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위험한 투자 테마주➋
‘대란 조짐’ 보이는 테마주
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
기술 개발 소식에 주가 ‘들썩’
테마주 실체 없고 이슈 넘쳐나
검증 이슈에 급등락 초전도체
테마주 급등세 노려도 괜찮을까

테마주의 변동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테마주의 변동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테마주 열풍에 국내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호재성 뉴스가 나올 때마다 관련 기업이 테마주로 묶이고,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테마주의 유형도 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 문제는 테마주의 변동성이다. 테마주에 올라타는 투자자가 늘어난 탓인지 주가가 연일 춤을 춘다. 이제는 ‘기술 개발’이란 실체 없는 소식에도 주가가 불을 뿜는다. 테마주 투자 열풍을 두고 투자 시장의 본질은 잊히고, 탐욕만 넘쳐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 視리즈 ‘위험한 투자 테마주’ 두번째 편이다.


2023년은 그야말로 테마주 전성시대다. 올해 초 챗GPT를 시작으로 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까지 다양한 테마주가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테마주로 꼽힌 종목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그 사이, 테마주의 변동성은 커지면서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건 더 힘들어졌다. 테마주의 주가가 럭비공처럼 움직이는 탓에 언제 또 어떻게 급등락세를 보일지 예상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증시를 흔든 맥신과 양자컴퓨터 테마주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체 없는 기술 개발 소식에도 주가가 심하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에 등장했던 테마주는 어렴풋이나마 실체가 있었다. 2020~2022년 주식 시장을 풍미했던 테마주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례로 2020년 주가가 1500% 이상 상승한 신풍제약은 실제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했다. 신풍제약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를 개발하면서 임상시험을 거쳤고, 최근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2021년 게임주도 마찬가지다. 신작 게임의 흥행 속에 게임업계의 실적은 커졌고, 위메이드처럼 NFT 플랫폼을 도입하는 게임업체도 적지 않았다. 장밋빛 전망에 힘이 실리는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세는 말할 것도 없다. 사업의 결과에 따라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지만 나름 기대를 걸 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었다는 거다.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테마주 투자는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테마주 투자는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나타난 테마주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 소식’ 하나에도 출렁인다. 초전도체 관련주의 주가는 논문 발표 소식이 알려진 지난 7월 27일 이후 검증 소식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실제로 초전도체 테마 대장주로 불리는 신성델타테크는 7월 27일부터 8월 29일까지 21거래일(매매정지 기간 제외) 동안 한자릿수 등락률을 기록한 거래일은 7거래일밖에 없었다. 나머지 14거래일은 10%가 넘는 등락률을 보였다. 그만큼 주가의 변동성이 컸다는 거다.

8월 17일 급부상한 맥신(MXene·용어설명 참조) 테마주 역시 마찬가지다. 맥신의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기술 개발 소식에 급등한 ‘맥신 테마주’들은 크게 요동쳤다. 그중 맥신 대장주로 불리는 휴비스의 주가는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125.9%(4425원→1만원) 상승했지만 이후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급등에서 급락으로 돌아서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거래일이었다.


또다른 맥신 테마주 나인테크는 더 심하다. 이 회사의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8월 17일 3705원에서 21일 6250원으로 치솟았지만 다음 거래일인 22일 20% 넘게 하락했다.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양자 현상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급등한 양자컴퓨터 테마주의 변동성도 만만치 않다. 양자컴퓨터 테마주인 코위버의 상승세는 연구진의 발표가 있었던 8월 23일 상한가를 기록한 후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테마주 관련 종목이 이슈가 터진 후 2거래일 급등한 후 하락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실체 없는 테마주의 파급력은 3거래일을 넘기지 못했다는 거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장기화, 금리 인상 우려 등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테마주의 위험요인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급의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아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면서 “실체보다 가능성에 기댄 테마주 위주의 매매를 이어가고 있는 개인투자자들도 그래서 늘어난 듯하다”고 말했다.

혹자는 테마주든 아니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그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답은 ‘당연하다’이지만, 그럴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테마주 투자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다. 급등한 주가가 언제 하락세로 돌아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주를 만드는 게 순수한 시장(마켓)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말을 이었다.

“하나의 이슈가 수많은 테마주를 만들고 주가를 수십에서 수백 퍼센트 상승시키는 건 이른바 ‘세력’의 힘이 닿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력은 주가를 올릴 명분만 있으면 주가를 끌어올려 수익을 창출한다. 시장질서와 다른 투자자의 손익은 관심 밖이다. 개인투자자가 테마주가 만들어질 것을 미리 예측해 투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테마주로 엮인 종목의 주가가 움직인 이후에 대응하는 방법밖엔 없다. 섣불리 급등주에 올라탔다가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2012년 발표한 테마주 투자 분석 자료다. 금감원이 당시 테마주 16개 종목을 조사했다. 그 결과, 16개 종목의 주가가 평균 172% 상승했지만 이 종목에 투자한 21만개 계좌에서 67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중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665억원으로 전체의 99.2%에 달했다. 신기루 같은 테마주에 베팅했다간 손실만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테마주 열풍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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