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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
지난해 말 대비 올 7월 47.6% 증가
HUG 대신 갚은 금액 1조원 넘어서
계약 만기 남은 주택 더 있어
세입자 전세사기 노출 위험

악성 임대인의 전세사기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악성 임대인의 전세사기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세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세입자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전세사기 사고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악성 임대인’ 소유 매물 중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미확정 채무가 1조5000억여원에 육박해서다. 악성 임대인은 언제 터져도 놀랍지 않은 전세시장의 시한폭탄인 셈이다.

지난 8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보험 대위변제 현황’을 보자.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운용하는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는 344명으로 지난해 말(233명) 이후 7개월 만에 111명 더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사건이 폭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악성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은 자그마치 1조5769억원(7월 기준)이다. 2018년부터 올 7월까지 5년 7개월 동안 HUG가 대신 지불한 전세보증금 누적액은 3조8629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올려놓은 악성 임대인의 사고 금액이 40.8%를 차지했다. 

반면 HUG의 악성 임대인 변제액 회수율은 10%에 그치고 있다. 올해 전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변제액 회수율(15%)보다 5%포인트 낮다. 전세사기 조직과 깊은 연관이 있는 악성 임대인이 많은 만큼 회수율도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 | 홍기원 의원실·HUG, 참고 | 2023년 7월 기준]
[자료 | 홍기원 의원실·HUG, 참고 | 2023년 7월 기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악성 임대인 344명이 보유해 보증사고가 터질 위험이 큰 주택은 지난 4월 기준 7778건이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택들의 전세보증금은 도합 1조5769억원이다. 계약 만기가 남아 있어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악성 임대인의 매물인 만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세입자들이 재차 전세사기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악성 임대인들의 주택 중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례를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식의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정부는 지난 8월 29일 HUG가 관리하는 악성 임대인의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하지만 명단 공개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가 주어지고, 임대인 정보공개 심의위원회 의결도 거쳐야 해서 실제 명단 공개는 연말께 이뤄질 전망이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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