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中 힌국 단체관광 비자 해제
유커 하나둘 돌아오자 분주
주요 상권 바가지요금 주의보
상인들 자발적으로 가격 내리고
지자체 집중단속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 대비 여전히 비싸

어묵 한 개 2000원, 탕후루 5000원, 랍스터구이 2만원…. 명동에서 팔고 있는 길거리 음식 가격이다. 바가지요금 논란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한차례 가격을 내렸다지만, 여전히 혀를 내두를 만큼 비싸다. 몇년 동안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발걸음이 뚝 끊겼던 탓에 ‘이참에 본전 뽑자’는 심리가 꿈틀대는 걸까. 

유커가 다시 돌아왔지만, 비싼 먹거리 음식 가격 등 개선해야 할 숙제가 많다.[사진=연합뉴스]
유커가 다시 돌아왔지만, 비싼 먹거리 음식 가격 등 개선해야 할 숙제가 많다.[사진=연합뉴스]

“6년 5개월의 기다림 끝에 유커가 돌아왔다.” “한중 수교 31주년 기념 ‘유커 맞이’ 총력.” 최근 면세ㆍ관광업계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유커맞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8월 11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 비자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8월 23일 카페리를 타고 입국한 유커 150명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대략 한시간 동안 쇼핑을 즐겼다. 이튿날인 24일에도 유커 270여명이 명동본점을 찾았다.

롯데면세점 측은 “100명 이상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롯데면세점을 찾은 건 2017년 3월 이후 처음”이라며 “외국인 관광 1번지인 명동 중심부에 있는 명동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의 인프라를 활용해 유커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면세점인 신라면세점도 ‘알리페이 즉시할인’ ‘위챗 환율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으로 유커 모시기에 나섰다.

면세업계만이 아니다. 뷰티업계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커가 주로 방문하는 주요 상권에 매장을 재오픈하는 등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기나긴 침체에 명동을 떠났던 브랜드 로드숍들도 하나둘 명동 상권에 컴백하고 있다. 

유커가 돌아오길 오매불망 기다렸던 면세ㆍ뷰티ㆍ관광업계에 유커 귀환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겠지만, 그와 동시에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바로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배짱장사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외국인 관광객 대표 상권인 명동이 최근까지도 바가지요금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동 노점 음식이 백화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비싸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게다가 엔데믹(endemicㆍ풍토병)으로 전환한 이후 배짱장사는 더 심해져 닭꼬치와 회오리감자 하나에 5000원, 군만두 4개를 7000원까지 올려 파는 행위가 이어졌다.

서울시와 중구는 외국인 관광객 주요 상권을 집중단속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와 중구는 외국인 관광객 주요 상권을 집중단속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곳곳에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터져 나오자 서울 중구는 지난 7월 ‘명동관광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바가지요금 등 관광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거리가게 정비, ▲물가안정, ▲거리환경 정비, ▲관광서비스 개선 등 4대 분야 대책을 마련해 집중단속에 나선 거다.

그중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 중 하나가 ‘가격표시제’다. 그동안 가격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부르는 게 값’이었다면 제품에 가격을 표시하도록 했다. 명동상인회도 자발적으로 바가지요금 논란이 있었던 일부 인기 품목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중구 관계자는 “7월 31일부터 구청 관계자들이 매일 현장에 나가 운영실태를 집중단속하고 있고, 잘 지켜지지 않은 노점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 결과 현재는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원래 8월말까지 집중단속할 계획했지만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말까지 주기적으로 현장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구의 ‘명동관광개선 종합계획’ 발표를 계기로 서울시도 7대 관광특구를 중심으로 ‘상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 역시 ‘가격 미표시 및 허위표시’ 단속 등 바가지요금 근절이 중심이다.[※참고: 서울시 관광특구는 종로ㆍ청계특구(종로구), 명동ㆍ남대문ㆍ북창동ㆍ다동ㆍ무교동특구(중구), 동대문패션타운특구(중구), 이태원특구(용산구), 홍대문화예술특구(마포구), 강남마이스특구(강남구), 잠실특구(송파구)다.]

지자체의 노력 덕분일까. 현재 명동의 노점엔 전에 없던 가격표가 붙어있다. 문제는 여전히 비싼 가격대란 점이다. 어묵은 한개에 2000원이고, 핫바는 4000원이다. MZ세대와 SNS에서 핫하다는 탕후루는 5000원, 해산물꼬치는 1만원이다.

랍스터구이는 이곳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데, 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어른 둘, 아이 둘로 이뤄진 4인 가족이 랍스터구이와 탕후루를 각각 하나씩 사먹는다고 가정하면, 길거리 간식으로 순식간에 5만원을 쓰는 셈이다. 

8월 30일 친구들과 잠깐 명동에 들렀다는 이진혜(가명)씨는 “만약 여행을 왔다면 기분도 낼 겸 한번쯤 사먹을 순 있겠지만, 선뜻 납득하긴 어려운 가격대”이라면서 “비싼 먹거리 물가 탓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이미지가 잘못 정립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에만 가격을 부풀리는 걸 막기 위해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 가격을 더 내리라고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면서 “관광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상인회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물가는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국내 숙박시설 이용료도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호텔숙박료는 1년 전과 비교해 11.8% 올랐다. 여관숙박료와 콘도이용료도 각각 5.5%, 10.3% 상승했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에 버티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한 곳들이 많아 공급이 부족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유커만 기다린 이들의 욕심도 배제할 순 없다. 게다가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코앞이다. ‘대목’이라고 못된 상술을 부렸다간 몇년 만에 돌아온 유커가 다시 발길을 돌릴지 모른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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