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치킨의 탄생」
미국 국민 브랜드 칙필레
범상치 않은 성공의 비밀

칙필레는 ‘닭’이 아닌 ‘젖소’를 광고에 등장시켜 이목을 끌었다.[사진=연합뉴스]
칙필레는 ‘닭’이 아닌 ‘젖소’를 광고에 등장시켜 이목을 끌었다.[사진=연합뉴스]

젖소가 외친다. “닥고기 마니 머거(EAT MOR CHIKIN).” 의도된 오타다. 세로 광고판의 공간이 부족하자 ‘chicken’을 ‘chikin’으로 줄여 나머지 글자들을 더 크고 더 읽기 쉽게 썼던 거다.

어설픈 맞춤법의 젖소 캠페인은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칙필레(Chick-fil-A)가 내세운 광고다. 칙필레는 브랜딩의 필수요소인 마스코트와 캐릭터의 영향력을 일찌감치 파악한 기업이다. 닭고기 요리 전문점에서 ‘닭’을 전면에 내세우는 뻔한 전략이 아닌 ‘젖소’를 등장시켜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광고만 봐도 범상치 않은 이 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위대한 치킨의 탄생」은 창업부터 브랜딩까지, 요식업의 독보적인 길을 걷는 기업 칙필레를 이야기한다. 애틀랜타의 한 쇼핑몰에 1호점을 개업하며 로컬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 칙필레는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업계 1위’ ‘맥도날도의 2배를 넘는 점포당 매출’이란 놀라운 성과를 이루며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저자인 스티브 로빈슨은 34년간 칙필레에서 부사장과 최고마케팅책임자로 활동하다 은퇴했다. 그는 젖소가 “닥고기 마니 머거”를 외치는 신박한 광고 캠페인으로 소고기 패티가 주를 이루던 버거 업계에서 치킨버거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이다.

“칙필레는 창업자인 트루엣 캐시의 경영 철학에 따라 기독교적 ‘청지기’ 정신을 실천한다. 일요일엔 매장을 열지 않는 것,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는 것, 본사 아닌 매장 운영자에게 유리한 계약조건을 지키는 것, 직원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 등.” 저자는 그 결과, 구글보다 치열한 6만 대 1의 입사 경쟁률과 소비자 만족도 8년 연속 1위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고 설명한다.

칙필레는 고칼로리 음식과 만족스럽지 않은 서비스라는 패스트푸드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 그릴에 구운 닭고기를 사용해 칼로리를 반으로 줄이고, 획일적인 막대형 감자튀김을 벌집 모양으로 바꿨다. 그렇게 칙필레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그릴드치킨 샌드위치와 와플 프라이는 맛과 건강, 재미까지 모두 챙겼다.

칙필레는 메뉴 구성부터 직원 교육까지 ‘고객 중심’에서 이뤄진다. 고객을 ‘환대’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의 “고맙다”는 인사에 “제 기쁨입니다(My pleasure)”라고 정중히 대답하는 식이다. 이같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사내문화를 통해 누구에게도 ‘갑질’하지 않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표본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운영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에는 엄격히 대응했다. 전전긍긍하며 매출을 유지하는 점포들을 대규모 점포 하나가 떠받드는 피라미드 구조 같은 건 존재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은 고객을 향한 진심으로 이어졌고, 업계 내 평균 근속연수를 훨씬 넘기며 일하는 직원들도 늘어났다.

칙필레는 젖소로 얻은 인기를 사회적 영향력으로 넓혔고,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타인의 기쁨에서 찾고자 했으며, 창립 이래 지금껏 회사 순이익의 10%를 기부하고 있다. 저자는 칙필레를 “매출과 복지를 함께 책임지며 대중성까지 확보해낸 기업”이라며 “시장 패러다임을 뒤바꾼 혁신적 발상과 종교적 신념, 그리고 젖소가 만나 위대한 치킨이 탄생했다”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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