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메시 경제학➊
보이지 않는 축구장 밖 효과
유럽 무대 떠나 MLS 향한 메시
SNS 팔로워, 티켓 판매량 급등해
흔들리던 마이애미 경제에 활력
경제 규모 10억 달러 증가 예상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가 지난 7월 유럽 무대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향했다. 메시의 첫 경기 티켓 가격은 1000% 뛰었고, 새로운 소속팀 인터 마이애미의 굿즈 판매량은 하루 만에 50배 증가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타날 ‘메시 효과’에 비하면 이는 약과다. 메시의 두 발은 이미 거대한 경제 생태계를 그리고 있다. 더스쿠프 視리즈 메시 경제학, 첫번째 편이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는 올 여름 유럽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로 이적했다.[사진=인터 마이애미 제공]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는 올 여름 유럽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로 이적했다.[사진=인터 마이애미 제공] 

“메시가 미국 축구계를 뒤흔들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Messi is shak ing up soccer in the USA, leaving every one open-mouthed).”

스페인 언론 마르카(MARCA)의 보도 제목 그대로다. 지난 7월 16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팀 인터 마이애미(Inter Miami)로 이적한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미국 축구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숫자를 보자. 100만명도 채 안 됐던 인터 마이애미의 SNS 팔로워 수는 메시가 이적을 발표한 후 보름 만에 1270만명으로 수직상승했다. 메시가 이적하기 전 8000장에 불과했던 주중 경기(10월 4일) 티켓 판매량은 4만장으로 5배가 됐다. 상위 등급 좌석의 티켓값은 3500달러(약 461만원)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10월 인터 마이애미와 맞붙는 상대팀 시카고 파이어의 경기 수익은 700만~1000만 달러(92억~132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이는 시카고 파이어의 올시즌 홈경기 수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메시의 이적으로 인터 마이애미의 구단 가치가 30%(4억8500만 달러→6억305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시 효과(The Messi Effect)는 축구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현지 마케팅 관계자들은 “메시의 착륙으로 미국엔 새로운 광고ㆍ굿즈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스폰서십 마케팅 전문가 리카르도 포트는 미 경제지 포브스와의 대담에서 “메시라는 슈퍼스타가 새로운 스폰서를 유치하고 TV 시청자 수를 늘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면서 “MLS, 마이애미, 메시와의 제휴는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메시 효과는 성장이 꺾인 마이애미 경제에도 ‘전환점’을 만들어주고 있다. 쉽게 말해, 마이애미의 경제가 ‘메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건데, 이쯤에서 먼저 마이애미의 경제 현황부터 살펴보자. 

메시 이적과 동시에 MLS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사진=인터 마이애미 제공]
메시 이적과 동시에 MLS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마이애미가 속한 플로리다주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금 부담을 낮춰 억만장자ㆍ신흥부자들을 불러들였다. 일례로 플로리다에선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 토대 위에서 마이애미는 플로리다의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생존법을 모색했다.

마이애미의 선택은 암호화폐였다. 프랜시스 수아레즈 마이애미 시장은 암호화폐가 곧 금융의 미래라고 여겼다. 그는 암호화폐 산업을 잘 키운다면 마이애미가 뉴욕을 뛰어넘는 금융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임기 동안 수아레즈 시장은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과 이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확장하는 데 올인했다. 아울러 지역 암호화폐(마이애미코인)를 발행하고, 2020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암호화폐 특화도시’로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매년 수만명의 콘퍼런스 참석자를 유치하며 빛을 보는 듯했던 마이애미식 ‘암호화폐 경제’는 파트너십을 맺었던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2022년 11월)과 함께 동력을 잃었다. 지난 5월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의 참석자 수는 2022년 대비 반토막 났고, 마이애미는 다음 콘퍼런스 개최권을 테네시주 내슈빌에 넘겨줘야 했다. 

메시와 꿈의 시작 

마이애미가 또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바로 이 시점에 나타난 구원투수가 다름 아닌 메시다. 마이애미 상공회의소는 메시가 마이애미에 정착하면서 도시 전체의 경제활동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3165억원)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마이애미 대학에선 “메시의 존재가 마이애미의 부동산 가치를 평균 5% 올려 잠재적으론 수십억 달러의 추가적인 부동산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마이애미에 지사를 둔 럭셔리 산업ㆍ브랜드 전문 연구그룹 룩소노미는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의 계약은 경기장을 넘어선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도시 전체의 관광 및 고용 지표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마이애미 컨벤션 및 방문자 관리국(GMCVB)에 따르면 2021년 마이애미는 165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룩소노미는 “국제 스포츠 스타를 유치한 다른 도시의 추세를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 메시의 등장으로 마이애미엔 최대 10%(165만명)의 추가 관광객이 유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마이애미의 관광 지출액은 4억 달러(약 5273억원)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룩소노미는 관광ㆍ숙박 서비스의 수요 확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노동통계국에선 관광 지출액이 100만 달러(약 13억원)일 때 최대 3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이 공식을 적용하면 관광 지출액이 4억 달러 늘어날 경우 1만2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지난 7월 한달간 미국의 신규 일자리 수가 18만7000개였단 점을 감안하면, ‘메시 영입’만으로 마이애미는 미국 전체 고용 시장의 6.4%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마이애미와 ‘메시 효과’

마이애미가 누릴 ‘메시 효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팬들을 수용하고, 이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마이애미는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경기장, 훈련 시설, 도로, 대중교통 체계의 확충은 소비를 촉진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마이애미에 적을 두고 지역 소식을 전하는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코긴스의 시각은 한층 더 참신하다.

“메시는 마이애미 경제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메시의 존재에 매력을 느끼는 젊고 숙련된 인재풀을 활용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마이애미를 향한 투자를 늘릴 것이다. 메시를 따라 마이애미에 정착하는 부유층들이 많아질수록 기업은 그들에게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 옵션을 제공하려 들 거다. 이는 마이애미의 예술ㆍ문화 현장에 자본을 투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지 언론은 메시가 마이애미에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사진=인터 마이애미 제공]
현지 언론은 메시가 마이애미에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사진=인터 마이애미 제공]

관광객 확대, 일자리 창출, 부동산 가치 상승, 지역경제 활성화, 인프라 투자 증가, 예술문화 발전… 자, 어떤가. 어느 도시라도 한번쯤은 품어봤을 원대한 목표들 아닌가. 지금 미국 마이애미는 이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차 있다. 그 시작점에 메시가 있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고 많은 도시 중 왜 하필 마이애미가 메시의 선택을 받았나.’ 이 질문의 답은 흥미롭다. 결론부터 말하면 메시를 품은 MLS 구단 인터 마이애미의 전략 속엔 통념을 벗어난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메시의 경제학 두번째 편에서 이어간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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