적자는 3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었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집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고, 살펴봐야 할 지출도 아직 많다. 지역주택조합을 어떻게 할 것이냐도 결정하지 못했다. 부부는 과연 성공적으로 재무 설계를 마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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