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몸집 키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난해 7년 만의 영업적자 기록
음악 외 사업 부진 겪었기 때문
선택과 집중으로 돌파구 마련
음악 사업에 힘 실으려는 듯
공정위 제재 등 변수 따져봐야
올해 체질 개선 성공할 수 있을까

카카오엔터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엔터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2022년은 ‘결단’이 필요한 시기였다.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는데도, 7년 만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카카오엔터는 잘나가는 사업은 키우고, 그렇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몸집을 줄였다. 카카오엔터는 과연 수월하게 체질을 개선하고 있을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한류 열풍’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다. 주요 사업이 스토리(웹툰·웹소설), 음악, 미디어(드라마·영화) 등 ‘K-콘텐츠’와 관련이 깊어서다.

지난해 음악 사업이 승승장구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카카오엔터 산하 레이블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아이브’ ‘몬스타엑스’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14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21년 매출(760억원)의 2배 가까운 성적이다. 이를 발판으로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외형의 성장도 이뤄냈다. 그해 매출은 전년 대비 49.5% 늘어난 1조8648억원을 기록했다.

■ 아픈 손가락의 현주소 = 그렇다고 카카오엔터가 알찬 성장을 이룬 건 아니다. 외형은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296억원에서 -13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카카오엔터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2015년 이후 7년만이었다. 업계에선 이를 음악 외 사업군에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운영하는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이하 타파스엔터)는 지난해 22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타파스엔터의 주무대인 북미 웹툰 시장에서 경쟁업체인 네이버웹툰에 밀린 게 문제였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웹툰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의 시장점유율은 70%를 넘어선 반면, 타파스엔터의 플랫폼인 타파스의 점유율은 8.0%에 그쳤다.


카카오엔터는 웹소설 시장에서도 고전 중이다. 네이버웹툰이 2020년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합병(M&A)한 게 영향을 미쳤다. 앱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왓패드는 9월 기준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1억4250만명에 달했지만, 타파스엔터 서비스 래디쉬의 MAU는 25만1600명에 그쳤다. 그나마 아시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게 카카오엔터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카카오엔터의 ‘아픈 손가락’을 둘러싼 악재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가 1·2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자세한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모기업인 카카오의 부문별 매출을 보면 카카오엔터의 실적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 1분기 스토리 부문에서 22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404억원) 4.9% 감소한 수치로, 같은 기간 음악 부문 매출이 2044억원에서 2319억원으로 13.4%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2309억원을 기록한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최근 카카오엔터가 정부 제재를 받은 것도 스토리 사업을 둘러싼 나쁜 변수 중 하나다. 9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8~2020년에 개최한 5개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 28명과 연재 계약을 맺었다. 그러면서 웹툰·드라마·영화 등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하는 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쉽게 말해 작가들이 카카오엔터를 거치지 않고선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엔터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가뜩이나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카카오엔터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참고: 카카오엔터는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면서 “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라면서 즉각 대응했다.] 

상황이 나쁘긴 미디어 부문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엔터는 직접 제작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지상파·종편·OTT 등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2014년 tvN에서 방영해 빅히트를 친 ‘미생’, 지난해 디즈니플러스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수리남’이 대표작이다.

이처럼 굵직한 작품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정작 실적은 신통치 않다. 카카오의 올 2분기 미디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0%나 줄어든 734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 두가지 선택점 = 저조한 실적을 해결하기 위한 카카오엔터의 선택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몸집 줄이기’다. 이 회사는 지난 2월과 3월에 스토리 부문 자회사였던 레전더리스·사운디스트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각했다.

동시에 3월엔 인도 웹툰 플랫폼인 크로스코믹스를, 4월엔 타파스엔터의 국내 법인을 청산하고 해외 법인 몸집을 줄였다. 최근엔 음악·미디어 양쪽 사업을 진행 중인 산하 레이블 ‘안테나’의 지분 일부도 청산했다.


카카오TV에 유료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도 중단했다. 카카오TV는 독점 콘텐츠를 처음 일주일 무료 공개 후 유료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카카오엔터 입장에선 큰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저조한 스토리·미디어의 사업 규모를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게 카카오엔터의 계산이다.

둘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무엇보다 성적이 좋은 음악 사업에 집중할 태세를 갖췄다. 지난 3월 카카오엔터가 모기업인 카카오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의 주식 39.91%(카카오 20.78%·카카오엔터 19.13%)를 확보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발걸음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선두주자인 SM엔터를 카카오그룹에 편입하면서 카카오엔터의 음악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관건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카카오엔터가 눈에 띄는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냐는 점이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매출(1조8647억원·2022년 기준) 중 음악 부문 매출은 8935억원으로 전체의 47.9%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스토리·미디어 부문 매출 비중이 52.1%로 절반을 넘는다는 거다. 스토리·미디어 비중을 줄이고 음악 비중을 키우는 게 카카오엔터의 미래 전략인 셈인데,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연합뉴스]

이를 엿볼 수 있는 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의 성적표다. 2021년 9월 멜론과 합병하면서 카카오엔터의 음악 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듬해에 멜론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음악 부문 매출이 2021년 4817억원에서 지난해 8935억원으로 85.4% 늘어났다.

하지만 멜론에서 이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허지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음원 플랫폼 시장이 수년째 정체기를 맞은 데다 해외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이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 나가는 형국”이라면서 “멜론에서 큰 매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전 중인 스토리 부문은 차치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을 꾀한 미디어 사업이 올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줄지도 미지수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30여편의 드라마를 제작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OTT에서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해당 방송을 송출한 플랫폼이 저작권을 갖는 형태여서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그에 따른 러닝개런티를 받을 수 없다”면서 “제작비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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