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천태만상 [세태+]
카공족이 불편한 커피전문점
추가주문 강요하는 점주 나와
노스터디존 · 노20대존 등장
“민폐 vs 권리” 의견 분분
2015년부터 ‘카공족 논쟁’
뜨거운 이슈 해법 없나

# 커피전문점에서 공부나 작업을 하는 ‘카공족’이 또다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3시간 이용 시 추가주문’을 강요하는 매장이 생기는가 하면, ‘노스터디존’을 내세운 커피전문점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도 와이파이 사용시간을 슬쩍 규제하는 식으로 카공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카공족의 견해는 다릅니다. 커피전문점에서 과하게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가 커피전문점 체류시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2시간 머문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2.0%에 달했습니다. 

# 그런데도 커피전문점이 카공족을 반길 수 없는 건 고객 회전율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카공족과 커피전문점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손님이 오래 머물면 회전율이 떨어지고, 매출과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손님이 오래 머물면 회전율이 떨어지고, 매출과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3시간 이상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요.” 최근 커피전문점 이디야의 한 매장에 붙은 안내문입니다. 이 가게의 점주는 장시간 매장 안에 머무르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안내문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디야 측은 “본사 정책은 아니다”면서 “(추가주문 등에 대해선) 점주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디야 매장처럼 주문량이나 이용시간을 제한하진 않더라도 커피전문점과 카공족 간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가령, 할리스나 스타벅스는 카공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을 펼치면서도 와이파이 이용법 등을 다소 번거롭게 만들었죠. 

할리스는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PC 접속 대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김민경(가명·22)씨는 “할리스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접속 대수가 초과했다는 안내문이 반복적으로 떠서 이용하는 게 불편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벅스도 와이파이 사용을 위한 인증 절차를 2시간마다 새로 밟도록 했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와이파이 이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초기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카공족의 시각은 약간 다릅니다. 

민경씨는 “티나지 않게 카공족의 이용을 제한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와이파이 접속을 불편하게 하거나 콘센트 이용을 어렵게 자리를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카공족이 이슈로 떠오른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카공족이 신조어로 등장한 게 2015년 무렵이니, 이 논쟁은 햇수로 8년째입니다. 그런데도 “민폐다” “소비자의 권리다”란 의견이 여전히 분분할 정도로 카공족 문제는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소규모 개인 커피전문점의 고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매장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은 데다 정책이나 매뉴얼로 카공족을 제한하기도 쉽지 않아서죠.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박현숙(가명·53)씨는 “카공족도 손님이니 가게를 찾아주는 게 고마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음료 한잔을 시키고 4인석에 앉아서 4~5시간씩 머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단체 손님이 들어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나갈 땐 속이 다 타들어가는 것 같다.” 

또 다른 커피전문점 점주 노상욱(가명·47)씨는 “저가 커피를 판매하다 보니 단가가 낮고, 좌석도 많지 않다”면서 “반나절 동안 노트북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있어 결국 콘센트를 막았다”고 토로했습니다. 

■ 생각➊ 적정 시간 = 점주들이 이런 고육책을 쓸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수익성 때문입니다. 손님이 오래 머물면 회전율이 떨어지고, 매출과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럼 점주가 손해를 입지 않는 ‘적정 체류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농촌경제연구원·2018년)에 따르면 메뉴 가격이 평균 4134원일 때 테이블당 체류시간이 1시간 42분을 넘지 않아야 점주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손익분기점의 기준은 월평균 매출액 916만원, 테이크아웃 비중 29.0%, 영업일수 28일, 테이블 수는 5개인 매장 기준입니다. 

카공족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등장한 건 2015년 무렵이다.[사진=뉴시스]
카공족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등장한 건 2015년 무렵이다.[사진=뉴시스]

관건은 손님들이 생각하는 적정 체류시간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평소 커피전문점에서 공부나 작업을 자주하는 대학생 최규리(가명·21)씨는 “4시간 정도가 적당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대학생 한규성(가명·24)씨는 “커피전문점에서 공부하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이라면서 “음료 가격을 생각했을 때 1시간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생각➋ 노스터디존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스터디(No study)존’이나 ‘노20대존’을 써붙인 커피전문점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점주로선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겠지만, 이런 전략은 되레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손님을 ‘환대’하기보단 ‘거부’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권분석 전문가인 김영갑 박사는 “특정 계층을 꼭 짚어 거부하는 건 다른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서 “나아가 커피전문점이나 브랜드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생각➌ 해법 = 그럼 점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영갑 박사는 “업業의 본질을 다시 생각할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커피전문점 창업을 준비할 땐 어떤 고객을 타깃으로 어떤 콘셉트의 매장을 만들지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카공족과의 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스탠딩 콘셉트의 매장으로 꾸미거나, 디저트나 베이커리 전문성을 강화해 미식을 즐기는 콘셉트의 매장을 열 수도 있다. 오히려 카공족을 적극 수용해 테이블이나 구조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카공족과 커피전문점의 불필요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카공족이 커피전문점에 고민거리로 떠오른 건 사실이지만, 따져보면 1시간 내외로 이용하는 손님들이 더 많습니다. 

[사진
[사진|뉴시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8월 커피전문점을 이용한 소비자 696명(남녀 만 20~59세)에게 체류시간을 물어본 결과, ‘1시간 이상~2시간 미만’이 42.0%로 가장 높은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3시간 이상~4시간 미만’은 2.2%, ‘4시간 이상’은 0.4%에 그쳤죠. 이 때문에 카공족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건 ‘배려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란 뼈아픈 지적도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의 말을 들어볼까요. “카공족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의 각박함과 배려 없음을 보여주는 단면일 수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결국 배려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소비자는 커피가격에 공간을 이용하는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점주나 사장은 회전율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점주나 사장이 손님에게 이용시간을 대놓고 제한할 수 있겠는가. 뒤에서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게 분명하다. 소비자가 먼저 자신이 지불한 비용 대비 이용한 서비스나 권리가 과하지 않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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