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3편
미래 전략 산업 ESS·위성통신
中 배터리 균일화·표준화 유리
저궤도위성 서비스 ‘스타링크’
자동차와 연계한 대중화 필요
테슬라-중국 파트너십 결국엔
신사업 뿌리 조성하는 밑작업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별종으로 불린다. 때론 기행으로 비춰지기도 하는 그의 독특한 행동과 발상은 테슬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테슬라는 에너지, 위성통신 산업을 포트폴리오에 포진하면서 또다른 신화를 꿈꾸고 있다. 머스크가 신냉전 속에서도 주저 없이 중국을 향하는 배경엔 신사업을 위한 치밀한 계획이 숨겨져 있다.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세번째 편이다.

에너지와 위성통신은 테슬라의 미래 전략 사업이다.[사진=스페이스X 제공]
에너지와 위성통신은 테슬라의 미래 전략 사업이다.[사진=스페이스X 제공]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2편에서 우리는 테슬라가 미중 갈등이란 난관에도 되레 친중親中 드라이브를 거는 까닭을 살펴봤다. 테슬라가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놓지 않는 건 신사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배터리산업 전문 연구기관인 트루리튬리서치 창립자 모커의 상세한 분석을 들어보자. 먼저 그는 “ESS는 신에너지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 밀도에선 요구사항이 낮지만 대신 높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SS의 기본 원리는 여러 개의 배터리에 에너지를 저장해 놓는 거다. 모커가 말한 일관성이란 좁은 의미론 배터리의 가장 기본 단위인 셀(cell)의 균일한 품질을 뜻한다.

가령,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발전소에는 150만개 이상의 셀을 장착해야 하는데, 이때 셀의 일관성 기준은 자동차 배터리의 1만배 이상이다. 배터리 팩에 탑재하는 수많은 셀 중 하나라도 성능이 나쁠 경우 배터리 전체의 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관성은 ESS의 품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나 다름없다. 


넓은 의미에서 일관성은 ‘배터리의 표준화’다. 표준화는 곧 기업의 비용으로 이어진다. 익명을 원한 국내 배터리 전문가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제품 다양성을 줄여야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면서 “배터리 시장이 아직 초기에 가깝기 때문에 제품을 다변화해서 고객을 공략하는 것보다는 표준화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의 제품 표준으로 여러 시장에 판매를 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원가경쟁력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테슬라는 ESS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배터리 품질의 균일화와 표준화가 모두 가능한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테슬라가 중국을 택한 이유다. 모커는 “배터리를 포함한 신에너지 산업 지원책은 중국에서 더 발전했다”면서 “덕분에 (테슬라는)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메가팩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짚었다. 테슬라에 중국은 ‘최소 비용-최대 효율’을 실현할 수 있는 ESS 기지인 셈이다.

현지 언론인 중국신문주간은 몇 수 앞서 미래 시장을 바라본 머스크의 통찰력과 야망을 이렇게 정리했다. “테슬라는 생산 능력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의 성숙한 공급망을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에서처럼 중국 ESS 시장을 장악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2023년 4월 12일자 기사ㆍ머스크, 중국에서 다시 큰 게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친중 노선은 미래먹거리 선점과 직결된다.[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친중 노선은 미래먹거리 선점과 직결된다.[사진=연합뉴스]

머스크가 중국에 발을 붙이는 또다른 이유는 위성통신 사업에 있다. 테슬라는 항공우주 분야 사업체인 스페이스X를 통해 저궤도(LEO)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를 론칭해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저궤도위성의 장점은 명확하다. 통신 전파를 쏘는 우주상공과 전파를 받는 지상까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신호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이고, 통신 품질은 높일 수 있다. 


중국은 이런 저궤도위성 분야에서도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보고서(세계 5G 및 6G 위성 시장 동향분석ㆍ2022년)에 따르면, 중국의 저궤도위성 시장 규모는 2027년 853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세계 저궤도위성 시장의 78.5%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론 테슬라가 당장 중국 시장을 뚫기란 쉽지 않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의 관리들은 특정 궤도와 무선주파수를 스타링크에서 독점하고 싶어 하는 희귀하고 전략적인 자원으로 인식했다”면서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2023년 5월 18일자 기사ㆍ중국이 스타링크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국 공산당에서 관리하는 언론 인민해방군일보는 “지구 저궤도에 위성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은 5만개밖에 없으며 스타링크가 결국 그 공간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위성통신 분야에서 중국과 테슬라가 협력하기보단 되레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적과의 동침’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건 저궤도위성이 전기차를 발판으로 한 미래차 사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서다. 

김학용 IOT연구소장에 따르면, 자동차는 위성통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업이다. 가령, 요즘 운전자들이 OTA(Over The Airㆍ무선통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기술)를 통해 자동차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건 통신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SNS 연결이나 영화 감상과 같은 각종 인포테인먼트 환경을 만들고, 로보택시에 적용할 결제ㆍ인증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에도 위성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흐름을 따져보면 위성통신 업체에 자동차 시장은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비즈니스 영역이다.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대중화해야 하는 머스크에게도 마찬가지다. 머크스가 ‘위성통신 사업자’로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놓치지 않으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김학용 소장은 “아무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있더라도 테슬라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에 통신망을 구축해놔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며 “설사 미국에서 규제를 한다고 해도 중국은 테슬라의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규제를) 피해가면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스타링크 서비스를 대중화해야 하는 머스크에게 중국은 필수적인 시장이다.[사진=테슬라 제공]
스타링크 서비스를 대중화해야 하는 머스크에게 중국은 필수적인 시장이다.[사진=테슬라 제공]

자! 그럼 정리해보자. 머스크의 중국 전략은 전기차 사업을 근간으로 미래 전략 산업인 에너지, 위성통신 부문의 뿌리까지 단단하게 조성하겠다는 거다. 머스크가 위태로운 국제정세 속에서도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고수하는 밑바탕엔 이런 치밀한 계획이 깔려 있다.

문제는 중국이 바라보는 테슬라는 어떠냐는 거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테슬라가 필요악일지 모른다.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선 중국이 테슬라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테슬라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와 테슬라의 공조는 자칫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테슬라를 향한 중국의 관점은 어떨까. 이 이야기는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네번째 편에서 살펴보자. <더스쿠프 563호에서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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