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153 브랜딩」
1963년 출시, 평범한 볼펜 모나미
어떻게 살아남는 브랜드가 됐나

하얀 몸통에 까만 머리의 볼펜. 가히 빠른 생산에 최적화한 듯한 디자인이다. 가장 본질적이고 실용적인 기능 외에 어떠한 장식이나 추가 옵션도 없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볼펜 앞엔 늘 ‘국민볼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1963년 처음 출시해 지금까지 43억 자루가 팔린 한국 필기구계의 스테디셀러이자 산 역사라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인에게 ‘볼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상징적인 볼펜 ‘모나미 153’ 얘기다. 

모나미는 1960년부터 ‘국민볼펜’과 함께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2000년대 이후 학령인구의 감소로 매출이 급격히 줄고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가 고착화하면서 위기의 순간에 놓였다. 그러나 모나미는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시대에 걸맞은 트렌디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모나미 153 브랜딩」은 올해로 63살이 된 모나미가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디자이너 출신 마케터가 오래되고 평범한 브랜드를 어떻게 새롭게 바꿔나갔는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려준다. 

이 책은 변화의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아낸 60년 기업 모나미의 ‘디자인 싱킹’ 혁신에 주목한다. 저자는 창의적으로 발상하는 디자인 싱커, 브랜드를 사랑하는 브랜더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인간중심적 사고’ ‘다른 생각이 아닌 확장된 사고’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아내는 관찰하기’를 꼽으며, 모나미의 패러다임을 바꾼 디자인 싱킹의 힘을 강조한다.

모나미 153 볼펜은 1963년 처음 판매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모나미 153 볼펜은 1963년 처음 판매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저자는 모나미 153을 쓰는 도구에서 그리는 도구로, 저렴한 브랜드에서 프리미엄화로 이미지 변신을 이끌었음은 물론, 디자이너 출신 마케터로서 엘라고, 스타벅스, 현대자동차 등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모나미스토어 기획 등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해 나갔다. 

“눈에 띄고 화려한, 비용이 많이 드는 브랜딩 방식을 흉내 내기보다 자신의 브랜드와 맥락이 부합하는 브랜딩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갑자기 ‘우리 회사는 이런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다’라고 외쳐도 맥락이 없다면 고객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맥락에는 오롯이 브랜드의 본질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마케팅과 브랜딩이 ‘ing’라는 진행형으로 불리는 건 트렌드에 맞춰 계속 변화하며 기업을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변화를 위해 무엇보다 내부 고객, 이를테면 사내 직원들과의 인터널 컬래버가 전제로 깔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책은 저자가 월례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마케팅 활동과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설명했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쓰였다.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모나미라는 브랜드가 위기 속에서 궁극적인 해답을 제공할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미국의 혁신적인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에 프로젝트를 의뢰해 디자인 싱킹을 배우는 이야기를, 3부에선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터로 거듭나기 위해 창작자 마인드를 기르는 법과 이를 바탕으로 콘셉트 스토어를 구현해낸 과정을 들려준다. 4부에서는 지속 가능한 브랜딩을 위해 명심해야 할 브랜드의 본질과 필드에서 일하는 실무자를 위한 컬래버 마케팅 팁을 소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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