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순살아파트 여파 공공주택에 미쳐
올해 공공분양주택 실적 줄어들어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예산도 삭감
줄인 예산으로 예금하거나 빚 탕감
빚 탕감 위한 예산 별도 책정해야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해 GS건설이 짓던 신축 아파트에서 철근이 빠진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LH가 짓던 아파트에서도 철근을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자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사업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주택을 늘릴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책정한 공공주택 사업 예산조차 대폭 감액한 것으로 드러나서다. 

정부가 공공주택 예산을 줄이면 서민 주거안정도 어려워진다.[사진=뉴시스]
정부가 공공주택 예산을 줄이면 서민 주거안정도 어려워진다.[사진=뉴시스]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무량판 구조 아파트 일부에 철근이 빠진 사실이 드러난 이후, 국토교통부가 ‘LH의 용역 계약 절차 전면 중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8일에는 서울경찰청 반부패ㆍ공공범죄수사대가 아파트 철근 누락 의혹과 관련해 LH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LH의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니 정부 공공분양주택 보급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냐는 거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의 임기 5년간 공공주택 사업의 한축인 공공분양주택을 50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참고: 공공주택은 공공주택사업자(LH나 지방공사 등)가 국가ㆍ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급하는 주택이다. 크게 공공임대주택(임대)과 공공분양주택(매매)으로 나뉜다.]

눈여겨볼 점은 공공분양주택 공급사업이 이미 삐걱대고 있다는 거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주택 인허가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공공부문 실적이 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공공분양주택 인허가는 7350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만2092건)보다 43.9% 줄었다. 같은 기간 공공분양주택 착공 실적 역시 6362건에서 1713건으로 73.0% 감소했다. 착공 실적 중 LH의 물량은 단 한건도 없었다.

■ 예산 감소의 함의➊ 실적 = 문제는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공급사업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국토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진행하는 공공주택 공급 관련 16개 사업의 2022년 결산서를 분석해보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자체변경 등의 방법을 통해 당초 계획보다 대폭 감액해 집행했다. 특히 민간이 참여하지 않거나 (민간 참여) 비중이 적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의 예산을 크게 줄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철근 누락으로 공공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철근 누락으로 공공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전체 공공주택 공급사업 관련 예산은 31조7765억원, 수정 예산은 27조6922억원이었다. 4조843억원(-12.9%)의 예산을 줄였다(표➊).[※참고: 추경을 통한 감액은 1조4500억원이었고, 자체변경을 통한 감액은 2조6343억원이었다. 사업에 붙은 출자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자본을 의미한다. 융자는 넓은 의미의 대출로 보면 된다.] 

정부가 가장 많이 예산을 깎은 건 ‘주택구입ㆍ전세자금(융자)’ 사업이었다. 기존 대비 1조원 줄었다. ‘직접 융자에서 이차보전(이자 차액을 보상하는 것)’으로 지원 방식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차보전 지원’ 사업의 계획액은 당초 3850억원에서 5013억원으로 증가했다. 

다음으로는 ▲‘통합공공임대(융자)’ 사업(7967억원ㆍ이하 감소액), ▲‘통합공공임대출자’ 사업(5847억원), ▲‘다가구매입임대출자’ 사업(3756억원), ▲‘다가구매입임대(융자)’ 사업(3494억원), ▲‘행복주택출자’ 사업(3200억원), ▲‘행복주택(융자)’ 사업(2990억원), ▲‘국민임대(융자)’ 사업(2015억원), ▲‘국민임대출자’ 사업(1494억원), ▲‘분양주택(융자)’ 사업(1132억원) 순으로 예산 감소액이 컸다.

예산이 증가한 사업은 ‘전세임대(융자)’ 사업이 유일(1139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청년 전세임대 3000호 추가 공급에 따라 ‘다가구매입임대(융자)’ 사업에서 2423억원을 전용받았기 때문이다. 실질 예산은 감소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임대사업인 ‘통합공공임대(융자)’ 사업, ‘통합공공임대출자’ 사업, ‘국민임대출자’ 사업의 예산 감소율은 각각 -82.5%, -68.2%, -43.9%로 감소율 1~3위를 차지했다. 같은 임대 사업이라도 민간의 참여 여부에 따라 예산 감소율이 달라지기도 했다.

민간이 참여하는 ‘다가구매입임대(융자)’ 사업의 예산 감소율은 -6.0%에 불과했다. 심지어 ‘민간임대(융자)’ 사업과 ‘공공임대(융자)’ 사업, ‘집주인임대주택’ 사업 예산은 한푼도 줄지 않았다. 결국 ‘민간이 참여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 예산이 집중적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예산이 줄어든 만큼 실제 사업 실적도 줄었다. 예컨대 ‘주택구입ㆍ전세자금(융자)’ 사업은 22만3681호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21만8352호를 돕는 데 그쳤다. 예산이 3756억원 줄어든 ‘다가구매입임대출자’ 사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4만1300호를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실제 매입은 1만9453호에 그쳤다. 2019년 2만9909호, 2020년 2만8133호, 2021년 3만4778호에 비해 훨씬 적다. 

과연 이런 상황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의도적인 것이었는지 정부의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참고: 국가재정법(제70조)에 따르면 ‘무역보험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성 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기금의 경우,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예산 감소의 함의➋ 목적 = 더 이상한 건 정부가 전체 공공주택 공급사업에 쓸 돈을 4조원 이상 줄이면서 그중 1조7646억원을 빚을 청산하는 데 사용하거나 예금을 했다는 점이다(표➋). 빚 청산은 주택도시기금의 기타민간예수금 원리금 상환을 의미한다. 예금은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을 뜻한다. 

예산을 줄여 빚을 갚거나 예금을 하면 ‘잘한 일 아니냐’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늘 얘기하듯 나라살림은 가구살림과는 다르다.

공공주택 공급사업, 특히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은 서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공공서비스다. 계획액보다 대폭 감액해서 집행할 경우, 당초 예상한 서민의 주거안정을 실현하기 힘들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빚을 갚을 예산은 따로 마련하는 게 맞다. 

더구나 현재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주택보급률을 보면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2019년 99.2%를 기록한 이후 2021년 96.8%까지 떨어졌다. 공공주택 공급이 더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공공임대주택 물량 축소의 원인 규명과 더불어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정책의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sonjongpil@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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